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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의 상해 이야기 54-LVMH가 헬스클럽도 한다고요

중국 피트니스 클럽 이야기

by 안나

중국인들의 루이뷔통에 대한 사랑은 지극하기 그지없어요.

유럽 명품은 다 중국에 있다고 해도 되어요. 북경에 있을 때 싼리툰三里屯에 건물 한 채 통째로 쓰는 명품 매장들 많았어요. 상해는 북경보다 더 소비도시예요. 개항기 때 고풍스러운 저택 한 채가 명품 단독 매장인 경우도 있어요. 자동차 한 대보다 비싼 시계 차고 다니는 것이 눈에 띄지도 않을 정도로 명품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나라예요. 사랑의 유통기한이 18개월이라고 하는데요. 루이비통에 대한 사랑은 유통기한도 없나 봐요.


제가 4월에 한국 간다니까 저희 직원이 루이뷔통 캐리 온 Carry on 핸드백 사다 달라고 해서 순순히 그런다고 했어요. 그 덕에 저도 명품 매장 안에 들어가 보는 경험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 했어요. 저희 회사 대리급이면 월급이 한국 돈으로 세전 평균 250만 원 정도 되어요. 두 달치 급여 정도인 핸드백을 사겠다는 거죠.


중국 직원들 중에 회사를 취미로 다니는 직원들도 많아요. 자기 집 있는 사람들은 생활비만 있으면 되니까 회사는 취미로 다녀요. 저희 보안 아저씨는 상해에 집이 2 채예요. 성이 장 씨라서 장스푸张师傅라고 부르는데요. 우리 직원들 중에서 제일 부자세요.


얼마 전 LVMH가 유럽 기업 중 처음으로 시총 5,000억 달러 넘었다는 기사를 봤어요. 저는 명품 하나도 없다는 자부심 뿜뿜 했는데요. 리모와 캐리어가 LVMH 계열 브랜드 중 하나인 줄 그때 알았어요. 저도 명품(?)을 하나 가지고 있네요.


직원의 부탁으로 한국 가서 롯데와 신라 면세점에 가서 루이뷔통 캐리온 핸드백 있냐고 물어보니까 제품이 없다고 해서 명품 매장 문턱도 못 밟아 보고 왔네요. 역시 저하고 LVMH 하고는 인연이 없는 줄 알았는데요.


최근에 이런 소문이 돌았어요. LVMH에서 제가 다니는 윌스 Wills威尔士라는 피트니스 클럽을 인수했다는 거예요. 중국에서 피트니스 클럽을 등록할 때는 신중해야 해요. 한국도 마찬가지만 도산하거나 소위 야반도주하는 경우가 많아요. 피트니스이든지 미장원이든 마사지 가게이든 선불카드를 살 때는 그 상점의 임대 기간이 얼마 남아있는 지를 봐야 해요. 임대 기간이 제가 카드를 쓸 기간보다 길게 남아 있어야 해요. 주로 임대 기간 만기될 때 문제가 발생하거든요.


윌스는 상해에 본사에 있고 중국 전역에 체인점이 있는 대형 피트니스 클럽이에요. 저는 북경 왕징에 있을 때 3년 회원 등록했고 중간에 상해로 오면서 그대로 옮겨줘서 상해에서도 윌스를 다니고 있어요. 상해에는 북경보다 체인점이 많아서 스케줄에 따라서 다른 곳에 있는 곳에 가서 운동을 하고 올 때도 있어요. 호텔 피트니스처럼 고급스럽지는 않아도 GX가 잘 되어있어서 특별한 일 없으면 퇴근하고 바로 쪼르르 가서 운동해요. 근데 제가 다니는 윌스를 LVMH가 인수했다고요. 이거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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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MH 인수 후 전체 체인점의 80%를 프리미엄급인 윌스 W로 업그레이드할 예정이고 회원권 가격도 올릴 예정이니 지금 미리 장기로 회원권을 끊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떠들썩하게 인터넷에 돌았어요. 상장도 예정되어 있어서 향후 회원권의 가치도 오를 거라는 이야기와 더불어서요.


저 같은 외국인 귀에도 들어올 정도였어요. 호기심이 발동한 안나는 윌스 매니저에게 물어봅니다.

LVMH가 윌스를 인수했다는 데 맞나요.

2018년도에 이미 투자해서 상당 부분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거예요.


음. 뭔가 이상하네요.

챗GPT에다 물어볼까 하다가 다시 손가락 운동을 시작했어요.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 일가의 자산관리를 해주는 사모펀드 엘 카털튼 L Catterton에서 2018년에 윌스 지분 일부를 인수하고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네요.


LVMH에서 투자한 게 아니라 아르노 회장 일가의 자산을 관리하는 PF Private Fund에서 한 거네요. 엘 카털튼이라는 회사에 대해서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YG나 젠틀 몬스터에도 투자했었네요. 제가 즐겨 신는 버켄스탁에도 투자했고 웬만한 괜찮다는 브랜드에는 다 투자하는 회사네요.


루이비통이 윌스를 인수했다는 소문의 진실은 이미 2018년에 루이비통은 아니고 그 회사의 회장님 자산 관리 운용 펀드사인 엘 캐털튼이 지분 투자를 하고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루이비통의 L만 스쳐도 프리미엄이 붙고 선망과 주목의 대상이 되니 루이비통이 좋기 좋나 봐요.


중국이나 한국이나 SNS의 발달로 너무 많은 정보가 넘쳐흐르는 과잉의 시대예요. 많은 것은 없는 것만큼 안 좋을 수 있어요. 흔들리지 말고 자기중심을 잡고 넘어지지 않게 뒤처지지 않게 살아가야 하는 우리 삶은 중국이나 한국이나 똑같이 고달프네요.


이 고달픈 일상에서도 분명한 것은 전 퇴근하고 운동을 가야 한다는 것이에요. 윌스의 소유주가 LVMH이든지 엘 캐털튼이든지 전 가방 메고 피트니스 클럽으로 가고 있어요. 근데 가방에 이런 말이 써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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