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항암 안 할 건데요.”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갑자기 교수님 표정이 바뀌시면서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치료를 포기하겠다고?”라며 너무 놀란 표정을 지으셨다.
“지금 저는 머리가 너무 아파요. 터질 것만 같아요. 이 상황에서 항암치료는 무리예요. 몸도 많이 약해져 있고요.”라고 정확하게 나의 의사를 표현했다. 교수님은,
“잘 생각해 봐”라는 한마디 말씀과 함께 언짢은 표정으로 돌아가셨다.
맞은 편 팔이 부어 입원한 언니는 깜짝 놀라 했다.
“인경 씨, 인경 씨처럼 직접 그렇게 말하는 환자 처음 봤어. 누구도 그렇게 말 못 해. 그러다 의사에게 찍히면 앞으로 힘들지 않을까? 그래도 멋있다.”라며 내 편을 들어 주었다.
“언니. 지금 머리가 아프다고 한지가 언제인데 여기에는 관심도 없고, 이 상태에서 무슨 항암치료를 해요. 하면 전 죽어요. 유방암 판정받은 순간부터 지금까지 거의 3주 이상 항암치료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았어요. 거기서 내린 결론과 여기서 만난 여러 언니를 보면서 안 하기로 결심했어요.”라고 말하자,
“가족들은 가만히 있어? 우리는 가족이 더 난리가 났었어.”
“언니! 내가 죽겠는데 가족이 무슨 상관이에요. 그리고 남편과는 충분히 이야기했어요. 남편도 여기저기서 듣고 공부를 좀 한 것 같아요.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내가 살고 봐야지요. 머리가 너무 아프고 속도 안 좋고 항암치료가 우선이 아니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언니는 정말로 부러워했다. “나도 지금 같은 결과가 나올지 알았으면 그때 항암치료 안 했을 거야. 이게 뭐니? 3년간 매일 병원에 와서 살다시피 하고. 안 아픈 날이 하루도 없어. 하지만 그 당시는 안 한다고 할 수가 없었어. 안 하면 죽는다고 하니깐. 아무튼 인경 씨. 그 결심 변하지 말고 몸 관리 잘해. 난 인경 씨 생각에 찬성해. 항암치료 하다 죽는 사람 고통받는 사람 나도 많이 봤어. 그중에 한 명이 나고. 나도 지금 후회 많이 해.”라며 격려해 주셨다.
항암치료를 거부하자, 다음날부터 의료진의 얼굴 보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아침에는 교수님이 저녁에는 담당 레지가 설득하는 과정에서 자존심도 많이 상했고, 마지막엔 거의 쫓겨나듯 병원에서 퇴원을 요청했다.
-계속
2023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