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여기 뜻이 없다는 애가 뭘 그렇게 열심히 해?"
사람들이 나에게 묻는다. 동료들과 대화를 하며 종종 말하곤 했다. 나는 이곳에 뜻이 없다고. 그저 돈 버는 곳일 뿐. 물론 아무리 동료들끼리라도 이런 속내를 내비치는 것은 좋지 않다. 하여간 그래서 그렇게 물어본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답했다. " 있는 동안 욕은 먹지 말아야죠!"
요령껏 일하라고?
꾀부릴 줄 모른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요령껏 일해야 안 지친다고 말했다. 바보 같은 나는 요령과 꾀를 싫어어 했다. 내가 맡은 것을 넘기는 것도, 안 하는 것도 싫어했다. 바보같이 내가 더 많은 일을 해야만 직성이 풀렸다. 그런 거 보면 나도 한때는 참 열정맨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나 스스로 많이 풀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한 일에 뒷말 나오는 게 싫고 대충 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싫다. 눈치 봐가면서 대충대충 하는 것만큼 꼴 보기 싫은 게 없다.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그렇게 하면 티가 안 날 것 같지만 다 티가 난다. 윗사람이 괜히 윗사람이겠는가. 직접적으로 말은 안 해도 다 알고 있다.
처음에는 남들한테 어떻게 보일까도 중요했던 것 같다. 이 죽일 놈의 열심히의 시작이 말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나 스스로한테 보이는 내 모습이 더 중요했다. 인생의 태도는 습관이다. 스스로 타협하게 되면 타협이 쉬워진다. 이곳에 뜻이 없다고 이곳의 일을 대충 하면 그 사람은 뜻이 있는 다른 곳에 가도 마찬가지다. 그곳에서도 또 타협하고 대충대충 할 것이다. 항상 일을 안 하고 못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당신에게 이 일이 맞지 않아서 못할 수는 있지만 열심히는 하려고 해야 한다고. 지금 여기서도 열심히 못하면 어딜 가서도 당신은 못해낼 거라고 말한다. 꼰대 같고 직설적인 발언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말이 아직까지는 맞다고 생각한다.
일도 못하는 사람
박진영이 가수 비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비는 뭘 해도 성공했을 거예요. 세탁소를 했을지, 빵집을 했을지 몰라도 하여간 뭘 해도 성공했을 거예요"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한다. 그 사람에게 한 가지 일을 맡겼을 때 그 일을 해내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의 인품과 성품이 보인다. 재능의 영역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건 오직 성실성의 영역이다. 회사에서 학벌 좋은 사람을 뽑고 싶어 하는 이유는 단순히 머리가 좋을 것 같아서가 아니다. 어쨌든 그 학벌은 그가 성실하게 살아왔다는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능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성실함과 꾸준함은 모든 것을 이긴다. 직장에서 아무리 일을 못해도 꾸준히 성실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뀐다. 그리고 대부분은 일을 못하는 사람에게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일도! 못하는 사람에게 화가 나는 것이다. 태도도 안 좋고 거기다가 일도 못하니까 화가 나는 것이다. 다른 건 다 좋고 노력도 하는데 일만 못하면 화가 나는 게 아니라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러니 주변 사람들이 자신에게 화가 나 있다면 자신의 태도를 한번 돌아봐야 한다.
일 못하는 직원이 퇴근시간 몇 분 안 남았다고 그때부터 하던 일도 놓고 멍하니 시계만 보면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며 화가 나는 게 아니라 한심해 보였다. 어린애가 인생을 왜 저렇게 살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루 종일 실수하고 쌓여 있는 일을 보며 단 일분이라도 더 도와줄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자기 퇴근이라고 컴퓨터 앞에 시간만 보며 집에 갈 준비를 하는 것을 보고 그 직원에 대한 마음을 비웠다. 이 사람은 일만 못하는 게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그 사람의 자세인 것이다.
대충 뛰는 러너는 없다
끝이 있는 달리기를 한다고 대충 하지 않는다. 가능하면 일등을 하고 싶어 죽을힘을 쓰고 달린다. 직장 생활도 똑같다. 끝이 있는 달리기를 하는 거다. 죽을힘을 달리라는 것도 아니고 , 일등을 하라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뛰기로 했으면 적어도 경주에는 참가 해야 할 것 아닌가. 나 스스로 나한테 부끄럽지 않은 것이 중요하다. 나중에 사업을 하던 다른 일을 하던 지금의 회사 생활은 자신이 어떻게 보냈냐에 따라서 경험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이왕 자기 인생의 시간을 쓰는 것인데 의미는 남겨야 하지 않겠나. 그 몇 년의 시간이 자기혐오를 가득 찬다면 앞으로의 인생에서 득 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열심히 하자는 거다. 회사에 목숨 걸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떳떳하게 위해서 일은 일답게 제대로 하자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