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한국 → ②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시베리아 횡단 열차) → ③ 러시아 모스크바 → ④ 우크라이나 키이우 → ⑤ 그리스 아테네 → ⑥ 그리스 산토리니 → 그리스 고린토스 → 알바니아 티라나 → 몬테네그로 포드코리차 → ⑦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 ⑧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 →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 오스트리아 비엔나 →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 ⑨ 체코 프라하 → ⑩ 독일 프랑크푸르트, 하이델부르크, 본 → ⑪ 네덜란드 뒤셀도르프, 노테르담 → 벨기에 브뤼셀 → ⑫ 이탈리아 베니스 → ⑬ 이집트 카이로→ ⑭ 짐바브웨 빅토리아 폭포 + 보츠와나 국립공원 → ⑮ 남아공 케이프타운 → ⑯ 나미비아 나미브사막 → ⑰ 스페인 바르셀로나 → ⑱ 산티아고 순례길 → 포르투갈 포르투, 리스본, 에리세이아, 신트라
사십춘기 방랑기 D+102일(2017.6.19.) 포르투갈 첫째날 in 포르투
피스테라에서 포르투로 곧장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일단 산티아고로 이동한 후에, 다시 포르투로 이동해야 했다. 환승을 포함하여 7시간 가까이 버스를 탔다. 이동하는 차안에서 이제는 순례객의 마음을 버리고, 여행객의 마음을 챙겨야 될 때라고 생각했다. 40일 가까이 순례길에서 사람들의 친절과 더불어 지내다보니, 경계심이 없어졌다. 이제 다시 여행을 시작하니, 어느 정도의 긴장감은 지니고 있어야 할 터이다.
한참을 달려, 포르투에 내렸다. 다행히 구글지도가 작동을 해서, 예약해 놓은 숙소까지 걸어서 찾아갈 수 있었다. 버스정거장에서 걸어서 30분 정도 이동을 하니, 숙소가 나왔다. 숙소는 무척이나 깨끗하고, 마음에 들었다. 포르투 스팟 호스텔! 정말 권하고 싶다. 체크 아웃 시간도 낮 12시이다보니, 충분히 머무르면서 피로를 회복할 수 있는 곳이다. 숙소에서 짐을 풀고, 씻은 후에, 포르투를 둘러보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포르투의 다리 위에서 아래를 내다보는 광경은 정말 어마어마하다. 기차가 다니지 않을 때는 이 도량을 자유롭게 왕래하면서 구경할 수 있다.
거리를 걷는데, 건물들이 매우 고풍스럽고 멋있었다. 그렇게 걷다가 다리에 이르렀는데, 정말 감탄이 나왔다. 포르투갈 최고다. 왜 이곳이 두브로부니크보다 유명하지 않은 것인지 모르겠다. 기차가 다니는 다리 위... 기차가 지나가지 않을 때는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그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정말로 시원하고 멋졌다. 숙소로 돌아올 때는 일부러 다른 길로 왔는데, 역시나 운치가 있었다. 포르투가 좋아서, 조금 더 있고 싶지만, 제자 현재를 만나야 해서, 내일은 리스본으로 이동해야 한다. 스페인도 너무 좋았는데, 포르투갈도 참 좋다. 이베리아 반도가 나에게 맞는 거 같다. 그냥 여기에서는 아무 것도 안하고 있어도, 기분이 좋다.
사십춘기 방랑기 D+103일(2017.6.20.) 포르투갈 둘째날 in 포르투 → 리스본
내게는 여행의 철칙이 있다. 평상시에 하지 않을 행동을 여행지라고 해서 하지 않는다. 여행에서의 사고는 여행을 한다는 기분에 취해, 평상시에 하지 않는 행동들을 여행지에서 하다가 벌어지는 경우를 많이 봐 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내 여행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짜릿한 설렘이 그다지 없다. 그냥 형태를 달리한 일상의 연속이다. 그게 내 스타일이다.
다만, 오늘은 리스본을 향하면서, 일상에서 하지 않았던 일들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리스본행 야간열차”라는 멋진 소설과 영화 덕택에 리스본은 내게 낭만적인 느낌을 준다. 비록 사정상 포르투에서 리스본까지 야간 열차로 이동할 수는 없었으나, 기차를 타고 리스본에 오후 4시에 도착했다. 기차역을 나와서 조금 걸어가자, 탁트인 바다가 보였다. 리스본도 극강의 아름다움이었다. 포르투갈 최고다.
인생을 정해진 규칙대로 살던 교수가 딱 한번 자신의 규칙에서 벗어나 감정을 따라 행동을 하던 낭만적인 이야기 <리스본행 야간열차>, 야간 열차를 못 탄 것이 아쉽다.
