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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stin Seo Sep 16. 2022

08. 경력 쌓기 더 어려운 일반사무직

I 수시채용, 경력채용의 부작용 I

요즘들어 경력직 채용과 수시채용이 대세를 이루는 것 같다. 얼마전까지 취업을 준비할 때까지는 대기업, 공기업 등 공개채용이 주를 이뤘다. 취준생 모두가 애절한 나머지 문어발식으로 지원서류를 냈고, 그러다 보니 주말마다 겹치는 기업 때문에 어떤 기업이 좋은지 검색하기 바빴다. CJ랑 한전 인적성이 겹쳤다던지, 현대랑 SK랑 겹쳤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수시채용으로 전환한 기업이 늘어나는 지금에는 공개채용시장이 얼어붙은 것 같다. 3년 전 SK를 필두로, LG, 현대 등 내로라하는 기업이 서둘러 수시채용으로 채용방식을 바꿨다. 세상이 급변하고 있고 다양한 직무의 사람들이 시기에 맞게 있어야지 뒤처지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에서 실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삼성만큼은 공개채용을 열어두고 있다. 다른 회사들이 한다고 해도 따라가지 않는 것은 뚝심있고 대단한 일이라 생각된다.


출처 : 모바일 한경 '정기와 수시...채용방식의 차이는'


또 하나 신기한 현상은 취준생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데, 수시채용으로 뽑는 사람을 경력직으로 채용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공개채용이 없어져 생신입이 되기 힘든데, 수시채용은 경력직을 뽑는다니... 많은 취준생들이 좌절하는 점일 것이다.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인원을 적극적으로 적재적소에 배치하기 위해 채용방식이 바뀌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겪는 우리는 참으로도 암담하다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 경력을 쌓는 것은 공대생들보다 일반사무직을 원하는 인문사회상경계 학생들이 더욱 어렵다는 것이다. 이전 글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서울에는 사무직 직장들 위주로 형성되었고 지방에는 공장들 위주로 포진하고 있는데, 그 좁은 취업문을 통해서 경력을 쌓고 더 좋은 회사로 이직한다는 점이다. 분명 취준생들이 원하는 기업은 대기업과 공기업 같은 급여와 복지가 좋은 곳일 텐데, 그곳에서 경력직을 채용할 때는 비슷한 '급'의 회사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을 원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공대생들은 지방에 있는 대기업 공장에서 근무하다가 수도권의 공장으로 일반사무직보다 수월하게 경력으로 이직할 수 있는 반면, 사무직을 준비하는 문과생들에겐 첫 단추가 참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편의점 알바의 캐셔 경험을 통해서 얻는 영업 센스로 대기업 영업사원 경력직으로 지원하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그렇다면 수시 신규채용은 어떨까? 문과생 신입이 수시채용에 지원하려 채용공고문을 보면 오른쪽에 직무를 기술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서 많이들 당황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문과생들의 전공과 기업에서 원하는 전공의 일치가 안되기 때문이다. 이전 공개채용에는 직무를 넓게 두고 두루두루 쓸 수 있는 일반사무라는 직군을 두고 사람을 채용해 왔다. 하지만 수시채용과 경력직 채용이 만연 해지는 지금에는 직무에 필요한 인원을 뽑아서 쓰겠다는 트렌드다. 그러다 보니 직무역량을 채용에서 많이 묻게 되는데, 문과생의 전공에는 그것을 나타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가령 일반사무직군이라고 하면 인사, 총무, 재무, 영업, 구매, 품질, 생산, 출하, 자재, 외주까지 굉장히 브로드하다. 만약 어학계열이라면 영업 중 해외영업에 지원 가능하고, 상경계라면 총무와 재무분야에 지원 가능하다. 물류학과라면 당연히 물류에 지원하겠지만, 철학과와 심리 그리고 인문학과는 다소 난해한 부분이 있다. 물론 전공과 매치가 되는 직무에 지원하더라도 학교생활에서 어떤 아웃풋이 있었는지 등 두드러지지 않는다면 기업은 신입 채용을 거두고, 다시 경력직을 채용할 것이다.



이렇다 보니 요즘 '이직 테크트리'라는 말이 생겼다. 처음에는 중소기업 사무직으로 취직을 한 후 이직 단계를 밟아가며 최종 목적지로 대기업으로 가는 방법이다. 한 번에 들어가는 신입 공개채용이 없어진 지금의 상황에서 문과생들이 어떻게든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경력을 쌓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분명히 시간을 많이 들이게 되고, 또 막상 중소 중견기업에서 일하다 보면 익숙해지는 나머지 취준시절의 느낌이 없어져 풀어질 수 있는 위험요소가 있다.


경력을 쌓을 기회는 주지않고 경력직으로 채용하고 싶은 기업들이 포진한 가운데, 모든 인문사회상경계열 출신들이 수도권에 있는 유명한 대기업과 공기업이란 작은 플레이그라운드에서 박터지게 싸울 수 밖에 없는 것이 일반사무직(문과생)들이 더 취직하기 힘든 이유인 것 같다.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사람들로도 가득하다.
-헬렌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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