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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사 Jan 24. 2023

생각의 탐험

다양성의 시대에는 통섭적인 인재가 필요합니다.

최근 최재천 교수님의 책을 읽는 재미에 흠뻑 빠져 있습니다.

최재천의 공부’,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다르면 다를수록’에 이어,

‘생각의 탐험’을 읽었습니다.

계속해서 복잡성이 강화되는 시대에, 다양한 것을 포용하며 살 수 있는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을 생각해야 하는지 알려준,

‘생각의 탐험’의 통섭적인 이야기들을 적어봅니다.


[생각의 탐험 _ 최재천 지음 _ 움직이는 서재 출판사]


1) 지구 온난화

 생물 다양성이 줄어드는 이유는 대개 지구 온난화로 인한 갑작스러운 기후 변화 때문입니다. 특히 기후 변화는 일반인들조차 일상생활에서 직접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합니다. 예전보다 기온이 올라가고 내려가고, 비가 와야 하는데 오지 않거나 너무 많이 오는 등 살아가는 환경이 갑자기 바뀌어 버리니 적응을 할 수가 없어서 점점 개체 수가 줄어들게 되는 것입니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북극에 있는 빙하가 점점 녹아버려 얼음으로 된 섬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게 되고, 얼음 섬 사이를 헤엄쳐 다니던 북극곰들은 갑자기 너무 먼 거리를 헤엄치게 되어 그만 익사해 버리고 만다는 뉴스를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겁니다.


2) 몰락한 문명의 이유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석학 제러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집필한 <총,균,쇠>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 교수는 유라시아가 인류 문명을 견인하게 된 이유를 설득력 있게 설명합니다. 그리고 이 교수는 최근 저서 <문명의 붕괴>에서 한때 화려했지만 이제는 사려져 버린 마야, 바이킹, 이스터 등의 문명이 몰락한 이유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결론은 지극히 간단하고 명확했습니다. 몰락한 문명은 한결같이 자연환경을 파괴하면서 나아간 것이지요. 물론 그것이 유일한 원인은 아니지만 대개 그러했습니다.


3) 콩코드 효과

 과거 프랑스에서 초음속 여객기인 콩코드를 개발할 때 미국과 영국은 그것을 지켜보다 안 되겠다 싶어 발을 뺐습니다. 그러나 프랑스는 투자한 돈이 아까워 발을 빼지 못하다 나중에 엄청난 손해를 보았지요. 이것을 모티프로 진화생물학에 ‘콩코드 효과’라는 말이 생겼습니다. 진화 과정에서 자신이 투자한 것이 아까워 그 상태로 머물다 보면 멸종하고 만다는 말입니다. 동물들은 무엇을 하다 잘못됐다고 판단하면 그 순간에 바로 빠져 버립니다. 그런데 인간은 생각이 많은 동물이라 투자한 것에 미련이 많고 쉽게 손을 놓지 못합니다.


4) 벨크로(Velcro)의 발명

 의생학을 활용한 쉬운 예로는 우리 가방이나 옷, 신발 등에 많이 사용하는 벨크로(Velcro)의 발명이 있습니다. 편한 말로 찍찍이라고도 하지요. 이것은 스위스 사람인 조르주 드 메르스탈(George de Mestral)이 산우엉의 씨를 보고 이를 모방하여 만든 것입니다.

 메르스탈이 어느 날 숲에서 사냥을 하고 돌아왔더니 옷에 산우엉 씨가 가득 붙어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것을 떼어내려 하는데, 생각보다 잘 떨어지지 않는 것이었지요. 이에 의문을 가지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씨에 작은 갈고리가 달려 있었다고 합니다. 갈고리를 이용해 동물의 털에 달라붙어서 먼 곳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진화한 것입니다. 메르스탈은 이를 응용하여 찍찍이라고 하는 벨크로를 만들었고, 현재 이것은 우리 생활 곳곳에서 유용하게 잘 사용되고 있습니다. 의류나 잡화 등에는 물론이요, 인공 심장의 심실을 접하는 데까지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5) 통섭형 인재

 통섭(統攝)이라는 말은 원효대사의 말에서 빌려온 단어로,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 교수의 책 <컨실리언스(Consilience)>를 우리말로 번역한 것입니다. 단어의 뜻은 줄기 ‘통(統)’과 잡다‘섭(攝)’이라는 한자를 합쳐 큰 줄기를 잡다하게 다루는 것, 즉 ‘전체를 도맡아 다스리다’는 뜻이 됩니다. 이제 통섭은 바람직한 미래 학문 형태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자연과학과 인문과학, 사회과학이 각자의 지식을 융합한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지요.


 세상은 자꾸만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인간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그만큼 어려워지고 있지요. 한 사람이 나서서 해결할 수 있을 만큼 성격이 간단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에 접근하려면 결국 통섭형 인재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통섭형 인재는 이것저것 조금씩 잘하는 팔방미인이 아닙니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 하나가 확실하게 있되, 다른 전문 분야에도 충분한 소양을 갖춰 그들과 공동 연구를 할 수 있는 인재를 말합니다.


6) 과제와 출제의 차이점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떤 과제가 주어졌을 때 이것을 제법 잘 해냅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만들어 팔자’라는 과제가 있다면 온갖 기술을 동원하고, 그럴듯한 디자인까지 잘 뽑아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자동차는 세계 여기저기에서 적당한 가격으로 잘 팔리고 있지요. 그런데 여기에서 입장을 바꿔 직접 과제를 ‘출제’해야 할 때는 갑자기 맥을 못 춥니다. 우리나라 삼성, LG 같은 기업들은 다 핸드폰을 만들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가 새로운 개념의 스마트폰을 들고 나오니 전 세계가 자지러지고, 우리 기업들은 뒤늦게 그 제품을 따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누군가 시작한 것을 후발로 따라 하거나 소속되어하는 일은 잘합니다. 기술력이나 성실성은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지금껏 세상에 없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없던 개념을 창조하는 것까지는 가지 못합니다. 과제는 잘하지만 출제는 못 하는 만년 대학원생이라고 할까요.


