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째서 아직까지 나에게 슬픔일까. 그토록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무엇에서 기인한 슬픔일까. 나에게 아델 노래가 슬픔이듯, 너란 존재 자체도 내게는 슬픔인 걸까.
너는 왜 웃고 있어도 그토록 우아하게 슬퍼서 일어서지도, 돌아서지도 못하게 만드는 걸까.
지는 꽃처럼 혼자 두는게 아련해서 너의 시간이 멈춰주기를, 누군가 지켜주길 자꾸만 기도하게 된다.
너에게서 몇 번의 연락이 왔다. 흔하지 않은 너의 이름은 분주하게 움직이던 나의 손과 호흡을 멈추게 한다. 그리고 이내 배가 아파온다.
이미 오래된 일이다. 나에게 남은 것 하나 없이 몸과 마음이 빈곤했던 시절, 모두가 떠난 것처럼 느껴졌던 그때에 너에게 열어 두었던 마음의 문도 함께 닫아버렸다.
그럴듯한 이유를 찾자면, 눈앞에 마주한 현실과 싸워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대단할 것 없는 나만 그곳에 남겨졌다.
나를 특별하게 만들었던 선물들을 박스에 담고, 불을 꺼버렸다. 그렇게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은 사람처럼 다른 내가 되어 흔적 없이 살았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나 푸르른 초여름의 앞에서 너를 다시 만났다. 우리의 대화는 늘 그렇듯 다정했다.
하지만 나에게 빛나던 기억들이 너에겐 그저 지나간 시간으로 남은 듯해서. 이상하게도 그게 고스란히 느껴져서 대화의 끝마다 슬픔이 밀려왔다.
그날 이후 네가 오면 슬픔이 함께 오고, 이내 배가 아팠다.
그렇다고 나는 너를 거기 있으라 할 수도 없고, 더이상 나를 찾지 말라며 냉정할 수도 없다.
너를 모른척할 수 없는 내가 여전히 여기 있어서.
그래서 슬프고, 이내 배가 아프고.
행복한 일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또 그게 싫지가 않고.
그러다 보면 지난날의 그녀가 떠오르고, 그게 나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여지없이 슬프고, 배가 아프고 그러나 보다.
왜 너는 그저 평범한 누군가들처럼 그곳에 있지 않고 자꾸만 이곳에 와 걷고, 부르고, 그러다 돌아가기를 반복하는 걸까.
이미 가득 찬 너에게 가진 것 없는 내가 무엇을 줄 수 있다고.
어떤 도움이 되길래, 또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그러는 걸까.
네가 오면 슬픔과 환희가 함께 온다.
하지만 내 영혼의 방은 아직도 좁고 가난해서.
가진거라고는 별을 좋아했던 지난 기억 밖에 없어서.
그래서 슬프고 쓸데없이 배가 아프고 얄궂게 그러나 보다.
모든게 그저, 사랑의 환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