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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T에게 퇴사에 대해 물었다

by 감성기복이

챗 GPT에게 물어보았다.

4개월만 더 버티고 700을 더 모아 퇴사할까? 아니면 지금 당장 퇴사할까? 근데 그 4개월이 나한테는 너무 힘들어..


4개월 동안 억지로 버티다가:

멘털 털리고

체력 떨어지고

공부 시작도 제대로 못 하고

결국 준비 시간 부족해지는 경우 많아요.

그럼 그 700만 원,
"버틴 값"으로 남는 게 아니라, 실패값이 될 수도 있어요.


이게 GPT의 답이었다. 그리고 인간이 아닌 AI가 내 마음을 흔든 것도 처음이었다. 그리고 우습게도 그 AI가 내 마음을 흔든 문장들을 지금부터 공유하려고 한다.







버티값이 아니라 실패값이다

마음은 지금 당장 그만두고 싶지만 버티면 무조건 이득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퇴사는 연초에 해야 챙길 건 다 챙기고 나올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돈에 비해 나는 내 시간과 건강의 가치를 낮게 평가했다. 모두 시간과 건강, 정신과 바꾼 돈인데 말이다. 그런데 사람도 아닌 것이 그 점을 정확히 짚어줬다. 4개월을 버티고 더 받는 돈은 버틴값이 아니라 그 4개월간 나의 인생을 살 수 없었던 실패값이라고 말이다.


직장인들은 버티면 월급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는 거다. 그럼 일을 잘하든 못하든 월급은 나오고 먹고살 수 있으니 말이다. 그게 버틴값이다. 그리고 그것을 평가절하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버티값은 동시에 실패값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 시간들을 억지로 버티는 동안 난 내 인생의 어떤 부분에서는 동시에 실패하고 있으며 마이너스 값을 내고 있는 거다. 당장 내 손에 쥐어지는 것은 보이지만 내 손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보지 못하는 것이다.





퇴사가 사치가 아니라 ‘필요’


700만 원의 가치는?

4개월 동안 → 약 175만 원/월

하루로 나누면 → 약 5만 8000원/일

즉,
당신은 하루 5~6만 원을 벌기 위해 지금 이 고통을 감수하고 있는 거예요.


AI는 인간이 하기 귀찮은 계산까지 해준다. 그런데 이렇게 계산을 해놓고 보니 대단해 보이는 금액이 아니었다. 하루 5-6만 원을 더 벌기 나의 인생의 어느 시기를 소모시키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그것도 오로지 돈 때문에. 이제껏 돈에 저당 잡힌 인생을 살아왔다. 물론 그렇지 않았다면 더 힘들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렇게 살아 내 손에 쥔 것은 공허감과 허무함이다. 하지만 만약 지금도 당장 먹고살 돈이 급하다면 나는 나의 미래의 가치보다 돈을 택할 것이다. 당장의 안정감을 택할 것이다. 그리고 사람이라는 것은 참 무섭게도 그 안정감에 중독이 되고 고통에 익숙해지면 퇴사가 정말 필요한 시점이 와도 그걸 모른다. 뜨거운 물에서 서서히 익어가며 죽어가는데도 아무 감각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700만 원보다 중요한 건, 그 돈을 쓸 ‘나 자신’이 멀쩡한 상태로 남아 있는 것

돈이 없어 죽으나 돈을 벌다 과로로 죽으나 그게 그거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노동하는 사람에게 건강과 돈은 상충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비단 돈과 바꾼 것은 건강뿐만이 아니다. 사람들은 나에게 로봇 같다고 말한다. 왜 로봇이 되었냐고 하면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참함, 비굴함, 모욕감, 모멸감 등 구질구질한 감정들에서 로봇이 되지 않으면 그 감정들이 내 인생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이미 멀쩡한 나는 포기한 지 오래다. 착한 마음과 여린 정신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버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과연 그 순수함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마 겨우 정신줄 한가닥만 잡고 있어도 승리한 것일 것이다. 그리고 그 정신줄 한가닥은 우리가 지켜야 할 마지노선이다. 그것마저 무너져버리게 된다면 그때는 직장도 돈도 다 필요 없다. 직장 생활을 하며 처음 모습 그대로 멀쩡함을 유지할 수는 없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그 선을 넘고 퇴사를 하면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러니 달려도 그것을 지킬 수 있을 때까지만 달려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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