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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이 Apr 19. 2020

할아버지와 손주

보호자가 된 의료인

#
어젯밤 잠들기 전
옛날이야기를 해달라는 시완이의 말에
아빠 이야기를 해줬다.


#
시완아
엄마랑 할아버지 보러 갔던 날 기억나?

할아버지가 많이 아파서 병원에 계셨는데,
엄마랑 시완이가 할아버지 뵈러 갔잖아.

그때 사람들이 엄마한테 그랬지

"애기 엄마. 이런데 애기 데려오면 안 좋아. 애기 데리고 어서 가요."

병원에 병균들이 많다고,
그리고 아픈 사람들 보는 게 좋지 않다고,
아이 놀란다고...

그런데 그 당시 엄마가 유하를 낳고 얼마 되지 않아서 할아버지한테 자주 갈 수 있는 상황이 안됐어.
그래서 오랜만에 할아버지를 보러 간 거였지.
엄마는 사람들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시완이랑 할아버지랑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가리라 마음먹었어.

병원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야.
시완이가 아픈 할아버지들을 보는 게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


그렇지만 오랜만에 보는 할아버지 얼굴이 수척해서
할아버지 팔다리에 이런저런 선들이 칭칭 달려 있어서
혹여나 할아버지를 낯설어하지는 않을까

엄마가 걱정되는 건 그거 하나였지



그런데 시완이는 어땠는지 알아?

어른들의 우려와는 달리 할아버지랑 과자도 나눠먹고
(비록 할아버지가 드시지 못할지라도)
할아버지 토마토 주스도 드리고
마지막에 양치까지 시완이가 시켜드렸잖아.


시완아
엄마는 그날 시완이랑 할아버지를 보고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해


그리고 시완이가 할아버지에게 잘해줘서...
엄마는 그게 항상
시완이에게 많이 고마워.


그날
엄마에게 모두가 일찍 그곳을 떠나라고 말할 때
엄마에게 할아버지랑 더 있자고 해줘서

엄마에게 모두가 아이에게 안 좋을 거라고 말할 때
담담하게 할아버지와 음식을 나눠먹고 양치를 시켜드리는 모습을 보여줘서


그곳에서
낯선 시선과 차가운 공기를
신경 쓰지 않은 채
비록 아픈 할아버지를 둔 손주지만
시완이와 할아버지는
여느 할아버지와 손주의 관계와 다르지 않음을 직접 말과 행동으로 시완이가 보여줘서,

그래서 그곳의 시선과 공기를 따뜻하게 해 줘서,
무엇보다도 엄마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줘서
정말 고마워 시완아

엄마가 많이 사랑해





할아버지 보고 싶다.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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