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아라 Oct 26. 2024

준비 후 그린 그림

지난주 본가에서 책상 서랍 속 작은 물건을 보며 문득 그림을 그리고 싶었고 그림을 그렸다. 


이번에는 신기하게도, 그림을 그리기 전 그림 제목이 떠올랐다.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다가 문득, 이 그림의 제목은 '어디서든 잘할 것이다'로 정하기로 한 것이다. 


흩어진 재료와 흰 종이를 한동안 바라보다 여기저기 종이 위에 놓았다가, 뺐다가, 한 개의 색연필로 색칠을 해보다가, 여러 개를 움켜잡고 색칠을 해보다가, 붙이고 떼고, 바느질을 하고, 칼집을 내고, 끼우고, 선을 긋고 연결하다 더 이상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후련했다. 잘 그렸다는 만족감이 아닌 홀가분한 마음이 들면 거기서 완성이다.  


종이 위에 무언가로 가득 채웠지만 그 무언가를 내 마음에 채우고 싶은 마음인지는 모르겠다. 


끔찍한 대화 따위 잊기 위해 그렸지만 아마도 이 그림 '어디서든 잘할 것이다'를 볼 때마다 끔찍한 대화가 생각날 것 같다. 


그러든지 말든지, 나는 '어디서든 잘할 것이다' 




이전 28화 그림 그릴 준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