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의 상해 이야기 68-올해 제가 받은 중추절 선물

바람이 불어요.

사우나 스팀를 푹푹 뿜어내던 상해의 여름도 이제 9월 달력을 넘기면 끝나요.세계에서 네 번째로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땅에 어디에서는 벌써 파카를 꺼내 입고 난방을 시작했고 어디에서는 수영복 입고 바닷가에서 수영하는 이 땅에 추수를 했든 지금 씨를 뿌리든 말든 중추절은 동시에 다가와요. 올해는 중추절과 국경절이 겹쳐 8일 연휴이에요.

송나라 때부터 먹기 시작했다는 월병은 화려한 케이스 안에서 예쁜 모습을 뽐내요. 거리마다 매장마다 월병을 팔아요. 추수를 기념하면서 같이 나눠먹는 전통적 의미는 사라지고 관계를 위한 선물 성격이 더 짙어요. 콜라보하는 브랜드는 항상 늘어왔어요.

뤼이뷔통 케이스 안에서 넣은 월병은 평범해요.. 4개에 300위안도 넘는 스타벅스 월병도 잘 팔리고 각 호텔마다 특색있는 월병을 팔아요. 커피,초콜릿과 콜라보한 마오타이가 월병을 출시한다고 해도 하나도 놀랍지않죠. 월병의 변신은 끝이 없어요. 해마다 새로워지는 월병을 보는 것은 즐거워요.

한국 사람 입맛에는 뻑뻑해요. 한 조각 먹으면 목이 메고 두 조각 먹으면 아무리 뜨거운 아메리카노도 원샷할 수 있어요. 아무리 멋진 케이스에 예쁜 월병 담아 준다고 해도 손가락 자국 꾹꾹 난 참기름 바른 솔냄새 솔솔 나는 송편이 더 좋아요.

지난해에도 중추절은 다가왔어요. 상해 시내 호텔에서 묵으면서 관광객 놀이를 하려고 했던 전 중추절 전 이틀동안 아파트 봉쇄를 당했어요. 저와 전생에 옷가락도 안 스쳤을 누군가가 확진자가 발생한 장소를 5일 전에 갔다 왔다는 이유로요. 코로나의 코만 스쳐도 안 되어요.

이성적으로 보면 밀접 접촉자가 5일 동안 접촉했던 사람들은 같은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 사람의 출퇴근길과 직장이었는데요. 그 수많은 밀접 접촉자의 차차 밀접 접촉자들은 그냥 두고 엘리베이터 한번도 같이 안 탔을 같은 아파트 주민들을 봉쇄했어요. 코로나 바이러스는 아파트 안에서 있나 봐요.

아침에 출근하려고 보니 1층 현관문을 봉쇄했네요.

`자다가 봉쇄`

지난해 받았던 중추절 선물이었요. 올해 다행히 상해시에서 중추절 선물을 주지 않았어요. 8일 연휴 기간 상해 발 항공권은 비즈니스 좌석만 남아 있다고 해요. 여행사마다 상품을 내놓으면 떠나라고 하네요. 언제는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오면 안 된다고 하더니…

중국 디플레이션 이야기는 중국 밖에서만 있는 단어인가 봐요. 1,2선 도시의 핫플레이스나 유명 식당들은 늘 예약이 힘들고 쇼핑몰마다 어깨 부딪치면서 지나가야해요. 전 세계가 중국 경제 침체를 걱정하지만 중국에서 돈 많은 사람은 중국 경제를 걱정하는 사람들보다 많아요.

중국이 리오프닝하면서 세계경제를 끌어올릴 거라고 기대는 자기네들이 했어요. 중국이 전 세계에 우리가 다시 오픈해서 세계 경제 끌어주겠다고 한 적 없어요. 그동안 사람들은 위축이라는 내성이 생겼어요. 잘 풀리지 않아요.

4년동안 위축되었는데 원래대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필요해요.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렇게 새로운 노멀로 가는 거죠. 올해는 아무 제약이 없어요. 해외를 갔다 와도 중국 국내를 여행해도 되어요.

더 이상 어디 여행가서 봉쇄당할까 걱정 안 해도 되고 해외 갔다 올 때 코로나 검사 안 해도 되고 입국자 격리 안 해도 되어요. 이게 올해 제가 받은 `중추절 선물`인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