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나 Nov 01. 2023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기찻길-엘라

나인아치브리지


하푸탈레를 거쳐 엘라로 가는 기찻길


기차역에 카페테리아가 있는데 손님수하고 파리수하고 비슷해요.

1등석은 대기 공간이 따로 있어요. 저는 2등석이라 안 들어가려고 했는데 화장실이 그 안에 있어 못 이기는 척 들어갔어요. 기차역은 외국인들이 현지인들보다 많아요. 기차가 들어오자 다들 사진 찍느라고 바빠요.


가이드분이 어디에서 타야 하는지 알려줬어요. 저는 기차 타고 그 안에서 맞는 칸을 찾아가면 되겠지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는데 막상 타보니 칸별 이동이 안 되어요. 문을 다 잠가놨어요. 자기 클래스에 맞는 칸에 타야 하네요.

누와라엘리야에서 가까운 나누오야 기차역
매표소
시간과플랫폼을 알려주는 표지판, 큰 의미 없어요. 시간은 어차피 안 맞고 플랫폼은 달랑 2개
타느라고 정신 없어요

1등석, 2등석, 3등석 별로 이동을 못하게 해 놨네요.

자유석인 사람들은 먼저 타서 자리 잡아야 해 탈 때 치열하다고 하네요. 저는 좌석 번호가 있어 나은 편이었어요. 기차 창 밖 풍경은 멋져요. 녹색의 차 밭 사이를 달리는 풍경에 왜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기찻길이라고 했는지 알겠어요. 기차는 우리나라 비둘기호 같아요. 모든 역에 다 서요.

2등 지정석에 탄 사람들은 다 외국인들이에요. 기차 문에 매달려서 사진 찍는 것은 모두가 하는 의식이에요. 기차 문에 매달려서 다들 멋진 포즈로 사진 찍는데 저는 무서워서 소심하게 찍었어요. 우리나라 같으면 기차 문을 열고 운행하지도 않겠지만 기차 문에 매달리면 당장 승무원들이 쫓아오실 거예요.

창 밖으로 보이는 차밭, 날이 흐려서 사진이 좀 우울하죠

기차 안에는 끊임없이 뭔가 팔아요. 땅콩 맛있다고 해서 땅콩 사봤어요. 튀긴 만두(와데라고 하네요)도 팔고 커피도 팔고 과일도 팔고 파는 분이 계속 왔다 갔다 하세요.


중간에 승무원이 기차표를 다 검사하네요. 엘라까지 2시간 반 동안 졸기도 하고 창 밖도 보고 남들 하는 기차 문 옆에 서서 바깥 풍경도 바라봤어요. 엘라역에 도착했어요. 외국인들은 다 여기서 내리는 듯해요.

내릴 때 기차표 회수해요.

소중한 기차표.. 글자 잘 안 보이죠

기차 안에서 안내방송을 하지 않아요. 알아서 내려야 해요.

엘라역

나인아치 브리지 Nine Arch Bridge


엘라는 외국인 여행자들이 모이는 곳이래요.

거리에 대부분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카페, 식당, 게스트 하우스, 빨래방, 각종 액티비티 샵들이 즐비해요. 엘라를 온 이유는 나인아치브리지를 보기 위해서예요. 30분 정도 걸어 내려가야 해요.

요 표지판 따라서 내려가요. 툭툭이 탈 수 도 있어요. 500루피

1921년에 건설된 아치형 다리예요.

다리 위와 주변에 관광객들로 가득해요. 철길 위에서 다리 위에서 인생 사진을 찍으면서 즐거워해요. 기차가 오는 시간이 5시 반이라고 해서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하네요.

관광객들로 가득찬 다리

다리 밑까지 내려가려면 길이 좋지 않지만 시간이 남아서 내려갔다 왔어요.

벽돌로 지었다는 나인아치브리지의 웅장함이 느껴져요.

로마의 수로교 보는 느낌도 나요.

다들 기차가 오길 기다려요.

밑에서 보면 이런 느낌이에요. 웅장하죠

다리 주변에는 코코넛, 옥수수 등을 간식을 파는 노점상들이 많아요. 5시 30분에 온다는 기차는 역시 늦어지네요. 스리랑카에서 기차 늦어지는 것은 아침에 해 뜨는 것만큼 당연해요. 해가 살살 지고 있는데 약간 마음이 급해지려는 데 드디어 `빵`하는 기적소리가 들려요.

철길 위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노래 부르면서 노는 사람들도 있어요

다른 나라 같으면 기차 들어올 것 같으면 직원들이 나와서 관광객들을 철길에서 나오라고 할 텐데요. 여긴 통제하는 사람 없어요. 그래도 철길에 있는 사람은 없겠죠. 있으면 다칠 테니까요. 기차가 들어오는 풍경도 멋져요.

드디어 들어오는 기차
다들 기차를 반기고 타고 있는 사람들도 손 들면서 즐거워해요

기차에 탄 사람들도 나인아치브리지를 지나갈 때 관광객들이 기다린다는 것을 알아요. 기차 문에 매달려서 손을 흔들어줘요. 관광객들도 손 흔들어 주고요. 드론 띄워서 촬영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결혼식장에서 신랑, 신부 입장을 기다리는 것처럼요. 마치 축제의 한 장면 같아요. 기차가 지나가니 다들 서둘러서 자리를 떠나요. 나인아치브리지가 보이는 곳에 자리 잡은 숙소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어요.


동네 사랑방 카페 칠 Café Chill

 

엘라에서 제일 유명한 카페로 갔어요.

거리에 많은 식당이 있지만 칠 이 식당 하나만 사람들이 많아요. 사람들이 몰리는 곳에 몰리는 쏠림 현상이에요. 대부분 테이블이 찼어요. 7시 반에 사람 온다고 예약한 자리에 앉았어요.

어차피 1시간 정도밖에 있을 시간 없으니까요. 대구요리하고 샐러드, 라이온비어 마셨어요. 라이온비어 스트롱도 시도해 봤는데요. 소주에 양주 탄 느낌이에요. 라이온라거하고 스트롱하고 섞어 먹으면 맛있다고 하네요. 엘라에는 장기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많아서 칠은 거의 외국인들의 동네 사랑방 같은 분위기네요.

대구튀김, 샐러드,라이온비어

가격은 현지물가에 비해 싸지는 않아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서빙이 늦어지기도 하고요.

분위기 좋고 메뉴도 외국인들 입에 잘 맞아서 인기가 많나봐요.


스리랑카의 철도는 대부분 식민지들이 그랬듯 광물, 차, 농산물 등 수탈을 위해 만들어졌어요.

인도에 철도를 건설해 수탈과 침략을 한 영국이 스리랑카에 철도 놓은 것은 쉬웠겠죠.

이제 철도는 수탈을 위해 달리지 않아요. 버스보다 느린 완행열차 말고 스리랑카 사람들도 고속철 타고 싶어요.


여행자에게 느릿느릿 정거장마다 서는 열차가 멋진 풍경과 현지모습을 볼 수 있는 즐거운 놀이기구이지만

현지인들은 에어컨 없이 매달려 가야 하는 고달픈 통근수단이에요.


철도는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의 탐욕으로 시작되었어요.

이제 사람과 평화를 위한 새로운 철도가 생기길 바라지만

스리랑카는 자기 자본과 기술로 철도를 놓을 수 없다는 것이죠.  


이전 11화 호튼평원Horton plain 트레킹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