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 54일 차-여섯 번째 단계의 욕구

by 안나

2022년 5월 10일 화요일


23번째 핵산 검사하는 과정이 시끄러웠어요.

아침부터 일어나라는 문자부터 시작해서 내려와서 줄 서라는 자봉에게 주민들이 우리가 알아서 가겠다고 하면서 실랑이가 있었어요.자봉은 자원봉사자의 줄인 말이에요. 처음에는 진짜 자원 봉사자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일당이 400위안이네요. 주민들하고 자봉 하고 아파트 현관에서 떠들고 있을 동안 저는 조용히 혼자 핵산 검사받고 왔어요. 도대체 몇 번을 해야 믿어줄까요.


한국에 있을 때 거리에서 `불신지옥 믿음 천국`이라는 팻말 들고 다니시는 분들 보면 싫었는데요.

지금은 그 말 맞는 것 같아요.

그 팻말 있으면 지금 저도 들고 다니고 싶어요. 제발 제가 음성이라는 것 좀 믿어주세요.

우리나라 20대 대통령이 취임하는 날이에요.

저는 중국에서 대선 투표만 3번 했고 그 사이에 우리나라 대통령이 4번 바뀌었습니다.


제가 처음에 중국에 왔을 때 국가 주석은 후진타오胡锦涛였어요.

중국은 10년 주기로 격대 지명한 후계자에게 통치권을 이양하는 아름다운 정치를 하는 줄 알았어요.

지금 제게는 우리나라도 아닌 남의 나라 최고 통치자가 더 비중 있네요.


북한에서는 습근평 동지라고 부르죠.

아버지는 중국 정치권력 8위이자 부총리인 시중쉰习仲勋,태어난 곳은 중난하이 中南海..

여기는 중국 최고 통치자와 권력자들이 모여 사는 곳이에요. 자금성 근처에 있고요. 일반들은 그 근처도 못 가는 구중궁궐이에요.


아버지 시중쉰이 류즈단 사건으로 몰락하면서 고난을 겪게 됩니다. 그 고난이 지금의 강인함과 결단력을 만들었죠. 산시성 토굴에서 7년 동안 생활하면서 혹독한 시련을 견디었고 마오쩌둥 사망 후 아버지 시중쉰이 복권하면서 1978년에 북경으로 돌아와 칭화대 화학공학과를 다니게 됩니다. 25년 간 지방 공무원으로 필드에서 탄탄한 경험을 쌓고 조용하고 계파 없는 성격으로 2007년 당대회에서 차기 지도자로 급부상 2013년에 드디어 13억 분의 1의 남자로 등극합니다.


2021년 공산당 창립 100주년에 중국 역사 상 세 번째 역사 결의했고

2022년 11월 20차 당대회에서 최고 통치자의 지위를 공고히 영원히 하실 예정입니다.

2020년 제로 코로나의 달콤한 추억에 락다운 되어 있으시고요.


어제의 성공 원인은 오늘의 실패 원인이라는 피터 드러커의 말이 지금 중국에서 필요한 말이에요

지금 여기 상해에 있는 우리에게 누가 권력을 가지든지 연임을 하는지 보다 격리 수용 시설로 끌려가는 일 없었으면 좋겠고 우리 돈 주고 사 먹을 테니 구호품 필요 없고요. 식자재와 생필품 좀 원활히 구하게 물류 좀 풀어주세요. 에르메스 리미티드 스페셜 에디션 백을 구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수세미, 고무장갑, 정수기 필터 같은 생필품 구하려고 여기저기 찾아봐야 하고 못 구해서 사방팔방 방법 찾는 것 지치고요.

가둬 놨다고 맘 놓고 시간과 때를 가리지 말고 핵산, 항원 검사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인간에게는 욕구가 있죠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애정과 소속에 대한 욕구, 존중의 욕구 그리고 자아실현의 5단계 욕구가 있다는 매슬로우의 이론이 있죠. 이 모든 욕구보다 더 강력한 욕구가 권력욕이라고 하네요.


어렸을 때 봤던 <파리대왕>이라는 책이 있어요.

영화로도 나왔는 데 내용이 어려워서 당시 읽었을 때는 책이 아니라 글자만 읽었던 것 같아요.지금 다시 읽으라고 하면 제대로 읽을 것 같아요. 권력을 위해서 신앙을 버리고 이성을 버리고 마지막으로 양심을 버리는 과정이 불편하게 잘 묘사되어 있죠. 어느 단계의 욕구를 추구하는지에 개인의 선택과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권력에 대한 욕구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 새삼 생각하게 되는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식 날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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