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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과의 갈등 : 항암치료 거부와 나의 이야기(1)

by 김인경

살면서 우리는 중요한 결과를 기다리는 순간을 가끔씩 맞이하게 된다. 학생은 시험 결과를,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은 면접 결과를. 수능시험을 본 수험생은 수능시험 결과를. 나처럼 큰 수술을 하면 병에 대한 심각성을 알려주는 조직검사 결과를 기다린다. 기다리는 마음은 순간순간 불안과 초조함을 수백 번 수천 번 느끼면서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



수술이 끝나고 일주일 정도 지나자, 교수님 회진 시간이 되었다. 오늘도 교수님은 몇 명의 새끼 의사를 대동하시고 아침 일찍 병실로 들어오셨다. 나처럼 수술 결과를 기다리는 환자가 우리 병실에만 3명이 있었다.

오늘은 나와 다른 친구 두 명의 결과가 나왔다. 교수님은 우선 다른 환자에게 갔다.

“암이 작았어. 1기야. 항암치료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온코타입 dx“검사를 해야 해. 그걸 해볼래? 아니면 바로 항암치료를 할래?”라고 말씀하셨다. 그 환자는,

“검사 할게요. 검사 결과가 좋으면 항암치료는 안 하는 거지요?”라고 다시 한번 다짐받았다.

“그렇지. 근데 비용이 470만 원이야.”라며 큰 비용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래도 그 환자는 망설임 없이,

“할게요.”라고 대답했다.

교수님은 만족한 표정을 지으시면서 나에게로 오셨다.



온코 타입 dx : 유방암 수술 중에 암 조직에서 뽑아낸 21개의 특정 유전자를 기반으로 100점까지 점수를 책정한다.

일반적으로 점수가 26점을 기준으로 한다. 26점 미만이면 호르몬 치료를 권유하고, 26점 이상이면 항암치료 후 호르몬 치료를 진행한다.




나를 보시고 교수님은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결과가 2기에서 3기 사이로 나왔다. 생각보다 작았긴 했지만, 그래도 2cm가 넘었어. 다행히 전이는 없었어. 항암치료를 해야 하는데, 약한 항암 12번 할래? 강한 항암 4번 할래?”라고 물어보셨다. 나는,


저 항암 안 할 건데요.”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갑자기 교수님 표정이 바뀌시면서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치료를 포기하겠다고?”라며 너무 놀란 표정을 지으셨다.


“지금 저는 머리가 너무 아파요. 터질 것만 같아요. 이 상황에서 항암치료는 무리예요. 몸도 많이 약해져 있고요.”라고 정확하게 나의 의사를 표현했다. 교수님은,


“잘 생각해 봐”라는 한마디 말씀과 함께 언짢은 표정으로 돌아가셨다.


맞은 편 팔이 부어 입원한 언니는 깜짝 놀라 했다.


“인경 씨, 인경 씨처럼 직접 그렇게 말하는 환자 처음 봤어. 누구도 그렇게 말 못 해. 그러다 의사에게 찍히면 앞으로 힘들지 않을까? 그래도 멋있다.”라며 내 편을 들어 주었다.


언니. 지금 머리가 아프다고 한지가 언제인데 여기에는 관심도 없고, 이 상태에서 무슨 항암치료를 해요. 하면 전 죽어요. 유방암 판정받은 순간부터 지금까지 거의 3주 이상 항암치료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았어요. 거기서 내린 결론과 여기서 만난 여러 언니를 보면서 안 하기로 결심했어요.”라고 말하자,


“가족들은 가만히 있어? 우리는 가족이 더 난리가 났었어.”


“언니! 내가 죽겠는데 가족이 무슨 상관이에요. 그리고 남편과는 충분히 이야기했어요. 남편도 여기저기서 듣고 공부를 좀 한 것 같아요.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내가 살고 봐야지요. 머리가 너무 아프고 속도 안 좋고 항암치료가 우선이 아니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언니는 정말로 부러워했다. “나도 지금 같은 결과가 나올지 알았으면 그때 항암치료 안 했을 거야. 이게 뭐니? 3년간 매일 병원에 와서 살다시피 하고. 안 아픈 날이 하루도 없어. 하지만 그 당시는 안 한다고 할 수가 없었어. 안 하면 죽는다고 하니깐. 아무튼 인경 씨. 그 결심 변하지 말고 몸 관리 잘해. 난 인경 씨 생각에 찬성해. 항암치료 하다 죽는 사람 고통받는 사람 나도 많이 봤어. 그중에 한 명이 나고. 나도 지금 후회 많이 해.”라며 격려해 주셨다.



항암치료를 거부하자, 다음날부터 의료진의 얼굴 보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아침에는 교수님이 저녁에는 담당 레지가 설득하는 과정에서 자존심도 많이 상했고, 마지막엔 거의 쫓겨나듯 병원에서 퇴원을 요청했다.


-계속

202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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