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인사 Sep 14. 2023

그만두겠습니다.

이직 3개월 만에 퇴직으로.

대훈이 자리에 앉자, 윤석이 의자를 당기며 대훈의 자리로 왔습니다.

"대훈님. 팀장님하고 성과면담하고 오신 거예요?"

윤석의 질문에 잠시 뜸을 들이던 대훈이 되물었습니다.

"윤석 님. 혹시 지금 잠깐 시간 되시나요?"


대훈과 윤석은 작은 회의실 한편에 마주 보고 앉았습니다.

윤석이 먼저 물었습니다.

"팀장님은 먼저 들어가신 거예요?"

"네, 면담 끝나고 먼저 퇴근한다고 하셨어요."

대훈이 대답했습니다.


"팀장님이 뭐라세요?"

윤석의 질문에 대훈은 숨을 가다듬고 대답했습니다.

"윤석 님. 아무래도 저는 여기까지 인 거 같아요. 저도 인사노무 업무하면서 많은 직원들의 퇴직을 경험했지만, 지금 저의 상황은 제가 다니고 싶다고 더 다니기는 어려운 상황인 것 같아요."

대훈의 대답은 예상보다 단호했고, 윤석은 팀장님께서 왜 이렇게까지 대훈을 내보내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약간의 정적이 흐르고, 대훈이 윤석의 눈을 보며 말했습니다.

"윤석 님. 고마웠어요. 윤석 님 덕분에 그래도 지난 몇 달을 잘 지낼 수 있었어요."




지난주 흥팀장과의 면담을 마치고,

대훈은 주말 동안 아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

'당분간 조금 힘들어도 회사를 퇴직한다'였습니다.


퇴직하겠다고 마음을 정하니,

되려 출근하는 그 마음이 어둡지 않았습니다.

흥팀장이 뭐라고 해도 이제는 전혀 주눅 들지 않을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흥팀장은 지난주 면담 이후로, 대훈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아니, 눈길을 주지 않는다기 보다는, 눈길조차 마주치지 못한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대훈이 다니는 회사는 한 달에 한 번씩은 전사 권장 휴무 제도를 시행했습니다.

대훈은 목요일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흥팀장에게 말했습니다.

“팀장님, 오늘 10분 정도 시간 내어주실 수 있으세요?”

흥팀장이 콧바람을 흥하고 내뱉으며 답했습니다.

“아, 네.. 뭐, 그러시죠. 이따 오후에 제가 말씀드릴게요.”


그렇게 퇴근 전 오후가 되었습니다.

흥팀장은 대훈에게 따라 나오라 이야기했고,

이번에는 사옥 뒤편이 아닌, 한강변 햇살이 밝게 비치는 사옥 앞쪽 흡연장으로 나왔습니다.


흥팀장은 지난주 면담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하지 않았습니다.

되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흥팀장이 담배 2대를 다 피우고 사무실로 걷기 시작하자,

흥팀장과 함께 걷던 대훈이 입을 열었습니다.

“팀장님, 지난주 금요일에 말씀하신 거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 그래요? 생각 정리하셨어요?”“ 흥팀장이 말했습니다.

“네, 팀장님. 이 회사에서 찾던 사람은 아무래도 제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이 회사에 적합한 사람을 뽑으실 수 있도록 제가 회사를 그만두겠습니다.”


대훈의 말을 듣자, 흥팀장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가식적인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가족 분하고는 충분히 상의하신 거예요?”

“네, 배우자와도 충분히 상의했습니다. 제가 그만두겠습니다.”

8층 사무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흥팀장이 대훈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습니다.

“다른 회사 알아보고 있어요?”

“네, 이제부터 알아보려고 합니다.”

대훈은 무덤덤하게 흥팀장의 질문에 대답했습니다.


대훈은 그렇게 이직 3개월 만에 퇴직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대훈은 이 시기를 잘 견뎌낼 수 있을까요?


(11편에서 계속)

* 이미지 출처 : '미생' 중

이전 09화 퇴직을 강요받은 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