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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 뻔뻔하게 살자

by 고석근

나를 위해 뻔뻔하게 살자


자존감 없는 사람들은 자신이 실수를 했다고 느끼면 삽시간에 기분이 바닥을 치거나 자신이 초래한 궁지를 다른 사람의 잘못인 양 화를 낸다. 반면에 자존감 넘치는 사람들은 실수를 했어도 다시 하면 된다는 걸 알기에 기분이 상하기는커녕 의욕이 펄펄 끓는다.


- 데이비드 시버리,『나는 뻔뻔하게 살기로 했다』에서



어릴 적 부모님이 내게 반복해서 하신 말씀이 몇 개 있다. 그 중의 하나, “그래, 세상 네 혼자 살아라!”


어린 내가 어떻게 했기에 부모님은 내게 그런 말씀을 자주 하셨을까? 그 뒤 나는 부모님의 ‘악담대로’ 무소의 뿔처럼 혼자 살아왔다.


나도 모르게 ‘이 시대에 맞는 삶’을 살아왔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개성 있는 인간, 개인(個人)을 요구한다.


과거 봉건시대나 산업사회에서는 ‘집단’이 중요했지만, 현대의 탈산업사회에서는 자유로운 개인이 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자유로운 개인이 되지 못하고 있다. 혼자 우뚝 서지 못하는 개인은 집단을 찾는다.


그들은 집단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한다. 집단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게 되면, ‘자존감(自尊感)’이 생겨나지 않는다.


매슬로의 욕구 5단계를 보자. 1단계는 생리적 욕구, 2단계는 안전에 대한 욕구다. 이 두 단계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누리고 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은 3단계 애정과 소속에 대한 욕구를 원한다. 자신의 생리적 욕구가 채워지고 안전해졌으니,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잘 살아가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여러 모임에 나간다. 그런데 그런 모임을 갖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허탈감을 느낀다.

다른 사람들에게 맞추다 보니, 자신의 마음은 전혀 돌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다.


어릴 적부터 남을 배려하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듣다 보니, 항상 남을 먼저 생각하게 된 것이다.


남에 대한 배려는 자연스레 나와야 한다. 자신을 사랑하며 자신의 미덕을 가꾸어 온 사람은 저절로 남을 배려하게 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전혀 사랑하지 않고 남부터 배려하려 한다. 그러다 보면,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게 고된 노동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을 위해 뻔뻔하게 살아야 한다. 남이 아닌 자신부터 먼저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진정으로 남을 사랑하는 사람이 된다. 3단계 애정과 소속에 대한 욕구가 충족된다.


3단계 욕구가 충족이 되면, 인간은 4단계 자기존중의 욕구로 나아간다. 자신을 존귀하게 보게 되는 것이다.

자존감은 자존심과 다르다. 자존심은 남과 비교하여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자존감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존귀하게 보는 것이다.


이 자존감이 생겨나지 않으면 우리는 제대로 살아갈 수가 없다. 삶이 온통 지옥이 된다.


‘자존감 없는 사람들은 자신이 실수를 했다고 느끼면 삽시간에 기분이 바닥을 치거나 자신이 초래한 궁지를 다른 사람의 잘못인 양 화를 낸다. 반면에 자존감 넘치는 사람들은 실수를 했어도 다시 하면 된다는 걸 알기에 기분이 상하기는커녕 의욕이 펄펄 끓는다.’


4단계 자기존중의 욕구가 충족된 사람은 드디어 5단계 자아실현의 욕구로 나아간다.


자신을 이 세상에서 하나의 멋진 예술작품, ‘온전한 인간’으로 만들고 싶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가 욕구의 단계를 하나하나 올라가면, 우리는 멋진 인생을 살아갈 수가 있다.


그런데 우리를 낮은 단계의 욕구에 주저앉게 만드는 게, 바로 3단계 애정과 소속에 대한 욕구다.


착한 사람,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증에 의해 우리는 항상 남을 위해 살아가려고 하는 것이다.


애정과 소속의 욕구는 늘 목마르게 된다. 과감히 뻔뻔해져야 한다. 나부터! 나 혼자 우뚝 서야 한다!


‘그러면 이기주의자기 되는 거 아냐?’ 이런 생각일랑 하지 말자. 나를 사랑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남을 사랑할 수가 없다.



꽃이 보이지 않는다. 꽃이 향기롭다. 향기가 만개한다. 나는 거기 묘혈을 판다. 묘혈도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묘혈 속에 나는 들어앉는다. 나는 눕는다. 또 꽃이 향기롭다.


- 이상, <절벽> 부분



우리는 사방이 절벽인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만인이 만인의 적인 세상이다. 절망이다.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키에르케고르)’이다. 우리는 묘혈을 파고 드러눕는다. ‘꽃이 향기롭다.’


우리는 죽음의 향기(타나토스)에 취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을 구해야 한다. 뻔뻔하게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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