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 56일 차-밉둥이가 예뻐졌어요

by 안나

2022년 5월 12일 목요일


아침부터 위챗 단체방이 시끄러워요. 출근 안 해도 늦잠은 못 자요. 출근할 때는 주말에라도 늦잠 잘 수 있었는데요. 봉쇄 생활하면서 주말에도 핵산 검사 항원 검사에 늦잠 잘 수가 없어요. 느슨해질까봐 촘촘하게 조여주네요.

24번째 핵산 검사 받으러 검사 장소에 갔더니 못 보던 애가 있네요. 현재 중국 대도시마다 걸어서 15분 거리마다 핵산 검사 스테이션을 만든다고 하더니 그 아이네요.북경에 있을 때 이런 검사소를 많이 보기는 했는데요. 이제는 아파트 단지 안까지 설치했네요. 북경이나 상해에서는 걸어서 15분 간격 거리마다 핵산 검사를 받을 수 있어요. 지금은 일반 PCR 검사비가 평균 10만 원 정도라고 하네요.

이제 중국에서는 걸어서 15분 간격마다 10만 원씩 벌 수 있게 되었어요



장쑤성江苏省 쉬조우徐州라는 도시에서 감염자의 집을 방역한답시고 소독약을 소화전에서 물 뿌리듯 뿌려서 수재 이재민도 아니고 소독약 이재민으로 만들었다고 하네요. 가전 가구는 기본이고 심지어 냉장고 안에 있는 음식까지 소독약 뿌렸대요.



이게 문제가 되니까 쉬조우 당국에서

“냉장고 음식을 모두 꺼낸 것은 낮은 온도에서 바이러스가 더 오랫동안 생존하기 때문. 냉장, 냉동 모든 음식에 철저한 소독 과정이 필요하다”

“격리 치료를 마친 뒤 돌아오는 감염자들에게 쌀, 면, 기름, 야채 등 물품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해명했대요

쉬조우 당국은 재벌인가 봐요. 사람 때려 놓고 맷값 주면 끝인가 봐요. 어이가 없네요.


5월 초에 구호품으로 받은 멸균우유예요.

받을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요. 일단 애가 못생겼어요. 패키지도 맘에 안 들고 광고 모델로 웃고 계신 분들도 낯설고 빨간 색도 싫고이 아이가 제 눈 밖에 난 이유는 도착하자마자 우유 한 팩이 터져 있었어요. 우유 흐르는 것 청소해보시면 아실 거예요

쉽게 청소도 안되고 냄새도 나고 걸레질도 여러 번 해야 하고요. 이 아이는 제 눈 밖에 나서 밉둥이가 되었어요.


저는 페스코 배지테리안이라서 유제품은 먹는 데 우유는 잘 안 먹고 가끔 라떼 마실 때 먹는 정도이고

우유를 발효한 치즈 요구르트 버터를 먹거든요. 생긴 것도 마음에 안 드는 데 마시지도 않을 이 멸균 우유 한 박스를 어떻게 할까 생각하기 시작했어요.멸균 우유로 요구르트나 치즈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쌤( 유튜브)에 물어봤더니 된다고 하네요.

`변하지 않으면 버려진다.흐르지 않으면 썩는다. 새로운 시도는 늘 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서 정작 저는 멈추고 정체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먼저 그릭 요구르트

망쳐도 어쩔 수 없다는 비장한 각오로 새로운 시도

우유 1000cc로 330g 정도의 그릭 요구르트가 만들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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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1000cc와 생크림 500g로 500g 정도의 리코타 치즈가 만들어졌어요.

수율이 30% 정도 되네요. 공장에서 수율 이렇게 나오면 그 공장은 난리 나겠죠. 우유로 마요네즈도 만들었어요. 이 상태면 치즈와 버터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밉둥이가 갑자기 예뻐지기 시작했어요.미웠던 멸균우유가 갑자기 완소 아이템이 되었네요. 모든 사물은 존재 이유가 있고 모든 것을 귀하게 여겨야 하나 봐요


WHO가 오미크론 바이러스의 양태를 고려해서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해서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죠. 중국에서는 내정간섭이라고 했대요. 내 속도 내가 모르는 데 WHO가 어떻게 중국의 속을 알겠어요.

중국의 200명 대학교수가 지금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문제가 있고 현재의 경제적 피해가 우한 봉쇄 때에

비교해서 그 피해가 10배라고 했던 SNS는 순삭 되었고요

5월 2일에 심은 쪽쪽이가 이렇게 자랐어요. 수경 재배는 뿌리만 물에 담그는 족욕으로 해야 한다고 해서 다시 뿌리만 남겨서 요구르트 빈 통에 담아줬어요. 56일 동안 손톱 발톱은 몇 번을 손질했는지 모르겠고 단발이었던 제 머리는 이제 꽃 꽂기에 충분할 만큼 자랐는데요.봉쇄된 상황만 바뀌지 않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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