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어에서 심판으로, 심판에서 고백으로
― 방어에서 심판으로, 심판에서 고백으로
사랑이 무너질까봐, 질서를 불러왔다.
사실은 사랑을 지키고 싶었던 방어기제들을 위하여.
그리고 나는, 이제야 압니다.
당신이, 큰 말의 힘을 가지려 했던 까닭은
당신이 사랑하는 세상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당신이 만든 질서도, 당신이 만든 이야기들도,
모두 소중한 존재를 위한 방어였음을.
방법을 몰랐기에,
소중한 존재를 지키는 것이
질서를 세우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만들었습니다.
무서운 심판자를,
반드시 처벌해야만 하는 악독한 죄인을.
내 삶이 이렇게 지옥 같다고 느껴진 이유는,
나 때문이 아니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내가 소중한 사람을 잃은 까닭은,
내 탓이 아닌, 남의 탓이어야 했습니다.
그들이 나를 버린 이유도,
내 책임이 아니어야 했습니다.
내 지옥은,
내가 만든 것이 아니어야만 했기에—
나는 죄인을 만들어야 했고,
심판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그리하여 나는, 그리고 너는,
그 질서 안에서—
우리가 규정한
죄와 벌, 선과 악,
양극단에 머물 수 있다면,
영원히,
그 모든 것이 나의 탓이 아닐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극적인 요소들을 끌어와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법을 만들었습니다.
죄목을 만들었습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랑을,
이해하려면—
질서가 필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우리를 위한 것’이라 믿으며.
그러나,
내가 지키고 싶던 것이
결국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나서야,
잿속에 남겨진 내 손더미 위의 파편을
비로소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질서였음을.
내 욕망과 불안을 위한 것임을.
진부하게도,
나는 그것을 늘 그렇듯,
늦게서야 깨달았습니다.
내가 만들어 온—
심판의 지옥이라는 세트장 안에
가장 요란하고,
가장 소란스럽고,
가장 자극적으로,
그리고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이유는—
외람되게도,
나의 지키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나의 약한 부분을,
나의 모자란 부분을,
그리고
내 소중한 이들의 치부와 체면을,
그리고,
그런 우리가 쌓아올린 질서들을.
겹겹이,
두려움을 갑옷처럼 두르고
전장에 나서는 장군처럼,
그렇게,
나를 보호하고,
나의 사람들을 보호하고,
다른 끝에 있던 당신을,
처벌해야만 했습니다.
그것이,
우리를 보호할 수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에.
【공명하는 인류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