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 70일 차-아파트 안에서의 70일

따마경제大妈经济

by 안나

2022년 5월 27일 목요일


5년 다이어리를 적고 있어요.

아무리 디지털 디바이스 생태계가 구축되어도 손으로 적고 싶은 게 있으니까요.

지난해 8월 6일부터 적기 시작했고 5년 후인 2025년에 중국 떠날 때까지 적으려고 했는데요.

지금은 2025년까지 있을 수 있을까 마음이 오락가락해요.

수첩에 격리 날짜 적을 때 처음에 한 자리 숫자일 때는 가볍게 적었고 두 자리 숫자일 때도 그냥 적었는데 60일 지정 생존자 찍고 세 자리 숫자에 가까워지니까 숫자가 무거워져요. 농담처럼 105일간의 전투를 다룬 겨울전쟁만 안 찍으면 된다고 했는데 기록하는 숫자의 무게가 무거워지니까 부담도 늘어나요.


저만 70일 동안 여기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아파트 안에 다른 한국 분들도 계시고 2,700여 세대의 수많은 중국 사람들과 있어요.

70일 동안 아파트 안에는 자체 생태 경제계가 형성되었어요.

제일 잘 되는 것은 커피하고 만두 판매와 이발사이고 공구장은 한 달에 몇 만 위 앤 넘는 수입을 올린다고 하네요.


집주인들인 원주민 분들은 이 생활을 편하게 즐기세요.

그분들은 원래 생활과 봉쇄 생활이 별로 다르지 않으세요.

아파트 안에 모이는 장소가 있어요.

농담으로 제1 경로당 제2 경로당이라고 불러요.

한국에서는 시니어 센터라고 부르죠.

농사짓다가 여기 개발하면서 아파트 몇 채씩 보상받아서 적어도 몇 십억에서 100억대 넘는 부자가 되었으니 불만이 있을 수가 없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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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인 직장인들은 재택근무하면서 대부분 급여 다 받는 것 같아요.

저희 아파트는 누구 하나 베란다에서 소리 지르거나 불만을 이야기하는 사람,냄비 두들기는 사람 없이 아주 평온하게 70일을 보냈어요.


산책하면서 아파트 정문을 지날 때 어떤 물건이 배달되는지 유심히 봐요.

우리가 아무리 날고뛰어도 여기 현지인들의 정보력을 따라갈 수 없어요.

어떤 물건이 배달되는지 봐야 뭐가 물류가 되고 필요한 지 알 수 있어요.

눈치가 빠르면 절에 가서도 젓갈을 얻어먹는다고 속담도 있잖아요.

SUPOR 苏泊尔라는 중국 브랜드가 배달 오는 것 보고 저도 프라이 팬 구입에 성공했어요.

평소 같았으면 6개월 이상 사용했을 프라이팬도 매일 쓰니까 얼마 못 가 교체하게 되네요

이케아 박스가 보이네요

그럼 이케아 물류가 풀렸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코로나 맥주도 보여요.

저 같으면 쳐다보기도 싫은 코로나 글자인데요.

시켜서 마시는 사람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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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으로 따마大妈님들 춤 추세요.

원래 저녁때 이렇게 나와서 춤 추거나 운동하게 된 이유는 나이 든 어른들이 자식 부부를 고려해서였다는 이야기 있어요.

좁은 집에서 다 같이 생활하다 보니 부부들이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기 어려우니 자리를 피해 주기 위해서였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지금은 중국도 경제가 발달해서 그런 정도까지는 아닌 듯해요.

건강도 챙기고 교류도 하고 시간 보내는 생활체육에 가까워요.

이 따마님들이 춤을 하루 이틀 추는 게 아니잖아요.

정말 잘 추는 분들 보면 전문 무용단 저리 가라 할 만큼 화려한 복장과 도구로 춤춰요.

부채나 리본 칼 등등 도구도 다양하고 춤 종류도 전통 무용부터 스포츠 댄스 등등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춤의 종류는 다 볼 수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팝핀 락킹 왁킹댄스까지는 아니에요 ^^


모이는 장소도 여러 군데 모이는 집단도 여러 개 있어요.

자기 취향에 맞는 모임과 장소, 도구에 맞춰서 춤추면 되어요.

오랜 시간 시공간을 공유하는 따마님들은 당연히 단결과 협동심의 친목단체로 발전합니다.

이 분들이 단체로 행동하면서 바잉파워 Buying power를 가지게 됩니다.

따마님들에게 잘 찍히면 팔자 필 수 있어요.

여행 가서 어디 특산품 어느 특정 물건을 찍으면 완판 됩니다.

지역 사회에서도 이분들이 찍어서 그 물건 사기 시작하면 지속적 구매나 완판 가능합니다.


이 분들이 물건만 사시겠어요. 집도 사고 땅도 삽니다(중국은 지상권만 가능해요. 땅은 국가 소유)

어느 특정 지역 가서 부동산 투어 하면서 아파트 동 째로 사는 일도 있어요.

물론 금도 사요

이분들이 가상화폐도 하시면 비트 코인 십만 달러 갈 수 있어요.


그래서 따마 경제라는 단어가 생겨났어요.

지금은 해외여행 못 가지만 해외에서 몰려다니는 단체 등 중 따마님들 단체가 많아요.

길거리나 광장에서 춤추셔도 그 내면에는 탄탄한 경제력을 가지신 분들이 따마님들입니다.


언제가 중국 떠나게 되면

버킷 리스트 중 하나가

따마님들 춤출 때 그 뒤에서 한번 춰보는 것이었는데요.

그날이 언제가 될지

지금 이 아파트에서 제가 따마님들 춤추는 뒤에 서면

아마 아파트 주민 분들이 다 쳐다볼 것 같아서 엄두가 안 나요.


이렇게 해서 아파트 안에서의 70일이 지나갑니다.

지인 분이 전화해서 상해에서 근무한 시간보다 격리한 시간이 더 긴 것 아니냐면서 놀리시네요



부커 국제상

우리나라 소설가 한강님도 수상하셨죠

2007년도 수상 작가 치누아 아체베의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Things fall apart

우리의 세계가 왜 이렇게 무기력하게 무너질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근원적 물음을 던졌던 책…

소설책 주인공 오콩고는 서구 폭력에 맞서 아프리카 부족의 문화와 풍습을 지키려고 노력했는데요 .

저는 이 상황에서 오는 유무형의 폭력에

저의 세계가 무기력하게 무너지지 않으려고

산산이 부서지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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