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 권장 프로젝트」 마음의 장바구니 - 14
두 개의 브런치북에 글을 올리던 중 어느 날 문득, 두 세계관을 결합시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사치 권장 프로젝트」 '마음의 장바구니'에 실릴 도서를 금요일에 연재 중인 「삶의 레시피」 '쓸데없지만 쓸모 있는'의 글과 짝을 이뤄 선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페어링의 주인공은 「삶의 레시피」 세 번째 이야기, 너의 이름은입니다.
(무언가를 찾아보다가) 우연히 이 책을 알게 되었다.
그리곤 대뜸 마음에 들어버렸다.
이렇게 묵묵히 자기의 길을 가는 이야기가, 그런 책이 나는 좋다.
아니나 다를까 책의 뒤표지 안에는 이런 말이 담겨 있다.
디자인 깔 출판은...
'읽는 책'이 아닌 '보는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경력이 화려하지 않아도, 높은 권위를 자랑하는 전문가가 아니어도 아름다움에 관심이 있는 모든 이에게 생활의 활력소가 되는 취미 · 예술 분야 도서를 추구합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만나게 되는 출판사이기를..
『새김돌이야기』
이 책은 타이틀부터가 전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나는
여기에 실린 작품 하나하나가 이야기와 그림이 담긴 캘리그라피 작품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사치 권장 프로젝트」에 소개할 그림책으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했다.
글과 그림이 어우러져 시너지를 내는 게 참 좋다.
짧지만 굵은 한 방이랄까.
나도 언젠가 이런 느낌의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몽글몽글 생긴다.
사실 캘리그라피를 살-짝 배우고 있는 중인데, 생각처럼 손이 잘 따라와 주질 않는다만..
아무튼!
나의 글씨에 멋지게 인장을 찍는 그날을 꿈꾸며 지금도 꾸준히 분발 중이다.
이에 대한 아카이빙 역시 언젠가 브런치에 올리지 않을까 싶지만.. 아직은 조금 먼 일이 아닐까 한다.
그나저나 인장 이야기를 하니 자연스레 이름 이야기로 넘어가게 된다.
율하.
브런치스토리에서 나는 '율하'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삶의 레시피」 '너의 이름은'에서 밝혔듯 나는 이름부자다.
그중에서 '율하'는 학창 시절 내가 지은 필명이다.
내 기억으로는 초등학생 때 '풋밤'이라는 닉네임을 스스로 만들었던 것 같다.
교회 수련회 같이 닉네임을 사용할 일이 있을 때, 나는 '풋밤'이라는 이름을 썼다.
'풋'이라는 접두사의 발음과 의미가 좋았고, '밤'이 지닌 다채로움(밤송이, 밤톨, 속껍질, 달콤한 열매)이 좋았다.
그리고 고등학생 때, '풋밤'의 의미를 살려서 한자어 버전을 만들었다.
밤 율 '栗'자에 여름 하 '夏'자를 써서 '풋밤'의 의미를 그대로 살렸다. 그리고는 필명으로 꼭 이 이름을 쓰겠노라 다짐했다. 이렇게 '율하'라는 이름이 시작되었다.
예술가들은 마음속에 어린아이를 담고 살아간다는 말이 있다.
그런 순수하고 철 안 드는 마음을 쭈-욱 이어가고자,
그리고 예리한 가시와 부드러운 속살을 동시에 지니고자,
일찌감치 '풋밤'의 의미를 갖고 있는 '율하'를 필명으로 정해놓았더랬다.
나다운 이름을 갖는 것..
그 이름에 맞게 살아가는 것..
나의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야말로 행복한 일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Book. 『새김돌이야기』 이순연, 디자인깔, 2022.
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