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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약속

흔들리기 싫으면 흔들리지 마라

by 어거스트



미룰게 따로 있지
더 이상은 미루지 않겠다 결심했다







오늘까지 딱 일주일.

운동을 시작했다. 크로스핏 그룹수업.

지금까지 나의 경험을 보면 틈틈이 혼자서 하는 헬스는 중간에 포기가 쉬웠다. 묵직한 헬스기구 사용은 버겁고 어려웠다. 지금 받고 있는 수업은 몸 전체를 쓰면서 근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헬스와 비슷하면서 다르다. 매일 다양하게 구성된 동작들을 정해진 시간 안에 반복해서 하게 된다. 목봉, 역기, 로잉, 덤벨 등 기구도 함께 쓴다. 집중력과 끈기가 필요한 운동에 그룹수업의 장점이 빛을 낸다. 여기저기서 땀을 쏟고 끙끙 소리가 들려올 때면 서로가 서로를 향해 파이팅을 외친다. 강한 비트의 음악소리마저 덮어버리는 힘찬 기운에 한 동작이라도 이 악물고 더 해내게 된다.




지난겨울, 12월 말이었다. 나는 지독한 감기를 앓았다. 평범한 일상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엉키고 깨질 때 그 소중함이 드러난다. 알람시계를 꺼놓고 오직 컨디션 회복만을 생각한 며칠. 1년 만인가. 모든 루틴을 무시하고 푹 쉬어본 게. 모든 상황이 낯설지만 또 반가웠다. 뜻밖의 나태함과 잘 지내보기로. 어쩌면 이런 쉼이 필요한 순간에 내 몸이 알아서 쉬게 한 건가 싶기도 했다. 힘을 아껴 더 잘 살아내라고 말이다. 이후로도 자주 감기에 걸리고 떨어진 체력은 다시 몸의 회복을 더디게 했다. 매일의 루틴이 약해진 컨디션에 따라 흔들리는 것이 싫었다.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놓치고 있었던 것일까. 고장 난 몸과 마음에 스스로 자물쇠를 채운 기분이었다.




"나이가 들어 열정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열정이 사라져 나이가 드는 것이죠."


"우리는 매일 성장해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죠. 어제로부터 무언가를 배우고 끊임없이 나를 변화시킵니다."


현역 최고령 모델 카르멘 델로피체, 그녀의 묵직한 명언을 생각했다. 자신을 아끼고 돌보며 우아하게 나이 든다는 것. 정말 이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진정으로 나를 돌아보자. 나는 나 자신을 챙기면서 살고 있었나. 지식을 쌓고 시간과 싸우며 바쁘게 사는 삶이 과연 열정일까. 앞만 보고 달려가는 매일이 멋있는 성공일까. 나를 향한 올바른 챙김이란 무엇일까. 열정을 불태우고 어제보다 성장하는 매일의 끝에서 나는 무엇을 남기고 깨달을 수 있을까. 끊임없는 질문에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간다. 결국은 나의 몫이다. 비옥한 땅은 건강한 생명을 키워낸다. 건강한 몸은 활기찬 일상을 지켜낸다. 신체와 정신은 함께 움직인다. 살아있는 생명의 시작과 끝은 잘 먹고 잘 사는 것으로부터 달라진다. '잘'이라는 한마디에 많은 것들이 담겨있다. 얼마나 '잘' 담아낼지는 나의 선택에 달렸다. 제대로 잘 살기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누구나 할 것 없이 삶의 우선순위를 꼽으라고 한다면 바로 건강일 것이다. 문제는 잘 알고 있지만 아는 대로 지키고 실천하고 있냐는 것이다. 미룰게 따로 있지 더 이상은 미루지 않겠다 결심했다. 헐렁한 티셔츠와 바지 대신 몸에 꼭 맞는 크롭탑과 레깅스를 당장 꺼내 입었다. 내 몸은 그동안 돌봐주지 않은 티를 안팎으로 내고 있었다. 근육의 움직임은 뻣뻣했고, 작은 동작 몇 번에도 금세 호흡이 가빠왔다. 이 정도일 줄이야. 나의 체력은 생각보다 더 저질이었다.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뜨거운 상쾌함이다. 내가 살아온 날 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길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그 하루하루를 어떻게 잘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답을 해야 하는 순간이다. 내 몸 하나 마음대로 가뿐하게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라면 다른 어떤 일도 힘 있게 끝까지 해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답은 이미 나왔다. 선택한 대로 실천하는 일만 남았다. 3개월 회원가입서에 사인을 한 것은 앞으로 100일에 가까운 날들 동안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서 지금보다 나은 체력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다. 나는 변화를 다짐하고 2년 전 새벽 기상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막 시작한 진짜 운동은 내가 나에게 하는 두 번째 약속이 된 것이다. 성의를 다해 약속을 지켜낼 것이다. 체력이 달리면 체력을 키우면 된다. 일단 하면 뭐든 된다. 운동화 끈부터 매자. 징징대지 말고.



비 오는 밤이다. 운동을 마치고 걸어 나오는데 팔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 초보자 티를 내기 적당한 시기에 딱 적당한 증상이다. 내 옆을 지나는 한 여인의 피지컬이 눈에 들어온다. 저 사람의 엉덩이는 어찌하여 잔뜩 화가 난 채로 허리에 붙어있는 것인가. 와아 맙소사. 비교와 충격에 후들거리는 몸을 붙들고 운전석에 앉았다. 이보다 강력한 동기부여가 또 있을까. 내일 수업 시간이 기다려진다. 잠든 근육을 깨워 내 엉덩이도 허리춤까지 바짝 끌어올려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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