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는 유독 외국계 기업과 대기업, 공기업이 많다. 다양한 업무상의 필요로 많은 분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어 1:1 강의에 오셨다. 아침잠을 포기하고 출근 전 오신 분, 점심 대신 수업을 선택하신 분, 회식 때 잠시 나와 수업을 듣고 일터로 복귀하신 분 등 모두 열혈 수강생 이셨다. 안타까운 건 이 귀한 시간을 너무 가벼운 마음으로 오신다는 거였다. 비즈니스 영어가 필요하지만 오늘은 생활영어를 하고 싶다거나 Netflix에 새로운 시리즈 oo가 인기가 많던데 영어 공부하기에 괜찮은 콘텐츠인지 물어오실 때면 '학생님~ 정신차렷!' 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ESTJ입니다 ^^;...)
좋아하는 콘텐츠가 있다면 영어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수는 있다. 하지만 업무상 필요한 영어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즈니스 상황에서 시트콤 Friends의 캐주얼한 표현이나 슬랭은 브로큰잉글리시 보다 위험하다. 반면 법정 드라마 Suits는 격식 있고 고급 진 표현을 사용하지만 법률용어와 콘텐츠가 주를 이룬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비즈니스 영어와는 거리가 있다. 취미로 즐기는 게 아니라 업무상 실재 필요한 영어를 하려면 내 분야(Sales, Finance, HR 등) 와 사용 환경(사용빈도, 직급, 회의 주체 여부 등) 그리고 소통 방식(Zoom Meeting, Conference Call, Email 등) 에 맞는 콘텐츠를 찾아야 한다. 레벨에 맞는 콘텐츠를 고르는 것 또한 중요한데 비즈니스 영어가 필요한 사람이 기초가 없다는 이유로 영어 동화책을 읽거나 문법책을 공부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이 때는 쉬운 비즈니스 콘텐츠를 사용하고 자주 쓰이는 단어를 익히고 내 것으로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내 분야에서 실재 사용할 수 있는 영어 콘텐츠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나요? 여러분 직장에서요~
외국계 기업에 재직 중이라면 당장 영어 커뮤니케이션을 직접적으로 하진 않아도 메일 참조로 공유된 자료나 회사 웹사이트 등 회사에 관련된 영어자료가 있을 것이다. 그 중 내 분야를 골라 자주 본다. Confidential 한 자료가 아니라면 이 자료들을 정리해서 쓰면 가장 좋다. 아니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이와 가장 유사한 걸 찾아도 좋고 서점에 가도 좋다. 단 중급 이상의 학습자라면 일반적인 비즈니스 내용이 주를 이루는 영어 전문가의 책 대신 관련 분야 비즈니스 잡지를 추천한다. 비즈니스 잡지는 일단 섹션별 기사를 읽을 수 있으므로 양적인 면에서 부담이 덜하다. 처음부터 정독하려 하지 말고 기사의 주제, 소주제, 각 문단의 첫 줄을 먼저 읽거나 판서하며 큰 맥락을 본다. 그 다음 가장 관심이 가는 문단 하나를 보고 첫 문장에 대한 논리를 어떤 자료와 예시를 들어 사용하였는지 본 다음 필요한 단어와 사용할 법한 문장을 나만의 사전에 추가한다. 그리고 이를 주기적으로 반복한다.
영어 공부는 이제 맞게 하고 있는 것 같은데 회사에서 아직 쓸 일이 없어요. 이 경우 인위적으로 사용 환경을 만든다. 예를 들어 현재 한국 동료와 주고 받는 메일의 패턴을 영어 이메일로 작성해서 본인에게 보내 보는 것이다. 이메일 영어를 처음 작성할 경우 제목, 시작 첫 줄 부터 생각이 많아진다. 이에 대한 사전 준비만 되어 있어도 시간이 많이 절약될 것이다. 또한 Re:Re 가 붙으며 회신 메일로 계속 소통이 이루어 질 경우 매번 새로 답변을 작성하며 oo를 물어보셨는데 oo에요. 라고 길게 적지 말고 상대방 메일 질문에 내 답변을 다른 색으로 적은 다음 Please see my responses in blue in your email. 이라고 회신하면 더 효율적인데 이 같은 연습도 해 본다. 연습한 메일을 상황에 맞게 바탕화면에 폴더로 구분해 두어 사용할 일이 있을 때 바로 복사해서 쓸 수 있도록 정리해 둔다. 이 작업을 해 나가면 직장에서 당장 영어를 쓸 일이 없다 해도 사용감이 느껴질 것이다.
시간은 없고 마음이 급해 전문강사의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되도록 1:1 학원을 추천한다. 1:1 비용이 부담되면 화상영어 옵션도 고려해 볼 만 하다. 요즘은 Ringle, Cambly 등 다양한 플랫폼이 있고 프로모션도 자주 하는 편이다. 전화 영어보다는 화상영어를 추천하는데 시각적으로 오픈이 되기 때문에 상대방을 보면서 할 수 있다는 점 외에 같이 문서를 본다거나 사전에 작성한 글을 첨삭해 달라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화상회의를 해야 할 경우 이에 대한 사전 연습이 될 수 있는 것도 화상영어의 장점이다. 1:1 영어수업 일수록 뽕을 뽑겠다는 마음으로 사전 준비를 많이 한 다음 수업 시간 내 궁금증 해소 및 첨삭으로 시간을 채우길 권장한다. 비즈니스 상황에서 프리토킹 할 일을 생각보다 아주 적다. 그러니 외국인 선생님과 영어로 말을 한 것을 수업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꼭 콘텐츠가 준비된 상태에서 수업을 받아 효과를 최대화 한다. 컨텐츠가 없을 경우 그냥 회화를 하지 말고 마음에 드는 교재를 하나 선정하는 것도 좋다. 이 때 교재는 정독하여 끝내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수다로 빠질 수 있는 유혹을 막아주는 가이드이자 안전장치라고 생각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아닌 상대방이 있는 학원이나 영어 커뮤니티에 가 있는 시간에는 최대한 말을 많이 하고 온다. 회사에서 내가 하는 영어는 Input 보다는 Output (말 또는 문서나 이메일로 답변) 이기 때문이다. Input (주어진 영어 문서, 이메일, 외국인 동료의 말) 은 혼자 학습하며 주어진 시간 내 핵심을 파악하는 연습으로 방향을 맞추고 상대방이 있는 환경에서는 무조건 사용하는 데 초점을 두고 주어진 기회를 최대 활용하고 오시기를 바란다. 학생 때는 진득이 앉아서 공부량을 계속 쌓아가는 게 필요하지만 직장인의 영어는 올바른 콘텐츠를 집중된 시간에 효율적으로 익히고 낯짝 두껍게 계속 사용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