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7. 서머하우젠 (Sommerhausen), 독일
지금 우리가 머물고 있는 마을은 서머하우젠이다. 이름만 들어도 흥미로움이 스물거린다. 영어로 말하자면 서머하우스인 이 동네의 옆으로 흐르는 마인강 ( Main River) 건너편에는 윈터하우젠이 존재한다. (Sommerhausen /Winterhausen) 여러 사람과 함께 다니는 게 즐겁기도 하지만 스케줄을 소화하는 게 때로는 힘들었던 모양이다. 독일 도착한 날부터 시차에 적응할 시간도 없이 피로를 풀 여유도 없이 닷새를 강행군했더니 오늘은 우리에게 피로가 몰려왔다. 원래는 뷔르츠부르크에 가기로 한 날인데 도저히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 뭐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니고 우리 둘 마음인데 좀 쉬엄쉬엄 가자. 오늘은 아무것도 안 하기로 했다. 대신 음식은 먹어야 하니 마켓에 가서 장만 봐 오기로 했다.
서머하우젠은 이름 그대로 서머 하우스라는 뜻이다. 이 마을의 옆으로 흐르는 마인강 건너에는 윈터하우젠이 존재한다. 완전 반대인 타운이다. 서머하우젠은 관광객들이 몰려 올 정도로 아기자기하고 예쁜 마을이다. 꽃으로 장식된 건물들과 레스토랑, 베이커리, 와이너리, 호텔, 작은 기념품 점등 앙증맞기가 짝이 없다. 집들과 건물들도 화려한 색으로 장식되어 있다. 그렇지만 약 200 미터 되는 길이 전부인 아주 작은 타운이다.
반면 윈터하우젠은 정 반대인 마을이다. 크기는 서머하우젠만 한 작은 마을이지만 건물과 집들이 무채색이고 호텔도, 타워도, 와이너리도, 레스토랑도 보이지 않는다. 어딘가에 있을 수도 있겠지만 메인 로드를 지나가다 보면 베이커리 하나와 고깃간 하나만 눈에 띌 뿐이다. 어떻게 작은 강하나 사이로 여름과 겨울로 이렇게 나뉠 수 있는지 독일인들의 유머인가 싶기도 하다.
서머하우젠에서 우리가 묵은 곳은 예전 수도원 건물 중 하나였던 4층짜리 숙소다. 모텔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인(Inn)이라고 하기도, 호텔이라고 하기도 뭣한 숙박시설인데 독일에서는 게스트하우스라고 칭한다. 우리가 예약한 곳은 맨 꼭대기 층의 독채 아파트인데 엘리베이터가 없어 짐을 올리고 내릴 때 힘들긴 하지만 평소에는 그리 불편하지는 않다. 사방으로 난 조그만 창으로 보이는 붉은 지붕들과 그 뒷배경으로 포도원과 파란 하늘이 너무 예쁘다. 첫 해에 묵었던 저 산 위의 와이너리 게스트 하우스가 밖으로 난 창문틀 사이로 보인다. 그 게스트 하우스는 포도원과 와이너리에서 운영하는 숙박시설로 산꼭대기 포도원 중앙에 객실들이 있어서 전망이 기가 막혔던 곳이다. 로맨틱하고 평화로운 독일이 좋다.
스티븐과 나는 둘 다 음식에 그리 목매는 스타일은 아니라 다니는 곳마다 좋은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은 아니다. 열심히 여기저기 다니다 피곤하면 숙소에 와서 대충 저녁 먹고 와인 마시고 그러면 되는 사람들이라 호텔룸보다는 이런 아파트를 선호하는 편이다. 느지막이 일어나서 브런치를 간단히 먹고, 또 저녁엔 묵는 곳마다 한 끼 정도만 해결하면 된다. 장 보는 걸 좋아하는 남편덕에 각 나라마다 장을 보러 마켓에 가는데, 나도 덩달아 그 재미에 들렸다. 그 나라의 물건, 음식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라 재미있다. 특히나 독일은 유럽 강대국 중에서도 가장 물가가 싸서 장 보러 가서 물건 값을 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다. 독일이 세계 4번째 강대국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모든 것이 적당한 선에서 가격 형성이 되어 있는 듯하다.
독일의 브런치 또는 브랙퍼스트를 이미 좋아하게 된 스티븐은 우리가 처음 같이 독일 여행할 때 일부러 주인이 독일 아침식사를 만들어주는 곳을 찾아 숙소를 정했다. 차려진 아침 식사에 흐뭇해하는 스티븐. 뭐가 저리 좋을까 하고 식탁을 내려다보니 세상 화려하다. 여러 종류의 고기 슬라이스, 햄 슬라이스처럼 생겼으나 햄은 아니고 요리된 고기의 슬라이스다. 중간에 콩 같은 것이 박혀 있는 것도 있고, 나는 먹지 않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은 맛있게 먹을 것 같이 생겼다. 치즈도 종류별로 있다. 주인아주머니가 아침에 나가 사 온 베이커리 빵, 갓 구운 프레첼 빵과, 브라운 빵, 씨앗 빵, 크로와상등. 빵에는 버터와 잼을 발라 먹는데 딸기잼, 루바브잼, 오렌지 마아말레이드, 베리잼등 종류도 다양하고 특별히 맛이 좋다. 우리는 여기서 인생 잼도 찾았다.
가장 특이하고 우리가 좋아하는 음식은 계란인데, 계란을 반숙으로 삶아서 달걀 그릇에 얹어 윗부분만 껍질을 까서 소금과 후추를 뿌린 뒤 작은 스푼으로 떠서 먹는다. 나는 이 계란 먹는 방식을 무척 좋아해서 집에 달걀 그릇이며, 윗부분 깨는 도구 등을 구비해 놓았다. 영양도 맛도 그만인 독일 브런치, 스티븐의 흐뭇한 미소가 충분히 이해된다.
우리는 집에 돌아와서도 가끔 한 번씩 독일식 브런치를 먹는다. 그럴 땐 반드시 45분 거리에 있는 독일 베이커리에서 프레첼 빵과 독일 빵을 사다가 놓아야 하지만 번거로워도 한 번씩 독일 브런치가 그리울 때가 있다. 우리는 독일에 있는 동안 매일 독일식으로 브런치를 먹었다. 다른 나라에서도 그들만의 브런치나 아침식사를 경험해 보지만 독일처럼 여러 종류를 준비하는 곳은 없는듯하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는 주로 빵중심, 덴마크에서도 빵과 슬라이스 고기를 먹기도 했지만, 독일처럼 다양하지는 않은 듯하다. 하지만 나도 유럽에 살아 본 적이 없으므로 다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스티븐이 제일 좋아하는 나라가 독일인데 아무래도 프레첼 빵이 놓인 근사한 독일 브런치 식탁이 한 몫하는 하는 것은 아닌지...
* 내가 아는 독일 부인들은 대부분 잼을 직접 만들어 드시는것 같다. 작접 만든 잼은 기막히게 맛있었는데 비결은 바로 술이었다. 각 과일마다 다른종류의 술을 함께 넣고 졸인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스티븐과 내가 최고로 좋아하는 잼인 오스트리아산 달보 ( Darbo) 믹스드 베리 잼 ( mixed berry jam) 에는 럼주를 넣었다고 되어있다. 안타깝게도 요즘은 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