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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영 Jul 13. 2023

칭찬의 효용성

표현이 서툴러 싸우고 화해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언제부터 표현에 덜 인색해졌더라 고민했다. 아마 김이나 작가의 책 중 악플에 관한 내용에서 '다정한 사람들은 댓글을 쓰지 않아요'라는 구절을 읽은 후부터였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악플의 내용은 잊힐지언정, 아팠던 기억은 남는다. 내가 친 바닥의 차가운 느낌은 선명히 떠오른다.


"아쉬운 건 다정한 사람들은 말수가 적다는 거다. 말을 하기보다는 듣는 게 익숙한 사람, 누군가를 향한 마음을 풀어헤치기보다는 품어 버릇하는 사람들. 이는 다정한 이들이 가진 특성이다. 굳이, 어딘가에, 나의 마음을 글자로 쓰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혹시 악플에 상처받는 이들을 보고 마음이 아파본 적이 있다면, 좀 더 요란스럽게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말들을 써보기를 부탁한다. 그 한마디가 어쩌면 소중한 그 누군가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구절을 읽으면서 처음 느꼈던 감정은 죄책감이었다. 다정한 사람들의 댓글이 더 많아져서 악플도 흐려졌다면 어떤 사람의 선택은 달라졌을 수도 있을까.


이전까지 나는 유튜브도 뉴스에도 댓글을 한 번도 달아본 적이 없었다. 당연히 모든 콘텐츠에 좋은 댓글을 써야 할 필요는 없지만 나는 누구를 욕 한 적도, 공격한 적도 없는데 다른 사람들은 왜 저럴까라고 상황을 멀리서 바라만 보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게 능사가 아니었다는 걸 제야 알았다. 연예인에 대해서, 사실은 여성운동도 그랬다. 좁은 인간관계 속의 다정에 자위하며 살았던 게 부끄러웠다. 직접적 연관이 없는 대상에게 내 호감을 드러내놓는 게 어떤 의미가 될 거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기도 했다. 괜한 가식처럼 보일까 걱정하기도 했다.


책을 읽은 후부터 소소하게 댓글을 달아보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가수나 댄스팀 영상에 응원이든 칭찬이든 내가 좋아하는 점을 서툴게나마 열심히 썼다. 어차피 빈말은 못하는 사람이어서 싫어하던 가식은 꾸며낼 수 없어 다행이었다. 그냥 작게나마 당신을 좋아하고 응원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있다고 말하자 싶었다.


그리고 그게 주변 사람들에게도 같아졌던가 싶다. 다들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고 아프더라도 어떤 순간에는 잠깐 스쳐간 말이라도 작은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그런 생각으로 말을 건넸을 뿐인데 고맙다는 말을 듣고 애정의 말을 돌려받기도 하면서 나도 조금이나마 다른 사람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던가 보다. 내 행동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아서 소시민일 뿐인 나라도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


이제는 칭찬에 꽤 익숙해졌다. 칭찬의 말을 건네는 일은 내게도 좋은 일이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어도 웃어서 행복해진다는 말처럼, 애정을 표현하면 비로소 세상에 그 마음이 뿅 하고 더 생기는 느낌이랄까? 내 안에 갇혀 있던 애정이 세상에 나와서 주변을 채우게 되는데 그게 큰돈이나 엄청난 열정이 필요하지 않은 거다. 가성비 짱인 거지(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쓰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생각보다 자기 장점을 모르는 사람이 많기도 하고 그걸 다른 사람의 말로 듣는 건 또 다른 의미를 갖기도 한다는 것도 이제야 느낀다. 작년에는 사랑한다는 말을 잘하는 친구를 만나서 주변을 사랑으로 채울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 거창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행복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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