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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진 Oct 03. 2020

여행에도 쉼표가 필요해_비토리오사

레몬 블루 몰타

마사슬록에서 택시를 타고 

몰타의 수도 발레타의 건너 마을 

비토리오사(Vittoriosa)로 향한다. 


띄엄띄엄 오는 버스를 타봤자 

발레타로 가는데 1시간 이상 걸리고 

또 거기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니,

시간을 아끼기 위해 자본을 소비하기로 한다.  

이는 내 여행의 규칙 중 하나다. 

가능한 비싼 교통수단은 이용하지 않지만 

시간 절약이 확실해 보이면 

비행기든 택시든 과감하게 이용한다. 



택시 기사는 나를 어느 광장에 내려놓았다.

이곳이 비토리오사라 하니 그런 줄 알겠다. 


이미 발레타의 어퍼 바라카 가든에서 

뱃길 하나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 있는

쓰리 시티즈(Three Cities)를 확인해 둔 터. 



골목 어느 벽에 붙은 사인을 보고 

이곳이 그랜드 하버임을 알겠고 

뱃사공 아저씨의 눈길에서 

'보트 투어 하시쥬~' 라는 뜻을 읽어 냈지만

못 알아들은 척 고개를 돌리고 

발길 가는 대로 좁은 길을 따라 걷는다. 



돌멩이처럼 흔하게 놓인 대포는 

이곳 역시 중세 기사단과 

이슬람교와의 전쟁과 관련 있는 

요새 도시임을 짐작케 하고 

정박해 있는 요트들은 

기사단의 후예들이 누리고 있는 

풍요로움을 느끼게 한다. 


쓰리 시티즈는 이곳 비토리오사와 

센글레아(Senglea), 코스피쿠아(Cospicua), 

이렇게 세 도시를 지칭하는 데

모두 본디 이름을 버리고 개명했다.


이중 비토리오사(Vittoriosa)는 

원래 비르구(Birgu) 라는 이름이었는데 

몰타 기사단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빅토리우스(Victorious)라는 뜻의

비토리오사(Vittoriosa)로 이름을 바꿨으나 

몰타 시내버스 정류장의 행선지 표시에는

아직도 Birgu라고 쓰여 있다 한다. 



세 도시를 짧고 빠르게 여행하는 방법은

전기차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들었다. 

그러나 나는 비토리오사만 돌아볼 생각이었기에 

그냥 저렇게 생겼구나~ 하며

나를 쳐다보는 듯한 전기차의 헤드라이트와 

눈싸움 한 판을 벌리면서 지나친다. 

사실, 운전이야 할 수 있겠지만

어디에 주차해야 할지 골치 아플 것 같다. 



어디로 갈지 내게 알려주지 않고 

제 멋대로 가던 나의 걸음은  

포트 안젤로 (Fort st Angelo)에 닿는다. 


포트 (Fort)는 요새라는 뜻. 

그렇다면 이곳은 전쟁터였겠고 

성 안젤로는 또 누구신가 찾아보기 귀찮다. 


휘적휘적 둘러보니 그냥 척 봐도 요새.

역시 대포는 흔하게 널렸고 

무슨 설명은 많이 쓰여 있는데 

내 머릿속의 지우개는 영어 단어만 골라 지웠으니 

무슨 뜻인지 하나도 모르겠고 

날은 덥고, 나는 지쳐 간다. 



내부 전시실 구경을 하다가

중세 때의 모습을 재현한 배의 돛을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것을 보고

'우와~ 기발한데~'라며 감탄해 주고 

포트 안젤로 모형을 보면서 

며칠 전에 봤던 임나드라 신전 모형을 떠올리며 

'그냥 모형을 보는 게 낫겠다'라고 투덜댄다. 



요새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지나쳐온 그랜드 하버와 지중해를 바라 보다가 

문득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내가 지쳤음을 알았다. 

짧은 시간에 너무 달린 듯하다. 

낯선 곳의 두려움과 설렘을 즐기고 

멋진 사진을 많이 찍는다 해도 

여행이란 기본적으로 '쉼(休)'인데,

나는 지금 쉬지 못하고 있구나.

여행을 하고 있는지, 전투를 하고 있는지... 



요새에서 나와 발레타로 가는 

페리 선착장으로 간다. 

선착장으로 가는 길에 만난 항구는 아름답다. 


코펜하겐의 늬하운, 

암스텔담의 운하, 

베네치아의 물길이 스쳐 지나간다. 

모두 그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지만

몰타에서 만난 지중해의 블루는

왜 그리 특별하게 보일까? 


 


발레타(Valletta)로 돌아왔다. 

어제까지 머물렀던 호텔로 돌아가 

맡겨 둔 짐을 찾아들고는 

고조(GOZO) 섬으로 갈 예정이다. 


비토리오사에서 보낸 몇 시간은 

이번 몰타 여행에서 짧은 쉼표로 친다. 


여행 중에도 '쉼(休)'이 필요한 것 같다. 


고조(GOZO) 섬에서는 

풍수해로 사라진 아주르 윈도 터, 

블루 홀, 람라 베이, 주간티아 신전 등을 보고

무엇보다 코미노(Comino) 섬 여행을 

손꼽아 기대하고 있다.  



***여행팁톡(Tip Talk)***


□ 편도 택시 (마사슬록→비토리오사) 

- 25 유로 (약 3만4천 원) 

 

□ 포트 안젤로 (Fort St Angelo) 

- 입장료 8 유로 (약 1만1천 원) 

  ※ 2 Days 티켓, 멀티 사이트 티켓 등

      다양한 요금제 


□ 편도 페리 (비토리오사→발레타)

- 5분 거리,  1.5 유로 (약 2천5십 원) 

  ※시간대에 따라 요금 차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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