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나무

너로 사랑한다

by 기억나무

꿈속에서 새벽을 맞았다
잠들었는지 자고 있는지 모를 밤을 지새웠다.
아이의 깊고 고른 숨소리에 아직 아침이 아님을 알고 현실의 눈을 떴다.
사랑한다 내 아이야
모성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너로 인하여 절절하게 느껴지는 지금 이 감정이 모성이 아닐까
너는 그렇게 날 모성이라는 사랑을 느끼게 하고 배우게 하는구나
캄캄한 밤에 몰래 찾아드는 손님처럼 어젯밤 너와 내가 머무는 곳에 비가 내렸었구나
어스름한 새벽공기에 축축한 비 냄새가 배어있고 어깨에 한기를 내리는구나
붉은빛 초록빛 잎이 펼쳐진 커다란 나무의 가지 위에 앉은 새들의 알람이 통창 너머로 들려오고
너의 숨소리가 밤과 새벽의 사이임을 알게 해 준다.
사랑한다 내 아이야
이 새벽 차가운 한기의 시림이 어깨에 뻐근한 통증으로 몰려오듯이
너를 처음 만났던 날 가슴에 뻐근하게 밀려오던 통증이 기억나는구나.
숨을 고르며 잠들었던 인생의 시간들이 새벽녘 일어나 흐르듯이 작은 너의 시간이 시작되었다는
두려움과 그 시간이 나로 인하여 흐르게 되었다는 놀라움에 경이로움을 넘어 통증으로 밀려왔었다.
흩어져버릴 것 같이 너무 작고 말캉거리는 부드러운 너의 몸이 부풀어 오른 젖무덤 속으로 존재하기 위한 생존의 본능으로 힘차게 파묻힐 때마다 그 통증이 사라지는 듯했다.
사랑한다 내 아이야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너는 아직도 어른이 되기 위하여 애쓰고 있는 나에게 제일 좋은 친구가 되어주고 있구나
작고 여린 너에게 너의 약함을 드러내어도 괜찮은 친구가 되어주길 원했었지
아픈 걸 감추기 위해서 강해지려고 하는 너에게 위로를 해주는 친구가 되어주길 원했었지
울기보다는 웃으려고 하는 너의 흔들리는 등 뒤에서 가만히 안아주는 친구가 되어주길 원했었지
걸어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다 털썩 앉아있는 너의 옆에 같이 앉아서 기다려주는 친구가 되어주길 원했었지
지금 너는 나에게 이런 친구가 되어주고 있다.
사랑한다.
내 아이가 아닌 너로 사랑한다.
너는 이제 아이가 아닌 어른이 되어가고 있구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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