살짝 배가 고파서 아이스크림과 빵을 함께 파는 카페에 들어갔다. 메뉴를 주문하면서, “브레드”를 달라고 했더니, 잘 못알아들어서, 다시 “브레드”라고 했더니, 주문 받는 여직원이 갑자기 “빵”이라고 말했다. 갑자기 들린 우리말에 놀라서 연신 고개를 끄덕인 후에, 어떻게 이 사람이 우리말을 아는 건가 의아했는데, 순간 “빵”이 외래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부터 그냥 안되는 영어하지 말고, 그냥 “빵”이라고 하면 되는구나. 아이스크림과 빵을 함께 먹고 계산을 하는데, 물가가 무척이나 착했다.
리스본은 해안 도시이다. 바닷가 근처로 산책하다가 휴식하기 좋은 곳이 많다. 물가도 참 착했다.
이 리스본에서 방학을 맞아 유럽을 여행 온, 하나고 1기 제자 유현재를 만나게 된다. 남자 제자를 만나는 것이 설렐 것도 없지만, 이 녀석과 일상에서 하지 않았던 서핑을 2일간 배우기로 했다. 뜨거운 햇살에 온몸을 태우면서, 파도에 몸을 싣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지만, 실상은 써핑보드에서 일어나는 것만 연습하다가 끝날 것도 같다. 그래도 내일부터 서핑생활이 시작된다는 생각을 하니, 마구마구 설레고 그렇다. 여행지에서도 일상에서 하던 대로만 지낸다는 나의 여행 철칙을 버리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아주 가끔은 일상에서 안하던 일을 해보는 시도도 괜찮은 거 같다.
사십춘기 방랑기 D+104일(2017.6.21.) 포르투갈 셋째날 in 리스본 → 에리세이라(Ericeira)
리스본 숙소에서 아침을 준다고 해서, 아침을 챙겨 먹고 11시에 숙소를 나섰다. 이렇게 늦장을 피웠던 이유는 오늘 만나기로 한 현재가 오전에 파리에서 비행기를 타고 출발해 리스본 공항에 2시 경에 오기 때문이다. 현재와 서핑을 하기로 한 곳은 리스본이 아니라, 1시간 정도 떨어진 해안 마을이었기에, 현재를 공항에서 만나서 함께 이동하기로 한 것이다.
공항까지 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지하철을 타는 것도 아주 심플했다. 서울에서 지하철 환승으로 갈고 닦은 내공이면, 인도와 이집트를 제외한 그 어느 나라에 가더라도 대중교통에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거 같다. 2시에 만나기로 했지만, 12시 50분 경에 이미 공항 터미널에 도착했다. 공항 출구에서 현재가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이 친구와 동행하게 된 과정을 반추했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 별로 말을 섞어본 적도 없던 데면데면한 사이였는데 시간이 약인 것지, 서로 서로 변한 건지, 인연인 건지... 페이스북 메시저를 통해서 서로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었고, 그렇게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유럽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이 녀석과 며칠을 동행하게 된 것이 신기했다.
공항까지 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지하철을 타는 것도 아주 심플했다. 서울에서 지하철 환승으로 갈고 닦은 내공이면, 인도와 이집트를 제외한 그 어느 나라에 가더라도 대중교통에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거 같다. 2시에 만나기로 했지만, 12시 50분 경에 이미 공항 터미널에 도착했다. 공항 출구에서 현재가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이 친구와 동행하게 된 과정을 반추했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 별로 말을 섞어본 적도 없던 데면데면한 사이였는데 시간이 약인 것지, 서로 서로 변한 건지, 인연인 건지... 페이스북 메시저를 통해서 서로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었고, 그렇게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유럽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이 녀석과 며칠을 동행하게 된 것이 신기했다.
세계를 떠돌기 1달 전도 되었을 무렵, 현재에게 페이스북 메신저로 연락이 왔다. 자신도 여름에 유럽에 가는데, 일정이 맞으면 동행하고 싶다고... 우리가 그런 사이였던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본 것이니, 5년만에 본 셈인데, 이상하게 어색하지 않았다. 누군가를 만나기 전에 어색할까 염려하는 것이 내 오랜 습성이었는데, 그냥 만나면 어색한 경우도,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일단 만나봐야 안다. 이녀석과 함께 서핑 장소인 에리세이라로 이동하기 위해 함께 정거장을 찾기 위해 걷고, 버스를 타는 과정이 참 좋았다. 영어를 잘하는 녀석이 곁에 있다는 것이 이렇게 좋은 거였다니... 영어 잘하는 남자가 섹시하다. 현재가 영어로 길을 묻고, 숙소에 대한 내용들을 처리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면 될 뿐이다. 나는 저 녀석의 고등학교 선생이니까..
서핑하는 이들이 모이는 포르투갈의 에리세이라. 현재가 없었으면, 나 혼자서는 절대로 오지 못했을 곳이다. 동네는 참 예쁘고 평화롭다.
