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글몽글 로맨틱 타운

Day 9 , 뷔르츠부르크 (Wurzburg), 독일

by 여행에 와 락


뷔르츠부르크(Wurzburg)는 프랑크푸르트에서 동쪽으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도시이다. 프랑크푸르트라는 큰 도시에 가려서 관광객은 물론 현지인들도 잘 찾지 않는 곳이라고 한다. 우리가 알래스카에 가면 니닐칙 ( Ninilchik)이라는 곳의 지인 집에서 묵는데 그 집주인인 프랭크와 로즈위다 부부는 국제결혼 커플이다. 80대이신 두 분은 아직도 놀라운 정도로 몸과 마음, 정신이 건강하시다. 할머니, 로즈위다가 독일분이시라 두 분은 매년 프랑크푸르트 근교에 흩어져 살고 있는 친척들을 만나러 독일에 가신다. 그렇게 수십 년 동안 독일에 가셨어도 뷔르츠부르크를 가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독일에 오면 이곳에 꼭 간다. 스티븐이 젊었을 때 경유하면서 발견한 도시인데 그 이후로 그의 최애 도시가 되었다. 한번 따라와 본 이후로 나도 왜 스티븐이 이곳을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았다. 이곳만큼 로맨틱한 곳은 못 봤다.



뷔르츠부르크는 아주 작은 도시는 아니다. 제법 규모가 되는 도시이다. 올드타운에는 돌바닥이 깔려있는 스퀘어를 중심으로 레스토랑, 상점들이 있는데 나무가 많았던 건지, 삭막하지 않고 다닐만하다. 예전에 예쁜 꽃집 앞에서 한동안 물끄러미 구경했던 기억이 나는데 올해는 그 꽃집을 찾을 수 없었다. 대신 서머하우젠의 한 와이너리 주인인 칼 게어합트가 추천해 준 레스토랑은 찾았다. 아주 활기차게 영업 중이었다.




여러 개의 뾰족한 첨탑이 언뜻 디즈니 성이 연상되는 11세기에 지어진 교회당 (Cathedral & Museum) 도 아주 멋지다. 이 모습은 올드 마인 브릿지 (Old Main Bridge)에서도 볼 수 있지만 새로 리모델링된 내부로 들어가면 박물관까지 겸하고 있다고 하니, 다음에는 곡 가봐야 할 곳이다. 올드타운을 지나다 보면 마주치는 교회( Neumunster Collegiate Church) 도 11세기에 지어진 로마네스코 양식으로 화려한 외관이 눈길을 끈다. 또 한 곳 지나치면 안 되는 곳이 궁전인, 레지던즈, Residenz이다. 1700년대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이 궁전은 유네스코에 기재되어 있으며 주변 경관도 아주 멋지다. 이 궁전 서쪽 건물에는 그림뿐 아니라 앤티크 컬렉션이 탁월한 박물관도 있다고 한다. 우리는 레지던즈는 예전에 가보았으나 박물관은 못 가 봤다.


레지던즈 (Residenz)


우리가 뷔르츠부르크에 가면 반드시 가는 곳이 두 군데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와인샵, 줄리어스 슈피탈 (Julius Spital)이다. 이 지역은 프랑켄 와인 지역으로 화이트 와인 생산지이다. 독일의 대표 와인 품종인 리즐링 (Riesling)이외에도 Silvana, Muller-Thurgau, Scheurebe 등 잘 알려지지 않은 낯선 품종도 생산한다. 맛은 신선하고 상큼한 것이 특징이고 전통적으로 박스 뷰얼이라는 둥근 병에 담겨 출시된다. 프랑켄 와인을 좋아하는 우리는 여러 와인을 마셔봤으나 줄리어스 슈피탈 와인이 제일 일관성 있게 맛이 있어서 이 와인을 아주 좋아한다. 그래서 항상 이 와인샵에 들러 와인을 몇 병 사서 집에 가져간다. 알고 보니 이 와이너리는 와이너리 투어도 하고 있으며, 조금 떨어진 곳에 아주 근사한 레스토랑도 운영한다고 한다.


줄리어스 슈피탈, 프랑켄 와인이다.


뷔르츠부르크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올드 마인 브릿지 (Old Main Bridge) 이다. 여기서 Main 은 메인이 아니라 마인이다. 이 다리 아래로 우리가 많이 들어 봤던 마인강이 흐르기 때문이다. 이 강을 따라서 리버크루즈를 하는 기다란 배도 가끔씩 지나다니는 다리이다.


이 다리에는 12 사도 석상이 띄엄띄엄 서있는데 그 석상을 둘러싼 둥근돌 난간에는 연인들이 강을 바라보거나 와인을 마시거나 하고 있다. 다리 입구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파는 와인이나 맥주를 들고 이 다리를 거닐고 있는 친구들이나 연인 부부 가족들이 많다.


12사도 상이 세워진 올드 마인 브릿지


주말 어스름해질 무렵, 거리의 악사들이 뿌연 가로등 아래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저녁노을과 더불어 그렇게도 로맨틱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며 내 곁에 서있는 남편이 세상에서 가장 멋있어 보이는 순간의 되니 말이다.


브릿지와 마리엔버그 요새


이 다리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 강 옆의 노천 비어 가든인데 이제는 나무가 너무 자라서 전망을 완전히 가리고 있어서 전혀 보이지 않는다. 대신에 우리가 찾아낸 곳은 이 비어가든을 내려오면 강에 떠 있는 보트 카페이다. 브릿지를 향해서 테이블을 잡고 앉으면 강과 올드 마인 브릿지와 산에 걸려있는 마리엔버그 ( Marienburg) 요새 성곽이 그야말로 다 내 것인 느낌이다. 마침 재즈 음악도 틀어주는 주인의 센스 덕에 프랑켄 리즐링이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작은 보트를 개조한 선상 카페


이 도시가 왜 이렇게 로맨틱할까? 그저 나의 느낌인 걸까? 왠지 모르게 나는 이 올드 마인 브릿지 위를 걸을 때마다 마법에 걸린 듯 로맨티스트가 된다. 돌다리, 돌 난간, 브릿지의 모양, 12 사도상, 바이올린 소리, 차가운 화이트 와인, 노을, 가로등, 멀리 보이는 성 그리고 잔잔히 흐르는 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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