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어떻게 최고의 기업이 되었나?
쿠팡을 공격하는 이야기 중 하나는,
'쿠팡에는 외국인이 너무 많다'라는 것입니다.
저도 쿠팡에 근무할 때에는 쿠팡에 근무하는 외국인이 너무 많은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물건을 판매하고 물류를 운영하는 기업인데, 한국 실정을 모르는 외국인들이 너무 많은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외국인들은 대부분 High Level인 경우가 많아서 한국사람들은 열심히 해도 올라가는 자리가 제한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쿠팡 전후로 한국의 전통적인 기업들을 다녀보니, 쿠팡에 외국인이 많은 것은 쿠팡만이 가진 최고의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다양성 때문입니다.
제가 다녀본 전통적인 한국의 기업들에는 상명하복 문화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임원의 말은 항상 맞아야만 했고, 직급이 낮은 직원일수록 "네, 알겠습니다."라고만 말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맞는 의견도 위사람의 의견에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정말 큰 결심을 하고 이야기해야 했습니다.
직장 상사와의 소통으로 고민을 토론하는 분이 있었다. 해외업무 특성상 영어로 말할 때는 당당하게 얘기를 하는데 우리말은 존댓말과 존칭어가 발달되어 있다 보니 우리말로 토론을 할 때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장유유서, 상명하복과 같은 뿌리 깊은 전통적 인간관이 지배적인 유교문화의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나이나 지위가 높은 사람이 항상 위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 어른의 대화법 _ 임정민 지음 _ 서사원 출판사 -
하지만 쿠팡은 주요 의사결정권자가 외국인인 경우가 많다 보니, "Yes, Sir."라고 말하는 사람보다,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직원들이 인정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되려 주요 의사결정권자가 한국의 실정을 잘 모르는 외국인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 역설적으로 다양한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가장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외국인은 학연이나 지연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오로지 문제의 원인과 해결방안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쿠팡은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회사에서는 본인보다 직급이 낮은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해 주는 경우를 보기 힘듭니다. 혹시 이야기를 듣더라도 "책임질 수 있어?"라며 내용에 대한 비판보다는, 오로지 책임여부를 가리기 위한 비난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쿠팡에서는 오로지 그 사람의 의견이 좋은지? 실효성이 있는지? 만을 생각합니다.
만약 Level이 높다고, 일방적으로 상대방의 말을 자르거나, 무시하는 사람이 있다면 쿠팡의 리더십원칙 'Disagree and Commit'를 위반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Disagree and Commit]
좋은 의사결정 뒤에는 언제나 건설적인 의견 대립이 있다. 리더는 동의하지 않을 때 그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이견을 제기하며, 인간관계에 연연하여 타협하지 않는다. 일단 결정이 내려지면 당초 의견을 지지했던 사람이나 반대했던 사람이 구분이 안될 정도로 성공적인 결과를 위해 함께 모든 역량을 쏟는다.
- 쿠팡 채용 홈페이지 내용 중 -
저는 공채 신입사원으로 회사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공채제도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애사심, 단합력'이 과연 기업의 발전에 얼마나 기여를 할 수 있는지? 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구심이 많습니다. 공채는 가장 창의성이 좋은 20대 중후반의 인재를 뽑아서, 회사가 원하는 일만 시키는 수단으로만 활용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쿠팡은 주로 경력직원들이 입사를 합니다. 쿠팡은 다양한 분야의 경력직 직원들이 모인 집단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다양성이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경력으로 입사한 직원들은 항상 새롭게 무엇인가를 시도해 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회사 업무도 고정관념에 휩싸이거나 기존 관습에 도취되면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무불만의 상황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이 최선이라는 생각을 하는 겁니다. 이때부터 발전이 없고 과거의 답습이 시작됩니다.
무불만의 상황에 빠지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고착화 또는 관습, 관행입니다. 관습과 관행의 근원을 살펴보면 과거의 선배들이 하던 방식을 아무 고민 없이 후배가 그대로 따라 하는 것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혁신전문가들에 의하면, 이렇게 고착된 관습적 업무 스타일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조직에 새롭게 입사한 사람들의 다른 시각과 관점을 수용하여 현재의 상황을 재해석하는 방 식이 가장 좋다고 합니다. 기존에 이미 존재했던 선배들은 지금이 최선이고 지급이 정답이라고 느낄 수 있지만, 새로운 사람들은 다른 관점에서 도전(Challenge)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선배들이 못 봤던 사항들을 들춰낼 수도 있습니다.
그로 인해 무불만의 상태가 불만족의 상태로 바뀌게 되고, 불만족의 상황은 지속시키고 싶지 않은 성질을 띠기 때문에 서서히 만족의 상태가 되기 위한 노력을 시도하게 됩니다. 개선이 시작되는 거지요.
- 시키지 마라, 하게 하라 _ 박종혁 지음 _ 시대인 출판사 -
쿠팡은 일방적인 업무지시를 하지 않습니다.
쿠팡은 토론을 통해, 업무의 방향을 정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의시간에 아무런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쓸모가 없는 사람으로 보이게 됩니다. 상사의 의중을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노트에 상사의 말을 받아 적는 일도 없습니다. 모두가 평등한 위치에서 열띤 토론을 합니다. A와 B라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더라도, 결론이 나오면 모두가 한마음 한 뜻으로 결정에 따릅니다. 물론 채택되지 않은 의견에서도 좋은 포인트가 있다면 모두 수용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견이 채택된 사람이 승리한 것도, 채택되지 않은 사람이 패배한 것도 아닙니다.
하버드대 학생들은 비판을 기다리더라고요. 심지어 자신의 의견을 비판하는 사람한테 "thank you"라고 말해요. 그리고 그 내용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습니다. 이런 학생들인 만큼 토론 수업을 참 좋아해요. 어떤 주제에 있어서 스스럼없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그와 다른 의견을 귀담아듣습니다. 토론 수업을 할 때면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학생들이 팽팽하게 맞서기도 하지만, 상대편의 반론을 자기 자신에 대한 공격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또 한 가지 특징은 상대의 말을 듣고 나서는 반드시 "okay"라고 말한다는 점이에요. 자기와 다른 의견일지언정 우선 존중의 뜻을 표하는 거예요. 그다음에 자신의 생각을 말합니다. 내 생각이 남과 다를까 봐, 혹은 틀릴까봐 걱정하지 않아요. 내가 틀려도 창피한 일이 아니고, 상대가 틀려도 비웃을 일이 아니에요. 자연히 어떤 의견이든 존중할 수밖에 없겠지요.
- 0.1%의 비밀 _ 조세핀 김 & 김경일 공저 _ EBS BOOKS 출판사 -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 모든 구성원이 동등하게 의견을 낼 수 있는 문화.
쿠팡이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