「사치 권장 프로젝트」 마음의 장바구니 - 15
두 개의 브런치북을 화요일과 금요일에 번갈아 올리던 중 어느 날 문득, 두 세계관을 결합시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사치 권장 프로젝트」 '마음의 장바구니'에 실릴 도서를 금요일에 연재 중인 「삶의 레시피」 '쓸데없지만 쓸모 있는'의 글과 짝을 이뤄 선정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삶의 레시피」 네 번째 이야기, 틈새 발견하기와 블렌딩 합니다.
『왼손에게』
[쓸데없지만 쓸모 있는]과 [마음의 장바구니], 두 세계관을 결합시켜 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바로 이 책 때문이다.
「삶의 레시피」 네 번째 이야기인 '틈새 발견하기'에서 왼손쓰기를 선보였던 나는 그 뒤로 『왼손에게』라는 책을 알게 되었는데, 왠지 내 글과 이 책을 엮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시발점이다.
그럴 때가 있다.
사람들이 한 번쯤 생각해 보았음직한 일을 아웃풋으로 만들어낸 것을 볼 때면 낮고 깊은 탄성이 흘러나온다.
"우와~ 어떻게 이걸 끌어올 생각을 했을까?"
생각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생각한 것을 아웃풋으로 끌고 나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왼손에게』의 이야기도 그랬다.
철저하게 오른손잡이로 살고 있는 나 역시 종종 오른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묵직한 책임을 왼손에게도 나눠주려 하지만, 둔탁하기 짝이 없는 손놀림에 매번 나의 결심은 수포로 돌아간다.
바들바들 떨며 매니큐어를 바르는 왼손,
칫솔을 엉성하게 그러쥔 채 같은 부위만 계속 문지르고 있는 왼손,
손가락에 힘이 부족해 자꾸만 손톱깎기를 놓치는 왼손..
오른손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유감천만 한 일일 테다. 책 『왼손에게』는 그러한 상황을 잘 그려내고 있다.
우선
표지에서부터 둘의 능력치가 여실히 드러난다.
정교하게 그려진 왼손과 달리
같은 주체의 결과물이라기엔
너무 차이가 나는 오른손을 보면
어쩔 수 없는 웃음이 난다.
근데 엄밀히 말하자면,
보통의 왼손은 그 정도 수준에 다다르지도 못한다.
특히나 나의 왼손은......
이 장면을 보면서 반성을 하게 됐다.
왼손이 오른손에게 말한다.
"항상 네가 먼저 나서서 다 해 버렸잖아."
어쩌면 나의 성급함이 왼손이 가져야 할 기회를 박탈해 버린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처음부터 잘하는 건 세상에 없는데,
오른손만큼은 아니어도 왼손이 스스로 자기 몫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시간을 주고 기다려주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평소 오른손을 많이 쓰는 편이라 무리가 올 때가 종종 있다.
그럼에도 그 부담을 왼손과 나눠지게 하지 않았으니 시쳇말로 스불재(스스로 불러온 재앙) 아닌가.
그래서 난 가끔씩 왼손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왼손쓰기다.
잘하든 못하든 중요하지 않다.
'한다'는 것에 '시간을 갖는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나이 들어서도 서툰 일을 꾸준히 도전해 나가는 에너지는 중요하다.
겸손해지고 침착해지며 몰입하게 된다.
절대로 편법이 통하지 않는다.
짧게, 꾸준히 할 수 있는 '쓸데없지만 쓸모 있는 짓'! 이게 참 중요하다.
Book. 『왼손에게』, 한지원, 사계절, 2022.
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