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기업과 학교의 미스매치 I
《왜 기업들은 공대생을 선호하는가?》는 총 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기업의 공대생 선호사례
2. 21세기 대한민국 인문계의 현상황
3. 공대생을 선호할 수 밖에 없는 사회적 배경
4. 현 시점, 인문계를 위한 기회모색
이번 포스팅은 챕터 3의 이야기로 브런치북 출판프로젝트 참가를 위하여 미리 작성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이전까지 우리는 기업에서 공대생을 선호하는 사례와 인문계의 현주소에 대해서 알아봤다. 각 대학에서는 문과계열의 학과를 통폐합시키고, 수능점수를 봤을 때에도 이과문과가 한참 차이날 정도로 문과에 대한 위상이 많이 추락했다. 도대체 왜 이런 상황이 되었을까? 무엇이 우리사회를 공대공화국으로 만들었는가? 지금부터 대학을 진학하거나, 취업을 앞둔분들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시는 분들 모두가 궁금해 할 기업들이 공대생을 선호할 수 밖에 없는 사회적 배경에 대해서 함께 알아보고자 한다.
우선 문과를 상경계열과 인문계열로 나눠볼 필요가 있다. 사전적으로 상경계열은 대학의 학과 중 경제학과, 경영학과, 회계학과, 세무학과, 무역학과 등 상업 활동과 관련된 학문들을 다루는 학과를 묶어 상경(商經) 계열 혹은 상경계통이라고 칭한다. 인문계열은 인문과학, 사회과학을 필두로 하여 인간 사회의 문화와 사회 질서 및 역사와 그 문화에 따른 언어학(영어, 한글)을 탐구 및 연구하는 교육 과정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상경계열의 경우 기업이 필요로 하는 분야의 학과지만, 인문계열의 경우 사회에 대한 철학과 언어를 탐구하는 연구분야이기에 어쩌면 기업 입장에서 비생산적인 분야다. 가장 먼저 상경계열보다 인문계열의 문제점은 산업화와 기업화의 어려움이다. 상경계열의 경우 그 분야가 은행, 증권, 금융 등에서 보험, 부동산 등까지 다양한 분야에 진출할 수 있고 또 이런 분야들이 많은 수익을 가져다준다.
즉, 상경계열은 맨파워를 기반으로 한 기업을 만들 수 있다. 기업의 현황을 읽고 숫자에 민감한 인재들을 모아서 펀드회사나 개인투자회사 등을 설립하여 자본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분야까지 상경계열은 취직 루트가 다양하다. 하물며 일반적인 기업에서도 회계나 재무제표, 경리 등 분야에서 꼭 필요로 하는 직원이 바로 상경계열이다.
하지만 다른 한 분야인 인문계열은 어떨까? 인문학은 우선 인간과 인간의 근원 문제, 인간과 인간의 문화에 관심을 갖거나 인간의 가치와 인간만이 지닌 자기표현 능력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한 과학적인 연구 방법에 관심을 갖는 학문 분야로서 인간의 사상과 문화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이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이 경험적인 접근을 주로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분석적이고 비판적이며 사변적인 방법을 폭넓게 사용한다. 분야별로 보면 역사학, 언어학, 예술사학, 철학, 종교학 등이 있다. 이 분야에서 산업화 또는 기업화를 이뤄낼 수 있는 요소가 많이 있을까?
신입사원 채용을 할 때도 인문계 전공에 관하여 기업들이 많을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그 이유는 직접적으로 직무와 매칭되는 학과가 많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에서는 일반사무직을 채용한 후 각 직무에 맞게 재교육을 실시한다. 아무리 우수한 신규 직원들을 채용했다고 하더라도 재교육을 위하여 한 달 또는 수달의 기간을 두어 교육하기 위해 힘쓴다. 상경계열과 달리 인문계열의 경우 기업과 전공의 매칭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따라서 직무재교육은 필수적인데, 다만 현업에서 사용되는 언어와 업무흐름에 대한 이해도를 끌어올리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만약 기업의 임원, 부장, 차장, 과장이라면 직무에 맞지 않는 전공자를 선호할까? 아무리 우수한 학점을 보유한 지원자라도 담당할 과업에 어울리지 않는다면 채용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인문계열 전공자를 채용하여 기업에서 활용하려고 한다면, 전공 자체가 기업에서 원하는 지식을 함양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업에서는 그 리스크를 안고 가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 부분이 기업과 학교의 미스매치가 일어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기업에서 인문계열을 채용한다면 인문계열에서도 기업의 영업활동과 관련된 언어에서 비롯되는 통역, 외국어로 된 계약서 작성 등의 어학계열을 채용할 것이다. 하지만 그 이외 전공은 사실상 기업에서 선호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분야의 전공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렇지만 인문사회계열을 전공한 학생들이 문제가 있다고 단정하기에는 어렵다. 단지 사회에 있는 수많은 기업들 속에서 인문사회계열은 기업들이 원하는 인력의 수요보다 과잉공급이 이뤄진다는 것이 현시점의 상황이 아닐까 싶다.
지금까지 인문사회계열을 꿈꿔왔거나, 이미 재학중이거나,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에겐 너무나도 가혹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에 포기하는 것은 미련하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해서든 좋은 결과를 맺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것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서 함께 탐구해봤으면 한다.
우리가 출발한 곳은 선택할 수 없지만,
그곳에서 어딜 향해 갈지는 선택할 수 있어
- 영화 '월플라워'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