7) 사교육의 폐해

 경주마를 키울 때 첫 몇 경기만을 위해 말을 괴롭혀 가며, 심지어 약물까지 투여해 가며 기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 말들은 한두 경기를 뛰고 나면 여지없이 몸이 망가져 도태되고 맙니다. 사교육은 오로지 처음 몇 경기만을 위해 무리해서 말을 조련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제는 경쟁에서 승리하는 법이 아니라 어울려서 살아가는 법, 변화에 적응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 70년을 버틸 수 있습니다. 혹독한 조련으로 수명이 짧은 단거리 경주마를 길러내는 일은 이제 그만두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이미 세상의 변화에 맞출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제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어야 합니다. 부모들은 20년도 더 된 낡은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있습니다. 심지어 키도 아이들보다 작으면서 아이들 뒤에 완장을 차고 서서 ‘이리 가라, 저리 가라’하고 지시를 해 댑니다. 많이 배운 엄마들일수록 아이를 잡는 데 쓸데없는 에너지를 쓰지 말고 사회로 나와야 합니다. 그리고 부모의 잣대로 이리 살라, 저리 살라 지시하지 말고 아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제는 그들의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8) 통섭적 삶을 위한 독서

 통섭적 삶을 사는 방법으로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독서입니다. 독서는 지식을 얻는 데 가장 편리하고 좋은 방법입니다. 무엇에 대해 알고 싶을 때마다 대학에서 몇 번이고 공부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에 나가게 됐을 때는 누구나 초보입니다. 경력자가 아닌 이상에야 당연한 일이지요. 그래서 선배 직장인들이 그를 하나하나 가르칩니다. 그리고 천천히 실무 경험도 쌓으면서 일을 배워 갑니다.


 통섭적 삶에서는 책이 바로 사수입니다. 한 권 두 권 책을 읽어 가며 배우고 덤비는 것이지요. 어떤 분야에 대해 이야기할 때 책을 한 권도 안 읽은 사람과, 두 권이라도 읽은 사람의 태도는 다릅니다. 또한 독서는 직업을 대여섯 번이나 바꿔야 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가장 스마트한 전략이기도 합니다. 낯선 분야에서 일을 해야 할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그 분야와 관련된 책을 읽는 것입니다.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이 있는 것만으로도 일이 무섭지 않고, 자신감도 생기기 때문이지요.


9) 생태 효율

 ‘생태 효율(Ecological efficiency)’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연계 먹이사슬 중 하위 단계에서 상위 단계로 전달될 때 유용한 에너지가 얼마나 위로 올라가는지 효율을 따져 이르는 말입니다. 먹이사슬 구조를 보면 1차 생산자에서 2차 생산자로, 2차 생산자에서 3차 생산자로 올라갈 때마다 전체 에너지의 10퍼센트씩만 남게 됩니다. 즉 에너지 효율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상위에 있는 육식 포식자가 늘어나고 식사를 많이 할수록 생태계에 큰 부담이 됩니다.


10) 한국의 대학생 vs 미국의 대학생

 한국의 대학생들은 수학(修學)에 장애가 많습니다. 대학 입학을 위해 수학능력시험을 치르지만 수학능력은 커녕 학습 방법에 대해서도 유치원 아이보다 못한 수준에 멈춰 있습니다. 역사학과 학생에게 물리학 강의를 들어 보라고 하면 10분도 지나지 않아 ‘저게 무슨 소리야?’하면서 뛰쳐나갈 것입니다. 반대로 화학과 학생을 영문과나 철학과 강의실에 앉혀 놓으면 수업 내내 하품만 할 것이 분명합니다.


 반면 미국 학생들은 전과(轉科)를 밥 먹듯이 합니다. 미술학과 학생이 화학과로 갔다가 다시 정치학과로 과를 옮기기도 하는데, 그렇게 전공을 바꾸면서도 큰 어려움을 겪지 않습니다. 그것은 공부하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아이들은 고등학교에서 어느 분야로 진학을 하든 어떻게 공부해야 한다는 것쯤은 배우고 대학에 옵니다. 여러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용어와 이론을 배우고 들어오기에 얼마든지 다른 분야의 공부가 가능합니다.


[책장을 덮으며]

 참으로 다양한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변호사는 물론 회계사, 변리사, 노무사와 같은 사람들도 있고, 개발자들도 각 개발 분야별로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분명 각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전문가라면 이 사회는 어떻게 될까요? 각자 자기의 전문 분야 범위 내에서만 의견을 이야기하게 될 것이고,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닌 분야에 대해서는 의견을 주기 어려울 것입니다. 현대 사회는 점차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어느 특정 한 가지 분야의 지식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따라서 각 분야의 문제를 종합하여 방향을 잡아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더 나아가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더 긴 안목에서 과제를 제시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결국 일은 각 전문가가 하는 것이지만, 그 전문가들이 조직의 목표를 위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리더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통섭의 리더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전문가는 우수한 실무자가 될 수 있지만, 최고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통섭의 시야를 가진 리더가 필요합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를 뛰어넘어 보다 넓은 시야를 갖춘 리더가 필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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