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의 손길을 내밀며

오지랖 + er

by 소월

9월의 중순.

아직도 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저녁.

하루중 저녁시간은 늘 해야 할 일이 많아 이걸 차례대로 해내야 하는 압박감 같은게 늘 자리잡고 있다.

아이들의 목욕타임. 이 일과를 마치면 이제 거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모든걸 해내기 위해서는 중간 중간 한숨을 돌릴 시간이 필요했다.


잠시 소파에 앉아 습관처럼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어른하고의 대화가 절실했는데 비대면 해결책을 생각하다가 지역 커뮤니티 카페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제목을 읽어 내려 가는데 사회 초년생같은 어떤 사람의 글을 보게 됐다. 편집디자인의 어느 부분에 대해 궁금점이 있었던 모양이다. 전공이긴 하지만 10년전쯤 독학으로 편집디자인을 섭렵한 기억을 끄집어 내야 하나. 고민할 새도 없이 이미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었다.

뭐하는 짓이지?


이메일로 궁금증을 유발했던 디자인 파일을 넘겨 받았는데 알을 굴리며 열심히도 분석을 해보며 집중했다. 꼭 찾아내 싶었다.

그런데 저녁일과를 아직 끝내지 못했는데... 잠깐의 생각이 스쳐지나가고 이미 머리속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궁금증을 풀어보는 것에 집중되어 있었다.


아이들이 엄마를 찾기 시작했다.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을땐 한참 예민해져 있는지라 이걸 끝내야만 평온이 찾아올 것 같았다. 덕분에 아이들에게는 그렇게 잔소리했던 핸드폰 사용에 대해 잠시 완화시켜주는 계기가 되었다. 망할...

평소 아이들이 핸드폰 사용하는 문제로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는데 지금 뭐에 꽃혀서 핸드폰을 열어 주다니. 한숨과 함께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 먼저 손을 내밀었으니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 저녁일과를 끝내야 한다는 생각까지... 도저히 제어가 되지 않는 오지라퍼씨. 어쩌면 좋지? 머리속이 복잡해 졌다.

아이들은 30분의 핸드폰 사용시간을 할당받은 것에 대해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그래 딱 30분 만이다!!


오브젝트를 뜯어 보며 원인을 분석해본 결과 문제점을 알아냈다. 조금의 수고와 노동이 필요한 작업이였다.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정말 사회 초년생이 맞았고 툴에 대한 기초지식이 조금은 부족한 상태였다. 한계를 느꼈는지 작업을 포기하려는 그사람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알고 나면 별거 아니라구요!!


밥까지 떠 먹여줄 생각은 없었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고 결국은 수고와 노동이 필요했던 그 작업을 직접 해보기로 했다. 다시 완성된 파일을 넘겨주며 이제 그 파일을 가져다 쓰기만 하면 됐다. 감사의 인사는 고마웠지만 조금 더 기초지식에 대한 공부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구해준 대가로 약간의 쓴(?)소리를 하고 싶었다. 내가 뭐라고 참..


질책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기초지식을 알고 접근을 하면 앞으로 어떤 난관도 헤쳐나갈 수 있는 해결능력이 생길 것 같아서였다. 왜 이렇게 오지랖이 태평양인지 모르겠다.

너나 잘하세요.


아무튼, 내 할일은 끝났다. 한 사람을 구했다는 생각에 왠지 모를 뿌듯함과 성취감이 려왔다. 이거지!


핸드폰 시간이 다됨을 너무나도 아쉬어 하던 아이들에게 기다려줘서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단호하게 "이제 그만" 짧은 한마디로 달콤했던 시간의 종료를 알렸다. 이제 남은 저녁일과를 또 충실히 해 나가야 한다. 일은 더 재미있는 일들이 생기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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