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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랍비 Sep 07. 2024

특수의 비법레시피-2

귀차니스트의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

일주일 동안 매우 힘들어서 토요일 아침도 거르고 자다가 점심을 먹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하필 밑반찬도 없고 밥도 없다.

게다가 만사가 귀찮아서 밥 하기도 싫고 즉석밥을 사러 갈 힘조차 없을 때, 라면만큼 편한 음식이 있다.

그건 바로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다.

그리고 이번에 내가 알려줄 특급 레시피는 정말 간단하고 맛있다. 


우선 내가 이 알리오 올리오를 창안하게 된 모티브는 바로 통인시장의 ‘기름 떡볶이’이다.

예전에 같이 공부하던 특수교사들과 같이 통인시장에 간 적이 있는데, 거기서 처음 기름 떡볶이에 눈을 떴다.

그리고 한동안 잊을 수 없어 아내와 연애할 적 통인시장에 기름 떡볶이 데이트를 가기도 했다.


기름 떡볶이는 기존의 물이 자작한 떡볶이와 달리 고추기름에 절이다시피 하여 졸인 음식으로,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나는 그때의 기름 떡볶이를 떠올리며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도 그렇게 간단하면서도 담백하고 고소하게 만들 수 없을까 고민하며 이 레시피를 만들었다.

(사실 내가 처음 만든 것도 아니며 나보다 먼저 이렇게 먹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지만, 글의 흥미를 위해 내가 창안했다고 말해본다) 


<특수의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 특급 레시피> 

-준비물: 파스타면(집에 있는 건 뭐든 좋다), 마늘(통마늘, 다진 마늘 뭐든 좋다), 고춧가루(굵은 것 가는 것 모두 괜찮다), 액상형 치킨스톡(없다면 참치액젓이나 굴소스), 올리브유 

1.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4스푼 정도 두른다.

(레시피 특성상 고추기름으로 맛을 내기 때문에 올리브유가 없다면 다른 기름도 괜찮지만, 올리브유보다는 적게 둘러야 한다)

2. 온도가 잘 오른 기름에 갈색이 날 때까지 마늘을 볶는다.

(통마늘이면 슬라이스로, 다진 마늘이면 중약불로)

3. 마늘 대부분에 갈색이 보이면 그때부터 불을 끄고 굵은 고춧가루 2스푼, 고운 고춧가루 2스푼을 넣어 고추기름을 만든다.

(굵은 고춧가루 4스푼, 고운 고춧가루 4스푼도 좋다)

4. 파스타 면을 삶아 면을 충분히 익힌다.

(알단테로 익히지 말고 그냥 푹 익힌다)

5. 익은 면을 만들어 놓은 고추기름에 옮기고 약불로 달달 볶으며 액상 치킨스톡으로 간한다.

(치킨스톡이 없으면 굴소스나 참치액젓으로 마무리한다)

6. 기름이 흥건하여 느끼할 것 같지만 전혀 느끼하지 않은 담백한 파스타를 즐긴다.

 *주의점: 이 레시피는 정말 몸도 움직이기 싫을 때 하는 귀차니즘을 위한, 귀차니즘에 의한, 귀차니즘의 레시피이기 때문에 ‘에멀전(Emulsion)’이니 ‘만테카레(Mantecare)’ 등의 소스를 걸쭉하게 만들 힘든 ‘유화 작용’은 생략한다. 

이렇게 토요일의 귀찮은 점심을 후다닥 해결할 수 있다. 이 레시피는 충분히 여타 다른 방법으로 변형 가능하다.

아, 참! 설거지는 귀찮으니 내일의 나에게 맡기자!


그리고 역시 치킨스톡을 만든 대기업은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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