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비 속을 우산을 받고 나갔다.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좋아서
마냥 아파트 단지를 걷는다.
며칠간 계속된 폭우로
온통 눅눅한 세상이지만
이렇게 걷는 나를 보면
빗소리에 홀린 게 분명하다.
자동차 천장에,
발코니 창문에 떨어지는 빗소리도 좋지만
우산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는
그중에 최고다.
큰길 가에 차들이 물을 가르며
달리는 소리도 나름 괜찮다.
옆 단지 차량에 경보가 울리는지
자동차 한 대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빵빵거린다.
음~ 조금 거슬리지만 빗소리에 집중한다.
잠깐 그런데 어디선가 개구리 소리가 들려온다.
한 마리도 아니고 수십 마리는 될 것 같다.
여름날, 장맛비에 개구리 소리라.
그것도 이런 아파트 단지에서.
저 정도 소리면 논에서나 날법한데
근처에 논이 있었던가.
그러고 보니 단지 뒤쪽에 논이 한 배미 있었던 것 같다.
그래 아파트 보다 논이 먼저 있었지
이 자리가 원래 논밭이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이곳의 원래 주인은
개구리들이네.
아파트 짓는다고 마구마구 파헤쳤겠지.
그 생각을 하니 저 울음이
주거 침입에 항의하는
개구리들의 시위 소리처럼 들린다.
나라도 뭐라고 대답을 해줘야 할 것 같은데.
무슨 말을 하까.
……
…..
….
…
..
.
‘미안해’
…
…
…
…
이 말로는 안 될 것 같은데 어쩌지
…
…
…
…
’그래도 힘내 ‘ 이것도 좀.
뭐라고 하지.
…
…
…
‘우리가 잘못했어’
…
…
…
…
해 줄 말이 없네.
..
..
..
.
.
.
.
.
..
..
.
.
내 년 여름에도
여기서 저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울다 울다 지치면 한 마리 두 마리
어디론가 떠나가겠지.
.
..
.
’그래도 버텨봐 ‘
.
.
.
.
아냐 이것도 아니데.
신경 끄고 그냥 듣자.
이 척박한 땅에서 버티며
때 맞추어 이렇게 멋진 노래를 들려주는
개구리들이여.
‘감사합니다.’
’ 정말 감사합니다.‘
이 말 밖에 할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