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4차 산업혁명이 강타한 금융계의 생존전략 I
신입사원 연수에서였다. 들뜬 마음으로 OT를 기다리고 있었던 40여 명의 공채생들 사이로 레크리에이션 강사분이 나오셨다. 강사분이 리드한 강의는 점점 활기를 띄어갔다. 아이스브레이킹 시간을 가지자는 강사의 리드에 따라 우리는 20분 동안 서로 다른 친구들의 정보 3가지를 적어서 그 친구에 대한 퀴즈를 맞히는 게임을 하게 됐다. 아무리 큰 강의실이라고 해도 40여 명이 여기저기 움직이니, 마치 그 공간이 작아지게만 느껴졌다.
수줍게 두리번거리던 여자 동기에게 다가갔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을까, 나는 갑자기 이 회사가 처음인지 궁금해졌다. 여자 동기는 신한은행을 다니다 왔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궁금해서 물었다. 아니, 금융계는 취준 순위에서 항상 탑에 위치에 있는 곳이 아니었던가? 어떤 이유로 인해 퇴사를 결심했는지 그 이유를 듣고 싶었다. 그러자 그 동기는 이렇게 말했다.
신한은행은 지금 5개의 지점들을 묶어 거점지점화를 만들고 있었고, 그 거점지점도 시간이 흐르면 지자체 하나에 하나 정도 둘 걸로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당장 자기가 다녔던 2년 동안 많은 지점이 통폐합을 하고 있었고, 그에 따라 고용에 대한 불안감과 은행업계에 대한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가만 보니 내가 요즘 얼마나 오프라인으로 은행에 갔는가를 생각해보니, 반년에 한두 번 될까 싶었다. 지금 회사에 오기 전에도 나는 다른 여러 회사에 재직을 했었지만, 신용카드조차 인터넷뱅킹으로 발급받아 사용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 여자 동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IMF를 겪으며 우리는 고용의 지속가능성과 안정성에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공무원과 공공기관이 급여에 비해 고용의 안정성이 보장되어 인기를 구가하게 되었지 않았는가.
그렇게 그녀가 퇴사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다시 한번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은행은 지금 경영혁신과 4차 산업혁명에 직격탄을 맞게 되었고, 오프라인 이용자 수가 급격히 급감하게 따라 지점을 적극적으로 줄이고 있다고 했다. 오죽하면, 정부에서 지나치게 빠르게 지점을 없앤다고 경고까지 했다고 한다. 증권업계는 더욱 심하다고 했다. 예전에는 증권맨이 직접 발로 뛴 정보로 투자를 했지만, 현재는 프로그램으로 안정적인 베이스를 지닌 수익을 통한 성과가 더 좋다고 한다. 알고리즘이 정교화될수록 사람은 주말마다 쉬어야 하지만, 그 프로그램은 밤낮없이 분석하고 데이터를 뽑아내어 다음 투자에서 수익을 발생시킨다고 한다. 게다가 과거에는 지류 증권을 사용했다면, 현재는 핀테크에 기반한 증권거래가 활성화되었으며 이로 인해 사람을 창구에 둘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어쩌면 증권업계야말로 소프트웨어 기업화가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렇다 보니 은행과 증권업계는 IT 기술자들이 대거 필요하게 되었고, 알고리즘 개발을 위한 통계학과와 수학과 출신들이 필요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 이 설비들을 관리할 인력들을 수급하기 시작했고, 해당 장비들에 대한 발주와 설치 등을 도맡을 프로젝트 매니저로 공대생을 찾기 시작했다고 한다. 신입들의 절반이 인문계생이 아닌 컴퓨터공학과, 산업공학과, 전자/전기공학과를 채용하는 현 상황이 발생했다고 한다. 앞으로 이 현상을 가속화되면 가속화됐지, 결코 예전과 같이 인문계생을 채용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 동기의 생각이었다.
맞는 말이었다. 기업은 이익집단이며 이익을 내기 위해 모인 공동체다. 영업활동에 있어서 고정비라고 하는 것은 영업환경이 좋던 좋지 못하던 고정적인 지출이 발생하는 항목으로 직원 급여, 퇴직급여, 복리후생비, 감가상각비, 무형자산 상각비 등이 있다. 은행과 증권업계는 현재 급변할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불필요한 인력비 감축을 하고 있는 것이다. 누가 필요 없는 사람들을 채용해서 써먹으려고 하겠는가? 너도나도 온라인으로 모바일로 은행거래와 증권거래를 하는 이 시점에 창구에 있는 직원들의 성과를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는가? 본인이 한 기업의 대표라고 한다면, 4차 산업혁명으로 비대면 생활이 편리해지는 현시점에 구태여 대면 서비스에 집중하자고 말할 수 있을까? 과연 은행/증권업계에서 오지 않는 지점을 위해 오프라인 마케팅에 예산을 투입할 필요가 있을까? 그 시간에 모바일/웹을 통한 온라인 마케팅에 집중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지점 고객 방문자수를 확인할 시간에 온라인의 유입수, 유입 요인, 평균 활동시간 등을 분석해야 하지 않겠는가. 어쩌면 우리는 이러한 패러다임의 쉬프트를 정면에서 목격하고 있지 않는가 싶다. 앞으로의 은행/증권업계는 지자체별 하나 혹은 두 개의 지점을 두고 그 외는 온라인으로 대응을 할 것으로 보인다. 대면 마케팅보다는 온라인 마케팅으로, 대면거래보단 비대면거래 위주의 상품개발에 힘을 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남들이 다 하고 있는 코딩을 배워야 할까? 아니다. 나는 취준 하는 친구들이 디지털 마케팅에 집중하고 인사이트를 가지는 활동을 했으면 한다. 코딩은 한순간에 배워지는 것이 아니고, 코딩을 위해 대학에서 전공을 한 사람도 있다. 다수가 코딩을 공부한다고 해도, 그로 인한 아웃풋에 과연 여러분이 만족할까 싶다. 코딩 연수를 받은 다수가 200만원 정도 되는 급여에 중소기업에 취직을 하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런 시간보다 숫자에 친해졌으면 좋겠다. 웹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사용자에 대한 분석력과 경쟁사 분석, 데이터 분석 능력 등을 기르라는 말이다. 그와 함께 이를 분석하여 얻게 된 인사이트를 토대로 하여 좋은 상품을 개발하는 그런 기획자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결국 마케팅은 온라인으로 거래는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이 상황에서 지점의 여신담당을 하는 창구직원이 된다면 그 미래가 밝을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편한 삼성페이와 카카오페이 그리고 신용카드 등의 활약으로 현금 없는 사회가 가는 대한민국. 하루에 현금을 몇 번이나 보는가? 우리에게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로 돌아가 새롭게 시작할 순 없지만,
현재로부터 새로운 결말을 맺을 순 있다.
- 카를 바르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