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의 통찰이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주는 시사점
법치주의의 근원에 대한 탐구는 흔히 국가 기관의 설계와 헌법적 원리에 집중되지만, 후크 교수는 르네상스 시대의 사상가 '니콜로 마키아벨리'(Niccolò Machiavelli, 1469-1527)가 고대 로마 공화국을 분석하면서 '자유'(liberty)가 첨예한 사회적 갈등 속에서도 생존하고 번성할 수 있었던 이유를 밝히고자 했던 통찰을 관찰하여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그는 법치주의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더 넓은 사회적 갈등의 맥락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다는 데에 주목한다.
마키아벨리의 핵심 통찰은 권력자가 법을 지키도록 만드는 것은 도덕이나 이상이 아니라 현실적인 힘이라는 것인데, 권력자들이 법을 따르는 이유는 '상쇄적인 힘'(countervailing force)에 의해 강요되기 때문이다. 이 상쇄적인 힘은 대개 권력의 압박을 받으면서도 법이 실현될 때 가장 큰 이익을 얻는 사회 계층에서 나오게 된다. 따라서, 법치주의는 추상적인 규칙이 아니라, 사회 내 서로 다른 세력 간의 역동적인 힘의 균형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마키아벨리는 법치주의의 생존 이유를 군주의 통치 유지 전략에서 찾는다. 외세의 침략이나 내부의 혼란이라는 잠재적 위협 속에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군주, 즉 '왕자'(prince)는 혼자서는 통치가 불가능하다. 왕자는 외부 위협을 격퇴하기 위해 국민을 결집시켜야 하지만, 국민을 분열시키고 무질서하게 만드는 전략은 이러한 결집력을 약화시킨다. 따라서 왕자에게는 '파르티지아니 아미치'(partigiani amici, 당파적 친구들)라고 불리는 국내의 핵심 동맹 세력이 필수적이다. 왕자가 이러한 동맹을 얻는 방법에는 재정 재분배와 같은 물질적 인센티브가 있지만, 이러한 약속이 유효하려면 지지세력들은 왕자가 원조를 받은 후 약속을 저버리거나 이익을 되찾지 않을 것이라고 믿을 수 있어야 한다.
이 측면에서 일반적이고 예측 가능하며 안정적인 체제인 법치주의가 잠재적 동맹 세력들에게 가장 귀중한 재화로 등장한다. 법은 왕이 자의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권한을 박탈함으로써 동맹 세력들이 질서 있는 삶을 계획하고 번영을 구축할 수 있게 보장한다. 따라서 법치주의는 왕자가 지지세력들의 확고한 지지를 받는 대가로 제공할 수 있는 본질적으로 가치 있는 재화인 동시에, 왕자의 다른 모든 협상 카드를 보장하는 수단이 된다. 나아가, 법치주의는 활기찬 상업 부문의 출현을 가능하게 하여 왕자에게 부유하고 세금 징수가 용이한 사회라는 실용적 이점을 제공하며, 엘리트들에게는 공동의 규칙 준수를 통해 공동 운명체 의식을 강화하는 '심리적 시멘트' 역할까지 수행한다.
법치가 '신뢰할 수 있는 약속'(credible commitment)의 장치로 기능한다는 통찰은 경제학자 '더글러스 노스'(Douglass C. North, 1926-2015)와 정치학자 '배리 웨인게스트'(Barry R. Weingast, 1952-)가 영국의 '영광스러운 혁명(1688)'을 분석한 논문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이들은 왕이 국가 건설이나 전쟁 수행을 위한 재정적 신용(credit)을 확보하기 위해, 이전 스튜어트 왕조의 무제한적인 권한을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왕이 자산가들의 재산을 자의적으로 박탈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신뢰하게 만들 수 있는 제도, 즉 법치주의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는 초기에는 국내 '자산가'라는 특정 세력에게 가장 큰 힘을 부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다른 집단이 국가의 대표 구조 내에서 자리를 확보하며 법치주의의 혜택을 요구하고 획득하는 확장 과정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후크 교수는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된 법치주의의 흥미로운 취약점도 지적한다. 신용을 추구하는 주권자가 국내 자산가가 아닌 외국 세력과 같은 외부 행위자에게 의존할 때, 법치주의가 자국의 이해관계를 희생하며 무너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이는 법치가 순수한 이상이 아니라, 권력과 자본의 역학 관계에 따라 취약해지거나 변질될 수 있는 도구적 성격을 가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후크 교수가 설명하는 법치에 대한 이러한 사회학적 접근은 '제임스 매디슨'(James Madison, 1751-1836)이 국가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법률가의 질문에서 출발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사회 내 다양한 요소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에 대한 사회학자의 질문에서 시작한다. 이 관점에 따르면, 한 사회 내에서 다양한 파벌이나 계층이 더욱 고르게 균형을 이룰수록, 법치는 갈등을 조정하고 모두에게 예측 가능한 질서를 제공하는 효과적인 조정 메커니즘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부의 불평등이 심할수록, 그리고 그에 따라 법에 대한 접근과 사용 능력의 불평등이 커질수록, 법이 권력자를 제약하고 통제할 수 있는 힘이 발동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진다.
