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인력의 수요는 돌고 돈다.
《왜 기업들은 공대생을 선호하는가?》는 총 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기업의 공대생 선호 사례
2. 21세기 대한민국 인문계의 현상황
3. 공대생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배경
4. 현시점, 인문계를 위한 기회 모색
이번 포스팅은 챕터 4의 이야기로 브런치 북 출판 프로젝트 참가를 위하여 미리 작성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지난 10년 동안 공대생들조차 기피했던 업종의 기업이 어디인지 아실까요? 정말 의외라고 생각되겠지만 가만 보면 이해되는 업종일 텐데요. 이번 글에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인력수요는 돌고 돈다는 관점입니다. 지금 당장은 공대생의 수요가 많지만, 향후에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지금부터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방직, 채광, 토목, 건축, 조선, 원자력, 정유 이 일곱 개의 업종의 기업에 얽힌 히스토리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흥망성쇠인데요. 완전히 사라진 업종도 있고, 다시 재기를 위해 꿈틀거리는 업종도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빠르게 성장한 원동력에는 국가 주도산업이 있습니다. 건국 초기에는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방직, 라디오 조립 등 소공업으로 외화를 벌었습니다. 이후 박정희 대통령시절 중공업으로 대전환을 하기 위해, 석탄 채굴을 금지하고 석유화학과 철강에 집중하기 시작했죠.
소공업과 다른 중공업은 보다 큰 산업 규모로서 플랜트가 필요했고, 이를 위한 철강과 물류 이동 등 인프라를 위한 SOC가 필요했습니다. 결국 중공업을 키우다 보니 토목과 건축산업이 발달하게 되었습니다. 나라를 재건하고자 하는 굳센 국민의식이 중공업으로의 대전환을 환영하고 전투적으로 산업체제의 전환을 받아들였죠.
이런 현상의 반대급부로 채광으로 유명했던 강원도 정선지역과 섬유도시 대구의 하락세가 시작됐습니다. 반면에 포항과 울산, 부산, 창원 등이 성장했죠. 주로 경상도에 플랜트가 지어진 이유는 굴뚝산업이라는 부분에 그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편서풍 지대에 있기에 서해에 공장을 많이 짓게 되면, 그 공기를 국민이 마시게 되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이를 우려해 화력발전, 원자력발전, 대규모 플랜트를 최대한 해안선과 가깝게 그리고 한반도의 우측에 위치하게 설계를 한 것입니다.
이렇게 경상도에 공업화가 진행되다 보니, 수도권 인구의 이동이 원활해야만 했고, 물류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정부는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게 됩니다. 인구수가 늘어나니 기반시설과 주거난을 해결하기 위해 토목과 건축산업이 발달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정도 나라의 기초가 다져졌을 때 우리나라는 수출주도형 성장을 가속화합니다. 자동차, 조선, 정유 등의 산업에 승부수를 띄우게 되었습니다. 임금이 올라가는 시기였기에, 이제부터는 박리다매가 아닌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초창기 일본에서 기술이전받았던 차량에서 자체 개발로 성장하게 되고, 이를 다시 해외로 수출하며 해외를 벌어드리는 형태로 자동차 산업이 성장하게 됩니다. 조선소도 없이 배를 여러 척 수주를 했던 정주영 회장을 중심으로 현대, 삼성, 대우에서 적극적으로 조선업에 침투했습니다. 곧이어 세계 최고 조선국가로 성장했습니다.
자동차와 배에는 뭐가 필요할까요? 바로 기름입니다. 그렇게 정유산업에도 침투하여 고도화시켜 세계 최대 정유기업을 보유한 국가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많은 공장들을 가동하기 위해 필요한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두산그룹에서 원자력발전에 대한 기술을 정부와 함께 개발하여, 원자력 강국으로도 성장하게 됩니다.
100년도 안된 기간에 근현대사의 시대를 흔들었던 산업화를 이루게 된 것이 우리나라의 역사입니다. 우리는 항상 새로운 것에 대한 반발심보다는 신기해하고 받아들이고자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성장을 위해서 희생된 것도 분명 있습니다. 바로 도태된 업종의 산업입니다.
