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이 온통 카네이션이다. 고향에 홀로 계신 어머님 생각이 간절하다.
저기 흔한 꽃 한 송이를 못 가져다 드리는구나!
어버이날이라고 선물을 받는 입장이 되니 기분이 묘하다. 세월을 이길 수 없는 무력감에 가슴 한 편이 쓸쓸해진다.
취준생이라서인지 이 눈치 저 눈치 보는 둘째 아이가 쭈뼛이 내미는 립스틱 하나에 서러움이 생긴다.
짠 내 나는 선물이라 미안하다며 취직하면 좋은 거 사준다고....... 이상해질 것 같은 분위기에 "그래 누구처럼 돈이 줄줄 딸려 나오는 케이크를 원해 하하하"
그렇지만 둘 다 웃음이 나오지 않아 쳐다만 본다.
립스틱 하나 덜렁 던져주고 다시 지방으로 밤기차를 타고 내려갔다.
인턴 중인 회사가 지방에 있는 탓이다.
"엄마 가기 싫다"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쉰다. 영어책 한 보따리 싸서 현관문을 나서는 뒷모습에 그만 무너진다. 대한민국에서 취준생은 극한 직업이다.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며 속삭인다."멘탈의 연금술사들은 버티기의 천재라고 하더라! 부디 견디고 버텨서 단단해져라"
어머니와 통화를 한다."내 걱정은 말아라 어버이날이라고 마을 잔치도 하고 재미있다"
자주 찾아뵈어도 늘 불효한 것만 같다.
취준생 아이와 통화를 한다." 어쭈 색깔 잘 골랐더라! 맴에 들어.
어머님의 시선은 나를 향하고, 나의 시선은 아이를 향한다.
손녀 얼굴 보는 게 제일 큰 선물이라고 말씀하시는 어머님! 그런 손녀가 할머니 드릴 태국 코끼리 바지 사 왔단다ㅋ 좋아하실지는 모르겠지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