동행을 해서 좋은 점은 이제 셀카가 아니라 누군가아 찍어준 사진도 생긴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내 모습이 저렇게 보였던 거구나.
서핑장소인 에리세이라는 무척이나 아름답고, 숙소는 참으로 쾌적했다. 다만... 아주 많은 외국인들이 서로 어울려서 시끌벅적하게 식사하고, 이야기하며 서로 어울리는 곳이다 보니... 영어를 잘 못하고, 처음 보는 사람들하고 그다지 할 이야기가 없는 성격에게는 제법 부담스러운 곳이었다. 영어 잘하는 시크한 현재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있고, 나는 홀로 해가 지는 모습을 쳐다보며, 언제나처럼 기록을 정리했다.
사십춘기 방랑기 D+105일(2017.6.22.) 포르투갈 넷째날 in 에리세이라
숙소가 오버 부킹이 되어서 도미토리룸이 다 차다보니, 현재와 나에게는 예정에 없던 특실이 배정되었고, 그렇게 좋은 숙소에서 모처럼 마음껏 편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더욱이 파도의 사정상 서핑 초급반 수업이 오후 3시에 있다는 소식을 어저께 듣고, 밤늦은 시간까지 망중한을 즐기다가 아주 늦게까지 늦잠을 잤다.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편한 마음으로 푹 자본 게 오랜만이다. 피로를 다 풀고, 3시가 되어 서핑 수업을 하러 해변으로 나갔다. 햇살은 뜨거웠고, 서핑을 배우러 모인 사람들은 남자보다 여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리고 강사는 몸도 좋고, 정말 잘 생겼다. 여자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아... 매끈한 몸이 부끄럽다.
그러나 몸보다 더 부끄러운 것은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는 흐름에서 내가 완전히 비껴 나와서 섬처럼 있다는 것이었다. 각국에서 모인 사람들... 국적은 다른데 영어로 서로 소통이 된다. 그 소통에서 소외된 나는 외딴 섬처럼 떨어져서, 혼자서 물장구를 치고 있을 뿐이다. 내 인생에 또 다음 여행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만약 다시 해외여행를 떠돌게 된다면, 그때는 영어를 조금 더 준비해서 나가고 싶다.
서핑 수업을 가는 길. 우리가 웃통을 벗고 같이 있었던 적이 있을까? 서로의 맨몸을 보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우리가 이런 사이였던가?
서핑은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다. 그것은 운동신경이 아주 엉망인 나의 신체의 탓이겠으나, 보드 위에서 5초를 버티지 못했다. 물속에 몸을 담그고 있는 것 자체는 시원하고 즐거웠으나, 여전히 물은 내게 무서운 기억을 계속 생각나게 하고, 물위에서 미끄러지는 느낌이 짜릿하다고 하는데, 나는 그 기분을 잘 모르겠다. 사람들은 몇 번씩 반복하다 보니, 빨리빨리 늘었다. 현재도 제법 파도를 탈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쑥쑥 늘었다. 그러나 나는 제자리였다. 보드 위에서 연신 꼬꾸라져서, 물을 먹게 된다. 거기다가 이 거지같은 체력은 몇몇 반복해서 보드를 타고 나니, 이게 뭐라고, 금방 지치고 말았다. 숨을 헐떡이는 내 속도 모르고, 강사는 즐겁냐고 물어온다. 힘들다고 하니, 기운내서, 인생을 즐기란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나이를 물었더니, 스무살이란다. 아이고, 내가 첫사랑에 실패만 안했어도, 너같은 아이를 낳았겠다. 네가 사십이 되어서, 나정도 인생을 즐기고 있나보자. 서핑이 끝나고, 현재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피곤이 몰려왔다. 그래서 그대로 쓰러져 잠들었다.
서핑은 중심잡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뜨거운 햇살에 서핑을 타는 그 순간의 느낌은 참 좋았다.
사십춘기 방랑기 D+106일(2017.6.23.) 포르투갈 다섯째날 in 에리세이아 → 신트라
오늘은 순례길에서 만났던 분들이 추천해 주셨던 신트라로 이동을 해야 한다. 리스본으로 곧장 가려고 했던 현재도 신트라로 동행하기로 하여서 여행길이 적적하지 않게 되었다. 오늘은 에리세이라 숙소를 체크아웃하는 날인데, 다행히 초급반 강습이 오전 9시에 있어서, 체크 아웃 후에 짐을 맡겨 두고, 서핑 수업을 한 후에 신트라로 이동하기로 하였다. 이틀이 되었지만, 나의 서핑 실력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퇴보하였다. 그에 반하여 현재는 실력이 일취월장하였다. 그리하여 초급반 강습이 끝난 후에, 혼자서 자유 서핑을 할 정도가 되었다. 파도가 심하게 치고 있었는데도, 바다에 뛰어들어서 서핑을 시도하는 현재를 바라보며, 젊음이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서울대 재료공학과 유현재-지금은 박사과정 중이다. 이 녀석은 시크한데, 츤데레다. 이 녀석과 친해질 수 있어서 정말로 다행이다.
