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채구 여행에서 대부분 구채구 풍경구, 황롱 풍경구 이렇게 이틀 여행을 해요.
저녁에는 장족식 저녁藏家晚会을 먹고 천고정天古情이라는 공연을 봐요. 패키지 여행객들은 100% 이렇게 해요. 저는 천고정 공연을 볼까 말까 고민하다가 인디고 호텔 매니저가 200위안에 예매해 준다는 말에 보기로 했어요.
공연은 성수기 때는 하루에 3번도 해요.
공연장은 송성집단 공연답게 별도의 테마타운을 만들어 놔요. 항저우의 송성 가무쇼를 봤었는데 거기 콘셉트 하고 비슷해요. 공연장까지 그 지역의 문화, 풍습, 음식을 느낄 수 있는 거리를 만들어요. 천고정 공연장 앞에는 장족식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식당들이 몰려 있어요. 보통 여기서 저녁 먹고 공연을 보러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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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족식 식사가 어떤 지 저는 이미 여러 번 경험했지만 저 때문에 일행 분들이 여기까지 와서 양고기 한번 못 먹고 가시면 미안하잖아요. 장족식 저녁은 150위안의 세트 메뉴로 다 정해져 있어요. 장족 마을에 방문했을 때 까다(흰색 천)을 걸어주고 수유차를 대접하고 마니차를 돌리고 탑돌이를 하는 장족의 불교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작은 민속촌 느낌이에요. 장족 노래를 불러주는 공연도 하는데 저희 일행들은 좋아하지 않으셔서 식사만 하고 바로 나왔어요. 같이 어울리면서 노는 분들도 있어요. 식사는 양고기 풍년이에요. 훠궈, 꼬치, 수육, 구이 다양하게 양고기 메뉴가 나와요. 저는 별도로 시켜서 먹었는데 워낙 입이 짧아서 별로 먹을 게 없었어요.
중국에서 인상 시리즈를 비롯해 웬만한 공연을 다 봤기 때문에 천고정 공연이 과연 제 눈높이를 맞출까 있을까 했는데 역시 공연은 평범했어요. 처음 볼 경우에 신기하고 재미있을 수 있어요. 다른 공연과 달리 무대를 매우 입체적으로 잘 사용했어요. 레이저와 스크린을 이용해서 적절한 입체감을 만들어 냈어요. 관객석에서 배우들이 나오는 것은 흔한 데 객석에도 워터 스크린을 이용해서 직접 물이 쏟아지는 것은 새롭고 놀라웠어요. 천장과 벽 모두 사면을 이용해서 무대 구성을 한 것은 좋았어요.
총 4부로 구성했는데 3부까지만 했으면 좋았을 거예요. 쓰촨 대지진까지 공연의 소재로 끌어다 쓴 것은 참신하다고 해야 할까요. 지진이 났고 군인들이 와서 구해준다는 내용의 4부는 왠지 보기 불편했어요. 배우들의 연기가 아쉬웠어요. 서커스 부분이 빠질 수 없는데 대도시 서커스보다는 수준이 낮았어요.
천고정 공연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관객들의 반응이었어요. 저는 이렇게 리액션이 좋은 관객들 처음 봤어요. 다들 낮에 산행을 하고 와서 공연장 안에 땀냄새가 나요. 천장에서 문성공주 마차가 등장하거나 벽을 이용해서 군인들이 등장하는 장면 등, 입체적인 무대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박수와 환호, 놀라움을 표현하는 관객들의 반응이 저는 더 흥미로웠어요.
구채구에 가면 국룰처럼 장족식 저녁을 먹고 천고정공연을 봐요. 뭐든지 해봐야 어떤지 알잖아요. 중국 여행을 닳고 달도록 한 저도 2가지 다해봤어요. 좋은 점도 있고 불편한 점도 있지만 삶이 그렇듯 여행도 다 좋을 수만 없잖아요.
나중에 어딘지도 잘 모르는 시골에서 언제 올지도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길거리에 폴폴 날리던 먼지마저 생각나고 그리워지는 게 여행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