섬유기업들이 도산하고, 채광업체들이 산업의 전환으로 망했습니다. 잘 나가던 토목과 건축도 어느 정도 나라가 성장하니 시들시들해졌습니다. 아마도 과거와 같은 영광이 다시 찾아오기에는 힘들겠지요.
조선, 정유, 원자력은 어떨까요? 중국 정부의 조선산업 활성화로 어마어마한 예산을 투입합니다. 불과 10~20년 만에 중국에 추월하게 되었죠. 그러다 보니 조선사들이 망하게 되었고, 법정관리에 들어갔습니다. 타국의 추월이 우리나라 산업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이지요. 정유산업은 미래가 좋지 않다는 것이 자명합니다. 친환경의 적은 석유화학 에너지니까요.
원자력은 어떨까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원자력 기술을 보유한 두산중공업은 월드 리딩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친환경 물결 즉 그린웨이브를 유럽에서 만들었고, 독일 주도로 원자력산업은 친환경이 아니다고 EU 선언을 했습니다. 또한 때마침 있었던 지진으로 일본의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일어나서 원자력 반발 사회현상이 가속화되었죠.
어쩌면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조선, 정유, 원자력은 암흑기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해당 업종의 기업에선 도급사 줄도산, 급여 체불, 임금동결, 성과급 미지급, 인수합병 등 별별 얘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업종 다각화도 트렌드가 되었습니다. 정유사에선 수소, 태양광 등 산업으로 확장하려 했고, 원자력은 SMR로 변화되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어떤 이슈가 있나요? 조선소에 인력이 부족하다는 뉴스를 한번쯤 보셨을 것입니다. 지난번 조선소 도급사의 임금 관련 시위가 이슈가 되어서, 사건이 재조명되었죠. 저는 이 뉴스를 보면서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해 봤습니다. 산업의 인력수요는 돌고 돈다고 말이죠.
지난 십여 년간 조선업계는 불황을 맞닥 드리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조선업계에 취직하기 꺼려했을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조선학과에 대한 지원을 덜하게 되었을 것이고, 이것이 조선업계에서 인력을 수급할 수 없었던 배경이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지난 십여 년간 조선관련 학과를 졸업한 학생들 중 상당수가 전공과 연관된 기업에 취직했다는 통계자료가 있었습니다. 그 수치는 무려 95%였습니다. 즉, 조선기업의 인력수요는 그대로였지만 그 업종에서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없었다는 것이지요.
반도체 또한 다르지 않았습니다. 지난 현대 하이닉스 매각 때까지만 하더라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의심이 컸습니다. 하지만 대 IT시대에 접어들면서 반도체는 없어서는 안 될 상황이 된 것이죠. 지금은 당장 현재를 살아감에 있어서 공대를 진학해야 취직도 할 수 있기에 공대에 몰리는 국면이라 생각됩니다. 원시적 관점에서 본다면, 앞으로 공대전공의 졸업자들이 대거 배출될 것이고, 이는 공대생들에게 크나큰 악재가 될 것입니다.
지난 수년간 우리는 문과가 비전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이 입학하길 꺼려하고 있고, 여러 대학에서 인문학과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죠. 분명히 산업에서 문과생들의 수요가 있을 것입니다. 구직시장의 파이가 절대적으로 크지는 않겠지만, 결국 각 기업들의 관리조직과 관리자들을 인문계를 졸업한 학생이라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공대생은 커뮤니케이션에 취직한 부분이 있는 반면, 우리가 살아감에 있어 가장 중요한 커뮤니케이션과 관리스킬은 인문학과생들이 뛰어난 것이 분명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 분야에서 인사이트를 얻어 앞으로의 커리어 패스를 구체화시키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IT시대에 발맞춰 코딩을 배워 하급 기술자가 되기보다는 잘하고 앞으로도 잘할 수 있는 본인 분야의 전문성을 길러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댓글 부탁드립니다.
생명이 있는 한 희망이 있다.
실망을 친구로 삼을 것인가,
희망을 친구로 삼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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