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13일 금요일
오늘은 비가 내리네요.날씨가 눈치가 없네요 춥고 비 오고..
기분이 14층(제가 사는 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고 있어요.
뭐 어차피 아파트 단지 내 산책도 못하니까 괜찮아하고 저를 합리화하는 중이에요.
봉쇄 기간이 2달 가까이 되어가니까 다양한 일들이 생겨요. 아파트 임대 기간이 만료가 된 사람들이 있어요.
이사를 가고 싶어도 갈 수도 없고 올 수도 없는 상황에서 아파트 임대 기간이 만료가 된 거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부작용들이 차차 생기고 있어요 .
반려 고양이가 사라져서 찾는 사연이 올라왔어요.
이 아파트는 탈출할 수 없는 구조예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알카트라즈보다 덜 한데 쇼생크 수준이에요. 개구멍 하나 없는 철통 담벼락에 고압 전류 쫙 흐르고 CCTV는 50m 간격으로 있어요. 고양이는 고압 전류선 담을 넘었거나 물류가 오고 가는 사이에 아파트 정문으로 해서 밖으로 나가버렸나 봐요.
사람도 못 나가는 아파트 탈출을 한 고양이가 부럽네요.
이 귀여운 고양이가 무사히 주인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라봅니다.
지금 북경은 봉쇄라는 말만 안 하고 봉쇄예요. 웬만한 건물은 폐쇄, 대중교통 운행 안 하고 식당 문 다 닫고
사람들의 이동과 모일 만한 곳은 다 봉쇄했어요. 어제 또 3일 봉쇄 소식 있어서 저 아는 지인 분도 4인 가족 먹거리 챙기느라고 무지 바빴대요. 그분은 아들 2명에 남편까지 집에 남자가 3명 있어요. 웬만하면 냉장고 하나 사시라고 조언해드렸어요.
장기간 봉쇄로 인해 생긴 유행어가 있어요.
낮맥이라고요. 평일 낮에 맥주 마실 일은 별로 없잖아요. 장기간 봉쇄로 인해서 집에 있으니까 낮에 식사하면서 맥주 마시는 일이 늘어서 생긴 말이에요.
저도 오늘 허니버터견과 하고 감자튀김 만들어서 낮맥했어요.
7차 구호품 받았어요. 구호품을 받으면 그리스 신화에서의 프로메테우스가 생각나요.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준 댓가로 올림푸스 산에 갇혀서 밤마다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고 다시 간이 자라서 또 형벌을 받아야 한다는 프로메테우스...
매번 구호품 받으면 또 봉쇄 연장이라는 형량이 늘어나요.
이번에도 파란 애들로 가득해요. 청경채, 마늘종… 도무지 먹기도 힘들고 요리하기도 힘든 애들이에요.
토마토와 버섯만 반갑네요. 지인들과 구호품 사진 보내고 받으면서 정보 교환 중 북경에 계신 지인 분이 구호품 사진 보고 보내신 문자. ``브라보.. 고기 안 먹는 네가 진정한 승자다.``.
육류 하나 없이 파란 풀로만 가득한 중국 구호품 받고 얼떨결에 승자가 되었어요.
2020년 이후 사실 중국 사람들의 해외여행은 정말 중단되었다고 보면 되어요. 여권만료가 되면 갱신을 안 해주고요. 공산당원 같은 경우는 여권을 당에서 보관한다고 하죠. 그제 해외로 엑소더스 하는 움직임이 늘어나니까 불필요한 출국은 안된다고 정부에서 발표했어요. 여권 발급이 어렵게 된 거죠.
중국 사람들이 SNS에서
`이제는 아예 황제 놀이를 하네 `
`인류 최대의 감옥이 탄생했네`
하는 댓글이 올라왔대요.
오래간만에 소리 내어서 웃었네요. 하루 종일 집에 혼자 있으면 말할 일도 소리 낼 일도 없어요.
한국어는 업무로 전화 통화할 때 중국어는 아파트 입주민들하고 인터폰으로 이야기할 때 쓰고요.
대화할 일이 없어요
벽하고 이야기할 수도 없고 식탁하고 이야기할 수 없으니까요
저를 포함한 외국인들은 여기 봉쇄 지옥이 끝나고 중국 생활 마치고 언젠가 자기 나라로 돌아가겠지만
중국인들은 인류 역사 상 최대의 감옥에서 평생 살아야 하네요.
인간 기본권인 신체와 거주의 자유는 대한민국 헌법에나 있어요.
집에 헌법 책 한 권 가져다 놓을 걸 그랬어요.
대학교 졸업하면서 버린 헌법 책을 다시 읽고 싶어 지네요.
아파트 화단에 가서 흙을 퍼왔어요.
얼마 전에 생긴 대파 좀 심어볼까 해서요 .
대파는 수경 재배하면 살리기 어렵다고 꼭 흙에 심어야 한다고 알려주셔서요.
엘베 앞에서 만난 아파트 주민이 요구르트 빈 통에 흙을 담아서 들고 있는 저를 보더니
주민: 뭐 심을 거지.. 저: 끄덕끄덕
주민: 파 심을 거지.. 저: 끄덕끄덕
사생활은 없는 우리 아파트 라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