서핑 수업이 끝나고 신트라로 이동을 했다. 산악도시 신트라. 뜨거운 날씨임에도 나무 그늘이 많았고, 그 그늘을 지날 때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상쾌했다. 오전 시간에 서핑 수업을 받고 이동을 한 것이어서, 현재도 나도 둘 다 지쳤다. 그래서 숙소에 체크인을 한 후, 현재가 스승을 위해 서울부터 공수해 온 기운 나는 영혼의 음식 '라면'을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산악도시 신트라로 가는 길. 숲 속에 쌓여 있는 도시 전체의 모습이 이색적이다.
츤데레인 현재는 스승을 위해 서울에서 컵라면을 공수해왔다. 그리고 지친 스승을 위해 만찬을 대접했다. 고맙다.
사십춘기 방랑기 D+107일(2017.6.24.) 포르투갈 여섯째날 in 신트라 → 리스본
신트라에서는 1박만을 계획했다. 숙소에 짐을 맡겨 놓은 후에, 신트라의 유명관광지를 돌아보고, 리스본으로 기차를 타고 이동하기로 현재와 협의했다. 신트라 근처에 '페나 성'이라는 예쁜 곳이 있다. 산길을 따라 1시간 정도 오가는 길이었는데, 크게 힘들지 않고, 오가는 여정의 풍경이 너무도 예쁘다. 단, 입장료는 예상보다 비쌌던 14유로였고, 주변 가게들의 물가 수준도 포르투갈의 기본 물가보다는 제법 쎈 편이었다.
페나 성을 가능 길. 산길을 타고 제법 이동을 한다. 마냥 쉽지는 않지만, 충분히 수고할 만하다. 오가는 길도, 성의 모습도 모두 으뜸이다.
페나성에서 신트라로 돌아오는 길. 신트라는 볼수록 신비롭다.
페냐 성을 왕래하는 동안, 발이 많이 불편했다. 발을 내딛을 때마다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다. 나의 이러한 증상에 대해, 예전에는 그냥 발이 아프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현재가 이런 내 모습을 보더니, “족저근막염”이 아닐까 예상했다. 처음에는 이 생소하고 이상한 이름 때문에, 장난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인터넷으로 검색해본 결과, 내가 겪고 있는 증상과 놀랄만큼 일치했다.
족저근막염 - 족저근막은 발가락 기저부에 부착되는 강인하고 두꺼운 섬유띠로 발의 아치(arch)를 유지하고 체중부하 상태에서 발을 올리는데 도움을 주며 발의 역학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족저근막염은 뒤꿈치의 통증을 일으키는 흔한 질환으로 장시간 오래 서 있었다거나 운동을 과도하게 해서 발에 스트레스가 증가했으면, 더 쉽게 발병한다. 증상은 보통 서서히 발생하며, 특징적으로 아침에 일어난 직후 처음 몇 발자국을 걸을 때 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사하라레이스 직후에 있었던 불편감이 순례길을 걸으며 이러한 통증으로 확장된 것이다. 치료법은 그냥 3주 이상 움직이지 않고, 쉬는 것이라고 하지만, 아직은 쉴 수가 없다. 1달 후에 인도에 도착하게 되면, 그때는 좀 틀어박혀서 쉬기로 마음을 먹어 본다. 신트라는 하루만에 돌아보기에는 아쉬운 곳이다. 시간이 있었다면, 하루 정도 여유를 갖고, 더 돌아보면 놓치는 곳 없이 눈에 담아서 올 수 있었을 터인데... 시간이 아쉽다.
오후 4시 50분에 기차를 타고 리스본으로 향했다. 리스본까지 오는 길은 가까웠다. 50분이 채 안 걸리는 거리... 호시우역에서 내려서 숙소에 도착했다. 2시간 정도 휴식을 취한 후... 저녁8시 30분에 저녁식사 겸 산책을 위해 거리로 나왔다.
토요일밤이어서 사람이 많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사람이 예상보다도 훨씬 많았다. 알고 보니, 오늘이 리스본축제의 중심날이었다. 그래서 도시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의 음악회가 열리고, 사람들이 잔뜩 쏟아져 나와 술을 마시고, 춤을 추고, 사랑을 나눈다. 이 들뜬 분위기에 현재와 둘이 있는 것이 애매애매하여서,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11시 30분 무렵에 숙소로 돌아왔다. 이제 내일은 현재와 헤어져서 각자의 여정을 보내게 된다. 이렇게 잠시 동행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