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뒷면

Adieu Dionysus

by 오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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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듣고 저녁 약속을 가던 중 인문대 앞에서 곤히 자던 고양이가 있었다. 저 고양이는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인간처럼 꿈을 꾸긴 할까? 이쁘고 평화롭게 잠을 자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악몽을 꿀 수도 있지는 않을까? 괜찮아 보이는 무언가가 때론 좋지 않을 수도 있다. 행복을 보여주는 것은 다른 관점에서 보면 불행을 감추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타자에게 알몸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옷을 입는 것처럼.


밤하늘의 달은 밝지만 그 빛은 달이 스스로 발광해서 나는 빛이 아니다. 달은 태양빛에 의해 우리에게 밝게 보인다. 그래서 때에 따라 달의 모양이나 크기가 다르게 보인다. 과연 우리가 보는 달의 뒷면도 우리가 아는 것처럼 밝을까? 나는 지구에서만 달을 봐서 확언을 할 수는 없지만 어딘가에서는 달이 지구에서 보는 것처럼 밝지 않을 것 같다. 달도 위치에 따라 어딘가에서는 어둡게 보일 수도 있을지도? 마치 페르소나를 벗은 인간처럼.


우리도 분위기나 특정 이유 때문에 스스로의 본모습을 감추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달의 뒷면처럼 어딘가에서는 스스로의 본모습을 보이게 된다. 귀가 후에 혼자 집에서 노래를 흥얼거리며 샤워를 하거나, 허물없는 누군가에게 가식 없이 대하는 것처럼.


나는 대체 어디에서 누구와 있을 때 이 갑갑한 페르소나를 벗을 수 있을까? 유한한 관계 속에서 페르소나를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차피 인간은 다 죽고 떠나는데. 우리는 무엇이 두렵기에 스스로를 감출까? 고독이라는 소통의 부재가 우릴 이렇게 만들까? 달이 본인의 위상에 신경 쓰지 않고 공전하듯이 나도 그럴 순 없을까?


길에서 보이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비록 우리는 답을 알 수 없지만 그들의 감정을 추측을 한다. 가방 매고 힘든 표정으로 가는 교복 입은 학생은 입시 때문에 힘들구나 생각할 수 있고, 트레이닝복 입고 씻지도 않은 채로 길가에서 담배를 피우는 청년은 백수처럼 보일 수 있다. 그들은 왜 그런 모습을 할까? 그리고 우리가 그들의 모습으로 추측한 그의 인생이 과연 정답일까? 그들은 그냥 본인에게 충실한 것이다.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거나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일 거다. 남들의 시선을 신경 썼다면 그런 표정을 짓지도, 길에서 담배를 피우지도 않을 것이다. 나는 그들보다 못한 게 뭐길래 나 자신에게 충실하지 못할까.


A : 사랑이라는 감정 혹은 거부감을 왜 충실히 표현하지 못할까?


B : 왜 내 감정의 파레시아가 되지 못하냐고? 그야 불편한 상황이 올 수 있잖아. 이렇게 좁은 세상에서 그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될지 어떻게 알아? 오늘의 적이 내일은 필요한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지금 당장 나에게 호의적인 사람이 언제 적이 될지 몰라. 그래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서 남을 선하게 대하는 게 아닐까? 마치 묵가의 겸애처럼. 결국 우리가 대접받고 싶어서 남에게 잘해주는 거 일지도 몰라.


A : 만약에... 그 사람이 몇 달 뒤에 영원히 떠난다면 어떻게 할 거야?


B : 그 사람을 싫어하는 경우라면, 최대한 마주치지 않을 거야. 더 안 좋은 일이 생기면 그 자체로도 불쾌하고, 나에게 좋지 않은 기억이 생기는 게 싫을 것 같아. 물론 그 사람에 대한 나의 생각이 역전될 계기가 생길 수도 있지만, 이별이 예정된 사람을 좋아하면 그게 의미 있는 감정일까? 하지만, 만약 그 사람을 내가 사랑한다면 감정을 솔직히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나에게서 사라지는 사람이고,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될 수도 있으니까.


A : 그럼 넌 어떻게 할 거야?


B : 나는 H와 친구로 지낼 거야. 더 이상 감정을 키우는 게 서로에게 과연 좋을까? 세 달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가 아무리 이별을 알고 만난다 할지라도, 이별의 아픔은 똑같이 존재해. 그리고 몇 달만 내가 감정을 숨기면 소중한 내 사람 하나를 잃지 않을지도 모르잖아. 물론 영원히 떠나는 걸 수도 있지. 하지만 사람일은 몰라. H가 한국으로 돌아올 수도 있잖아. 그냥 친구로 지내면 그때 또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H라는 귀인을 잃고 싶지 않아. 과연 내가 그런 친구를 또 얻을 수 있을까?


A : 아까는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될 수도 있을 거면서?


B : 사실 나도 내 감정을 모르겠어. 이게 과연 진짜 에로스(Eros)일까? 필리아(Philia)를 내가 에로스로 착각하는 게 아닐까 싶어. 사실 타자로서 타지에서의 삶이 굉장히 외롭거든. 지금 내게 다가오는 모두가 나에게 소중하고 애틋해. 그래서 떠나지 않고 계속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 계속 함께 하고 싶어 하는 감정을 사랑이라 착각하는 게 아닐까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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