이는 법치주의가 단지 제도적 외양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평등이라는 토양 위에서만 굳건히 유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후크 교수의 이러한 묘사는 예측 가능성의 미덕을 강조했던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riedrich A. Hayek, 1899-1992)의 주장을 뒷받침하면서도, 법치가 부의 불평등을 용인하거나 심지어 유도할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을 약화시킨다. 진정한 법치는 힘의 균형, 즉 권력자를 강제로 굴복시킬 수 있는 상쇄적인 사회적 힘의 존재에 의존한다.
이러한 법치와 계층 갈등의 역학은 현대 사회의 규제 환경에 지극히 현실적인 시사점을 제공한다. 오늘날의 규제는 단순히 기술적 효율성이나 안전 보장을 넘어, 거대 자본과 노동, 시장의 지배적 행위자와 소수 행위자 간의 복잡한 사회경제적 갈등을 조정하고 사적인 권력을 통제하는 제2의 법치로서 기능한다. 예를 들어, 환경 규제나 공정거래법은 사적 이익과 공공의 이익 사이의 힘겨루기를 제도화한 결과물이다. 규제가 법치주의의 미덕인 일반성, 예측 가능성, 안정성을 확보할 때, 모든 행위자는 불확실성을 줄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그러나 후크 교수의 관점에 따르면, 규제의 강제력은 추상적인 공익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의 혜택을 받는 약자 및 다수 집단이 규제 기관이나 정치적 권력의 자의적 행동을 제약할 수 있는 실질적인 상쇄력을 갖추었을 때 비로소 확보된다. 만약 규제 설계 및 집행 과정이 거대 자본이나 특정 엘리트의 영향력 아래에 놓여, 규제가 특정 세력에게만 유리하게 적용되거나 불투명한 경우, 이는 규제를 통한 법치주의가 붕괴했음을 의미한다. 규제 환경의 안정성은 결국 그 사회의 권력과 부의 불균형 상태를 반영하는 지표가 된다.
특히, 현대 규제의 가장 중요한 영역 중 하나인 온라인 플랫폼 규제는 후크 교수의 분석 틀을 적용하기에 매우 적합하다. 구글, 아마존, 메타와 같은 거대 플랫폼 기업들은 정보 독점, 시장 지배력, 사용자 통제력 면에서 과거의 군주(왕자)에 필적하는 새로운 형태의 자의적 권력을 행사한다. 이들이 데이터 사용, 검색 결과 노출, 시장 진입 등에서 불투명하고 예측 불가능하게 행동할 때, 소상공인, 콘텐츠 창작자, 일반 소비자는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플랫폼 규제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러한 플랫폼의 자의적 권한을 제한하고, 투명성, 공정성, 예측 가능성이라는 법치주의 원칙을 그들의 운영에 내재화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플랫폼의 '파르티지아니 아미치', 즉 플랫폼의 공정한 규칙을 통해 이득을 보는 다수의 이용자 및 중소 사업자들이 규제 정책 결정 및 집행 과정에서 강력한 '상쇄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가 마련되어야 한다. 예컨대, 집단 소송제나 단체 금지 청구권을 도입하여 개별 피해가 아닌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 자체를 다수가 함께 중단시키도록 강제하거나, 플랫폼의 핵심 정책 결정에 이해관계자 대표가 참여하는 공식적인 협의체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이 있다.
이러한 전제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는 경우, 플랫폼 자본의 막대한 로비력이나 기술적 복잡성에 의해 규제는 쉽게 형해화될 수 있다. 또한, 플랫폼 규제는 플랫폼의 초국가적 특성으로 인하여 국제 경쟁 환경이라는 취약점을 동시에 안고 있다. 과거 왕이 자금 조달을 위해 해외 채권자에 의존하며 국내 법치를 희생했던 것처럼, 초국가적인 힘을 가진 거대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통상 압력 등에 직면해 실효성을 잃고 약화될 수 있는 맹점을 안고 있는 점도 또 하나의 변수이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플랫폼 경제에서의 법치주의는 국내 측면에서 규제 대상인 권력(플랫폼)과 규제의 수혜자(소비자 및 이용사업자 등의 다수 국민) 사이의 힘의 균형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조정하고 유지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으며, 국제적으로는 개별 국가가 아닌 규제 연합을 통한 국제적 공조로 플랫폼의 초국가적 힘을 상쇄하고, 데이터 투명성 의무화 및 이용자·사업자의 집단적 규제 참여를 통해 규제 회피를 막는 다층적인 힘의 균형을 맞추는 방법으로 지혜를 모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