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어떻게 최고의 기업이 되었나?
한참 쿠팡에서 열심히 일하던 시기에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누가 보면 쿠팡 주인인 줄 알겠다."
당시 제가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회사의 직원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는지?
다소 의아하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앞선 글에서 쿠팡의 주인의식(Ownership)에 대해 알아보았으니,
이번 글에서는 쿠팡은 어떻게 구성원들에게 주인의식을 갖게 했는지?
제가 생각하는 이유 2가지를 설명해 보겠습니다.
일반적인 회사에서 '주인의식을 가져라'라고 말하면 냉소적인 반응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첫째,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거의 (또는 전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과
둘째, 보상이 워낙 주인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많고 (=업무 처리에 주도성을 가질 수 있고),
성과에 따른 충분한 보상이 있다면,
구성원들도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다는 뜻이 되기도 합니다.
쿠팡의 구성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게 된 첫 번째 이유는 권한위임(Empowerment)입니다.
일반적인 회사에서는 '지시 → 보고 → 승인' 절차로 업무가 진행됩니다.
즉, 상사가 시킨 일을 해야 하고, 시행하기 전에는 상사에게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승인받지 않은 상태에서 일을 하다가는 "당신이 책임질 거야?"라는 불호령을 들을 수 있습니다.)
쿠팡에서는 '문제인식 → 설명(공유) → 시행' 절차로 업무가 진행됩니다.
물론 예산을 사용해야 하는 회계적인 분야에 있어서는, 회계상 승인절차가 진행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업무의 시작점이 상사의 지시가 아닌, 담당자 스스로의 문제인식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보고를 통해 상사를 설득하는 것이 아닌, 설명을 통해 관련된 구성원(co-worker)들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공유한다는 점도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회사에서 승인된 계획대로만 업무를 시행하는 것과 달리,
쿠팡에서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담당자가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을 통해,
쿠팡의 임직원들은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쿠팡의 임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게 된 두 번째 이유는 보상(Compensation)입니다.
'월급은 임직원이 회사를 그만두지 않을 최소한의 금액보다 조금 더 주는 것이다.'
라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월급이 짜다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고어사전을 뒤적이다가 월급을 뜻하는 영어 단어 'salary'가 'salt', 즉 소금에서 유래했다는 문장을 읽고 굵게 밑줄을 그었다. 로마 시대에는 군인들에게 소금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아, 월급이란 필연적으로 짤 수밖에 없는 것인가! 오래전 어느 월급날 소금을 지급받은 로마 병사들이 삼삼오오 광장에 모여 "이번 달도 짜네! 짜!"라고 불만을 터뜨렸을 모습을 상상하니 피식 웃음이 터져 나온다.
- 사랑은 내 시간을 기꺼이 건네주는 것이다 _ 이기주 지음 _ 황소북스 출판사 -
하지만 쿠팡은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회사들이 채용하는 포지션에 맞는 연차와 연봉 대상자를 채용한다면,
쿠팡은 그 사람의 역량에 맞는 Job Level과 연봉을 부여합니다.
또한 성과만 좋다면, Level이 낮은 사람이라도 Level이 높은 사람보다 더 많은 연봉과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본인이 올해 또는 내년에 받을 수 있는 연봉이 제한되어 있는 일반적인 회사들에서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기 쉽지 않겠지만, 쿠팡에서는 좋은 성과를 낸다면 그에 맞는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인의식을 갖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제가 쿠팡을 떠나 새로운 직장에서 겪었던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저의 조직장이 주변 조직장들에게 '제가 쿠팡에서 왔다는 이유로 우리들(=주변 조직장) 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고 있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고 다녔다는 점이었습니다.
쿠팡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이야기이고, 공공연하게 이와 같이 타인의 연봉정보를 누설했다면 되려 징계를 받게 될 사안이었지만, 결국 새로운 직장에서는 주변 사람들의 시기와 질투를 받고, 사람들의 가십거리에 오르내리는 일이 벌어지곤 했습니다.
쿠팡은 우수한 인재들에게 그에 맞는 보상을 합니다.
더 높은 사람보다 더 많은 보상을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심지어 창업자도 회사에 꼭 필요한 인재라면 본인보다 더 좋은 대우를 해주고 영입을 합니다.
(관련기사 : 쿠팡 최고기술책임자, 김범석 의장보다 보수 더 많아 _ 경향신문 2021.02.15)
이뿐만 아니라 쿠팡은 스톡옵션을 받지 못한 계약직 직원은 물론, 정량적인 업무로 눈에 띄는 성과를 도출해 내기 어려운 현장직원들에게도 주식을 부여했습니다.
(관련기사 : 쿠팡 계약직 직원도 주식받는다 _ 파이낸셜뉴스 2021.02.15)
즉, 모든 구성원들이 주식을 소유한 주인이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현장직원들은 2년에 걸쳐서 200만원 밖에 받지 못한다.' 또는 '생색내는 수준에 불과하다'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본급, 성과급 외에 추가적으로 주식을 지급한다는 의사결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쿠팡의 임직원 수가 스톡옵션 추가지급시점에 이미 6만 명을 넘은 상태에서 결정한 것임을 생각해 보면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말합니다.
'성과에 맞는 보상을 해주면 그에 맞는 일을 하겠다.'라고.
하지만 쿠팡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성과를 내면 그에 맞는 보상을 해주겠다. 당신이 주인이 될 수 있도록'이라고 말이지요.
'역발산기개세(力拔山 氣蓋世)’를 뽐내던 항우가 왜 무너졌는지 아는가? 그는 최고의 지략과 용맹을 갖춘 데 더해 평소 부하를 끔찍이 아끼는 덕장(德將)이어서, 부하들이 죽기 살기로 그에게 충성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덕장 항우가 정작 논공행상을 할 때는 부하들에게 나눠줄 봉토가 아까워 벌벌 떨었다. 그런 모습에 부하들은 믿음을 거뒀고, 절체절명의 순간에 누구도 그의 편에 서지 않았다. (P.310)
- 제대로 시켜라 _ 류랑도 지음 _ 쌤앤파커스 출판사 -
쿠팡의 구성원들이 이와 같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을 하는 환경이 유지되는 한,
쿠팡은 계속해서 성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