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내에 낯선 사람들이 보인다. 한 사람이 앞장서서 걸어가고, 뒤따르는 사람들은 아파트의 외관을 유심히 살피는 모습이 한눈에 보아도 집을 보러 온 사람들이다. 바야흐로 제주국제학교의 부동산 투어 시즌이다.
제주국제학교 합격 후 고민은 아마 '집 구하기'일 것이다. 내가 살아온 곳과 전혀 다른 곳,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곳, 소문만 무성한 곳에 집을 구하는 일은 시작부터 막막하다. 그래서 많은 학부모들이 '학부모 카페'나 부동산 블로그를 통하여 정보를 얻는다. 나 역시 강한 집념으로 원하는 집의 정보를 게시한 블로그 글들을 하나도 빠지지 않고 보았고, 구글맵까지 확인했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거쳤기에 지금의 집을 구할 수 있었다.
지금도 집을 구하기 위해 인터넷 정보를 검색 중인 예비 학부모들을 위하여 지난 3년 동안 이 동네에 살며 체감한 부동산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2021년 2월, 제주국제학교 합격 발표 이후 나보다 먼저 입도(入島)하여 살고 있던 선배에게 연락을 했다. 많은 이야기가 오갔는데 그중에서 나의 뇌리에 강하게 박힌 말이 있었다.
"그런데 말이야, 운이 나쁘면 1년마다 이사를 다녀야 할 수도 있어."
어린아이를 데리고 1년마다 이사라니, 생각만 해도 너무 끔찍했다. 실제로 내가 아는 지인은 3년 동안 세 번의 이사를 했고, 올해 처음 제주에 입도한 지인 두 명은 1년도 안 되어 이사를 하기도 했다.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정말 그런 일이 있기는 했다. 그리고 나의 입도 멤버 중 아직까지 제주에 남아있는 다섯 명 중에서 한 번도 이사를 하지 않은 사람은 나를 포함하여 두 명이었다.
어쨌든 1년마다 이사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고, 우리가 계획한 제주생활은 꽤 긴 시간이었기 때문에 연세가 아닌 매매를 알아보기로 했다. 그 당시 영어교육도시 내 신축아파트들을 대상으로 알아보았고, 최종적으로 우리는 도보 가능한 거리에 상업시설이 있고, 동 간 거리가 넓으며 해가 잘 드는 아파트 단지를 후보에 올렸다. 그리고 투어가 끝난 후 늦은 점심을 먹으면서 나와 남편은 넓은 테라스가 있는 1층이냐, 벌레 걱정이 없는 3층이냐를 두고 고민했다. 그러나 고민도 잠시 부동산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사장님, 방금 보셨던 1층은 계약이 되었어요."
아, 말로만 듣던 부동산 눈치게임이 바로 이건가 싶었다. 우리는 급하게 밥을 먹고 부동산으로 가서 계약을 했다. 그리고 그 집에서 3년 동안 잘 지내고 있다. 아래 항목들은 내가 집을 고를 때 고려한 부분이다. 집을 구하는 예비 학부모들이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 적어보았다. 특히 제주살이 중 가장 골칫거리인 '곰팡이'는 선배의 조언으로 벽지 냄새까지 맡아가며 확인했다.
해가 잘 드는 집
놀이터가 있는 아파트 단지
주차 공간이 여유로운 곳
집에 들어갔을 때 곰팡이 냄새가 나지 않는지 확인할 것
2021년 여름, 영어교육도시에는 학교 근처를 중심으로 신축 아파트들이 제법 생겼고, 부동산 시장이 활발했던 때였다. 연세도, 매매도 매물이 나오자마자 금방 사라졌다.
그다음 해인 2022년에는 연세가 껑충 뛰었다. 우리 아파트 단지만 해도 2021년 기준 3천만 원 중반에 거래되었던 매물이 그다음 해에는 4천만 원을 넘었다. 매물이 귀하다 보니 부동산 투어는 건너뛰고 전화상으로 계약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그 기세는 2023년 여름까지 이어졌다. 같은 반 학부모는 유선상으로 계약을 했고, 또 다른 학부모 두 명은 같은 아파트 내 같은 평형을 계약하였지만 늦게 집을 보러 온 학부모가 조금 더 비싼 가격에 계약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2023년 겨울부터 부동산 가격이 주춤하더니 지금의 2024년에는 연세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 그러나 다음 달이 되면 가격이 오를지도 모르겠다. 혹은 남아있는 매물에서 서로 경쟁하듯 착한 가격을 제시할 수도 있다. 알 수가 없다.
얼마 전 집을 내놓으면서 학부모카페에 부동산 관련 이야기를 찾아보았다. 그중 영어교육도시 내 부동산 매물이 많냐는 글이 있었고, 꽤 많은 댓글이 있었다. 부동산 투어를 늦게 오더라도 매물은 충분히 많으니 걱정 말라는 댓글들이었는데, 그 말이 맞기는 하다만 이른바 '컨디션'이라는 조건이 빠졌다. 주변에 집을 내놓은 지인들의 경우나 집주인이 실거주하다가 세를 놓는 경우의 집들은 컨디션이 매우 좋다. 이런 집은 바로 계약될 확률이 높다. 실제로 '청소병'이 있는 필자의 집을 보러 온 첫 손님은 그날 바로 계약을 했다. 그러니 매물이 아무리 많다 해도 좋은 집 구하기가 쉽지는 않다는 얘기다.
학부모들이 가장 많이 질문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바로 '저학년의 경우 학교 앞에 집을 구하는 것이 좋을까요?'이다. 이에 대한 대답은 진리의 케바케이다. 나의 경우, 아이가 만 3세 때 제주에 왔다. 걸어서 학교에 가기에는 너무 어렸고, 추운 계절 제주의 칼바람을 뚫고 등하교를 한다거나 쏟아지는 빗속에서 함께 걸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당시 다녔던 미국계 학교는 킨더 학년의 경우, 건물 앞까지 'drive-thru'라는 방법으로 등하교를 했기 때문에 굳이 도보권 아파트를 구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의 캐나다계 학교 역시 아침에는 'drive-thru'로 등교를 하고, 하교 시에는 학교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로워주니어 건물 앞에서 아이를 기다렸다가 함께 주차장으로 돌아가 하교를 한다. 그러나 학교 앞 아파트에서 도보로 등하교를 하는 가정도 많다. 이것은 편리함과 불편함의 차이보다는 개인의 기호이다. 지금 내가 사는 아파트는 등하교를 할 때 차를 이용해야 하지만, 마트를 가거나 아이 학원을 갈 때는 걸어서 가는 편리함이 있다. 그러니 본인의 편한 생활에 맞는 곳을 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다섯 번째 제주국제학교의 설립 계획 승인이 났다. 본격적으로 공사가 진행되면 부동산 시장에도 변화가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변수까지 고려하면 집 구하기가 어디 쉽겠는가. 부동산 사장님들이 흔히 하는 말처럼 마음에 드는 집을 만나게 되면 그때 계약하는 것이 좋다.
참, 아는 지인은 부동산 투어 중 마음에 드는 집을 구하지 못하여 학교 근처 s호텔 내에 있는 풀옵션 콘도를 단기임대 하였다. 그리고 제주 생활에 적응하면서 동네를 충분히 둘러본 후 마음에 드는 집을 계약했다. 당장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여유를 갖고 위와 같은 방법을 택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제주의 일 년 중 요즘이 가장 화창하고 따스한 날들이다. 설레는 기분으로 부동산 투어를 하는 예비 학부모들 모두 좋은 집 구하기를 바라본다.
아파트 뒷문에서 집으로 걸어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