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라는 곳은 사람을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들기 딱 좋은 곳이다. 아무리 좋은 회사라도 그것은 마찬가지다. 특히 한 회사를 오래 다니면 다닐수록, 한 가지 업을 오래 할수록 더욱더 그래진다. 그리고 우물 속 세상이 전부인 줄 아는 개구리들은 점점 더 우물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된다.
삶의 전부가 회사인 사람들
회사에서 장기근속한 윗사람들과 면담을 해보면 답답할 때가 많다. 그들은 자기 자신이 최고가 되어 있다. 지금 자신이 몸담고 있는 이 회사가 최고가 이곳을 나가면 뭘 할 거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만한 회사가 없고 이렇게 좋은 회사가 없다며 가스라이팅한다. 물론 그들의 말도 맞다. 하지만 세상에 직업은 수만 가지이고 더 좋은 다른 회사들도 많다. 이 정도면 괜찮으련만 자기 자신도 왕이 된 듯 말한다. 자신이 그 수많은 세월을 이곳에서 고생해 그 자리까지 올라간 것에 대한 프라이드가 대단한 것 같다. 물론 그들의 프라이드를 존중하지만 자신의 삶과 회사를 동일시하는 모습을 보고 또 그만큼의 열정을 바랄 때면 참으로 답답할 수밖에 없다.
내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 어차피 나가면 아줌마 아저씬데 뭐? " 미안한 말이고 죄송한 말이지만 맞는 말이다. 자리가 높으면 그만큼 아량이 넓어지고 사람을 잘 다룰 줄 알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직급은 높아졌는데 그 사람의 작은 마음은 그대로인 것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아랫사람의 말은 들으려 하지 않고 하찮게 본다는 것에 있다. 상사와 직원이기 전에 사람대 사람으로서의 대우를 해줘야 하는데 그것이 결여된 사람들이 꽤 있다. 인격적인 모독을 하고도 당당하다. 그래서 그러한 기분 나쁜 순간들을 대비해 나만의 마법의 주문을 만들었다. ' 내가 이곳을 나가면 당신은 그냥 아저씨고 아줌마야'
위에서 아무리 혼나도 크게 타격이 없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그 사람에게 어떻게 그렇게 괜찮을 수 있냐고 물었고 생각지 못한 답이 돌아왔다. "저는 제 삶을 이곳과 동일시 하지 않아요. 제 인생에 여기가 전부가 아니에요. 여기는 그냥 일하는 곳이죠. 이곳이 인생인 그들과 저는 달라요"
회사 밖은 위험해
사람이 겸손하지 못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세상에 대한 무지에서 온다. 몇몇 사람들과 대화를 해보고 느낀 점이 있다. 그들 중 일부는 여기서의 사회경험이 전부고 이 커리어가 전부이기 때문에 이게 최고인 줄 안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른 일을 해보고 더 많은 사회 경험을 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내가 가진 것은 정말 극히 적다는 것을 말이다.
한 회사에 오래 다니는 것은 좋다. 그 회사가 좋은 회사라면 더더욱 말할 것도 없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안전한 직장에 다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주 큰 행운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경계해야 할 것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안전한 직장에 있다면 그 안전장치를 이용해 회사 밖의 세상을 많이 구경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회사를 오래 다닐수록 퇴직이 가까워오지만 한 회사에 오래 있을수록 퇴직은 더 어려워진다. 자신이 모르는 회사 밖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기 때문이다. 회사라는 안전한 이불을 덮고 있는 것은 좋지만 언젠가는 이불 밖을 나와야 한다. 잠시 내린 회사라는 정거장이 종점인 것처럼 살면 안 된다.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타고 다른 곳으로 떠나야 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