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마음을 배웠다.

Day 5. 서머하우젠 ( Sommerhausen), 독일

by 여행에 와 락


“내일은 우리도 서머하우젠으로 가기로 했어요. 1박 2일로."


일세가 어젯밤 이렇게 말했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오 정말요? 너무 재밌겠어요."


대꾸는 이렇게 했지만 마음속에서 감동의 물결이 일어나는 건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울리의 또 다른 친구인 씨기(Sigi)와 그의 아내 르나테 (Renate)가 살고 있는 서머하우젠(Sommerhausen). 우리는 오늘 서머하우젠으로 떠나기로 되어 있었는데, 피터와 일세, 그리고 피아와 그의 여자 친구 마리가 일박까지 하며 우리와 함께 여행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호텔까지 예약을 마쳤다고 한다. 참, 이렇게 따뜻하고 특별한 사람들이 있을까? 짧은 시간 함께 시간을 보냈지만 그들의 따뜻한 진심은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오후 서너 시에 도착한 서머하우젠에서 우리는 씨기집에서 케이크와 커피를 마신 후 동네 구경에 나섰다. 씨기는 은퇴한 후 동네의 night watchman으로 일하고 있다. night watchman 은 밤에 관광객을 데리고 동네 곳곳을 다니며 안내를 해주는 사람이다. 기다란 망토를 걸치고 선장 모자를 쓰고 창처럼 생긴 기다란 창을 가지고 등불을 들고 다닌다. 오늘 밤에는 안내하는 날이 아니라고 5시쯤 우리를 데리고 안내에 나섰다. 씨기와 르나테는 영어가 그리 유창하지 못하다. 독일어를 조금 할 줄 아는 스티븐과 영어를 조금 할 줄 아는 그들 사이에서 대충 의사소통은 되는 편이다. 이 안내는 당연히 독일어로 이루어졌고 시청을 시작으로 동네 여러 군데를 다니는데 약 1시간 반이 걸렸다.


씨기의 Night Watchman 복장을 스티븐이 입어 보고는 무척 좋아한다. 집에 돌아와서 곧장 독일 호두까기 인형 Nught Watchman 을 샀다.


낮 가이드 복장.을 한 씨기



이따금 남편의 행동에 깜짝 놀랄 때가 있다. 비단 남편뿐 아니라 시누이나 이웃, 친지들의 모습에서도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될 때가 있다. 예를 들자면, 공동으로 쓰는 물건이 있다고 가정할 때, 그것을 다 쓴 이후의 그들의 행동이다. 남편은 다음 사람이 와서 불편 없이 쓸 수 있도록, 완벽한 모습으로 돌려놓는다. 귀찮고 시간이 걸려도 말이다. 그런가 하면 나는 뭐든 빨리 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살짝 대충 한다. 다음 사람의 입장이 되서 기분 좋게 쓸 수 있도록 만들어 놓기보다는 내가 해야 할 일이니 체면 세울 정도만 한다. 이 두 가지 다른 입장의 결과물은 완전히 다르다. 남편의 결과는 흠 없고 완벽한 상태이고 나의 결과물은 뭔가 30% 정도나 부족하다. 비단 공용 물건의 예뿐만 아니라 나는 미국인 남편과 살면서 늘 생각한 것이 있었다. 그동안 남편과 시누이, 또 다른 미국인들을 보면서 저들은 어떻게 저렇게 세심하고 아주 사소한 것까지 배려하고 남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줄까 하는 생각을 늘 하고 살았었다. 그들의 세대가 또는 그들의 가정 분위기가 그랬나 보다 했는데 이번에 답을 찾은 것 같다.


씨기가 마을 안내를 해 주는 동안 우리에게 독일어는 외계어였다. 나는 궁금한 것이 많은 편인데 설명이 이해가 안 가니 답답하기 짝이 없을 뻔 ~했다. 피터와 일세 그리고 피아가 우리를 줄곧 따라다니며 통역을 해주지 않았다면. 귀찮고 어려워서 우리를 그냥 내버려 두어도 될 텐데, 아니면 가끔 중요한 내용만 알려 줘도 됬을텐데, 씨기가 안내를 시작한 처음 순간부터 다가와서 통역을 해준다. 나는 여기서 정말 심쿵했다. 그리고 반성도 했다. 나 같으면 다른 사람 입장이 되서 세심하게 통역해주지 못할 것 같다. 그들도 처음 듣는 내용이라 본인이 설명 듣기도 바빴을 텐데 어떻게 남을 생각할 배려가 생길까? 그것도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첫 순간부터, 안내가 끝난 한 시간 반동안 줄곧 통역을, 그것도 나와 스티븐에게 따로, 해주는 것은 감동하기에 충분했다.



어제 오늘 함께 다니면서 느낀 점이 이 사람들은 정말 우리 입장에서 우리가 불편한 건 없는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늘 생각하는 것 같다는 점이다. 사려 깊고 배려심이 돋보이는 사람들이다. 이 들과 여행하는 내내 나는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너무 좋은 사람들, 마음이 아름답고 선한 사람들, 사람을 진심으로 따뜻하게 대하는 사람들. 작은 일에 세심하게 신경 써 주는 사람들, 뭐든 바르게 행동하는 사람들...


그동안 남편과 시누이, 또 다른 미국인들을 보며 감탄했던 답을 찾았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이다. 유럽 사람들이 그들의 조상이지 않나? 유럽사람들의 이런 모습이 미국 사람들에게도 대를 이어 전해졌구나. 원조가 원조인 이유, 원조인 유럽인들은 미국인들이 따라 잡을 수 없을 만큼 더 세심하고 배려가 넘치는 것 같다. 배려의 끝판왕이랄까? 아, 이렇게 사는 거구나, 이런게 사람냄새구나. 이렇게 사는 게 제대로 사는 거구나 하는 생각들. 소중한 것을 배웠다. 사람들을 통해 사람답게 사는 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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