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끝자락, *언니공동체에서 만난 라이프코치님이 '아티스트웨이 워크숍' 참가자를 모집하는 글을 보고 손을 번쩍 들었다. 일주일 안에 아티스트웨이 책 1독을 마치고, 정해진 기간 동안 모닝페이지를 세 페이지씩 쓰는 것이 참여 조건이었다. 어디에서 나온 열정이었을까, 책은 빨려가듯 읽어 내려갔고, 일기조차 이제는 단 세 줄도 못쓰게 됐다고 푸념하던 내가 매일매일 모닝페이지를 열심히 써나갔다. 다듬을 것도 맞춤법에 신경 쓸 것도 없이 괴발개발 문장을 흩뿌리며, 적나라한 감정과 마주했고 잡다한 생각은 정돈되었다.
준비 기간과 워크숍이 진행된 6주를 더한 두 달 여의 시간을 반추해 보면, 워크숍 이전의 나와 이후의 나가 확연히 갈린다. 책의 내용을 온몸으로 흡수하며 내면의 창조성을 일깨워 낮아진 자존감을 단숨에 회복할 수 있었고, 모닝페이지를 쓰면서 나의 은밀한 이야기들을 가감 없이 풀어헤쳐놓는 자유를 맛봤다. 거기에 라이프코치님의 역할이 참으로 적절하게 작용했는데, ‘답은 이미 자신 안에 있다’고 하는 코칭의 기본 전제를 바탕으로 그 답을 잘 찾아갈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질문을 던져주시면, 나의 상황과 기존의 관념들을 새롭게 자각하고 낯설게 바라보는 기적을 종종 만나게 됐던 것이다.
모닝페이지는 용의자를 잡아낸다.
모닝페이지는 우리가 무시하려는 작은 상처들을,
우리가 미처 인정하지 못했던
자신의 대단한 성과들을 끄집어내어 이야기한다.
《아티스트웨이》(p.155)
모닝페이지의 마력에 이끌려 나의 오랜 ‘치부’에 대해 써내려가던 어느 날이었다. 자초지종을 다 풀어놓은 후 바로 이어진 문장들은 전혀 예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유의미한 질문 하나가 일으킨 파문으로 과거의 그 사건이 낯설게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그것이 왜, 내 치부인가?’ 창조성이 막힌 내가 오래 전에 규정해 버린 관념에 대하여 창조성이 열린 내가 새로운 질문을 던지면서 반격은 시작됐다. 부끄러움은 그때 내가 느낀 감정일 뿐이었다. 그렇다면 ‘그 감정에 대한 책임을 나한테만 돌리고 나를 정죄하는 게 맞나?’
자신의 솔직한 느낌을 인정하고 표현하는 것이
갈등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비폭력대화》(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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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면접 대상자로서 내가 치르기로 되어있는 절차는 구두면접이 전부였으니, 고지 없이 업무능력 테스트를 절차에 끼워 넣은 그들이 무례했던 것이다. 내가 그 테스트에 대해 미리 고지 받았다면, 나는 내 능력 여하에 따라 면접을 수락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었을 것이고, 수락했다면 테스트에 대비해 최대한 준비했을 것이다. 마땅히 주어졌어야 할 선택의 기회가 발탁되고 본의 아니게 지우고 싶은 과거가 만들어진 건, 내가 형편없이 못났기 때문이 아니었다! 꽝꽝꽝!’
수치심을 감추면 상처가 되고,
용기로 드러내면 성장한다.
《버츄프로젝트수업》(p.188)
그렇게, 나에게 무죄판결을 내림으로써 오랜 세월 치부라고 치부해버린 잘못된 관념으로부터 나는 완전히 자유해졌다. 그리고, 지금 아는 것을 그때도 알았다면, 나는 아마도 도망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멈추어 생각했다. 백지를 제출하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부끄럽기 이전에 당황스러웠다는 것을 정중히 표현하고, 번역은 약하지만 윤문은 자신 있다며 내 강점을 어필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까지 생각이 미치니, 그때의 미숙했던 나를 더 넓은 품으로 온전히 안아줄 수 있었다.
* 언니공동체 : 온라인 커뮤니티 이름, "나를 먼저 키우고, 그 힘으로 우리를 키우는 여성들의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