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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엄마는, 내 아빠는, 그리고 나는

폭싹 속았수다.

by 모래올

요즘 너무나 재미있게 보고 있는 드라마가 있다.

<폭싹 속았수다>

3월 매주 주말 나의 설거지 메이트이다. 설거지하는 동안 지루하니까 보기 시작한 드라마였는데 1막 4화까지 보고 나니 그 다음주엔 2막이 기다려졌다.


주인공 애순이와 똑 닮은 금명이가 말도 안 되는 상견례를 마치고 돌아가는 택시 안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한 말 ”울 엄마 우네. “

결국 그 결혼 엎으며 한 말도 “이런 결혼 어떻게 해. 울 엄마 아빠 울어.”였다.

그 대사 들으며 울 엄마 생각했다. 엄마는 울었을까? 나 때매 운 적 있을까? 그랬다면 언제였을까?

왜.. 그런 적 없을 것 같지? 이 또한 자격지심이겠지.

금명이는 엄마 우는 게 걱정이었는데, 나는 울 엄마가 어쩐지 나 때문에는 한 번도 안 울었을 것 같아 괜스레 서운한 생각이 든다.

이 나이 먹어 유치하게도 말이다.



4막에서 금명이 시집가는 장면 있었는데,

딸 손잡고 입장하기 전에 아빠가 그런다.

“금명아, 잘할 수 있지? 수틀리면 빠꾸. 아빠한테 냅다 뛰어 와. “

자라면서 때마다 그 말이 든든했다는 금명이의 내레이션.

우리 아빠가 나 시집갈 때 살아계셨다면 아빠는 어떤 말을 해 줬을까? 결혼하기 두 해 전 돌아가셔서 결혼식에서 남편과 동시입장했었는데, 만약 아빠 손 잡고 버진로드에 섰다면 아빤 내게 어떤 얘길 했을까. 금명 아빠 마냥 평소에도 말 없던 우리 아빠는 어쩌면 그때도 아무 말 안 했을지도 모르지.



그렇게 그렇게 엄마아빠 사랑 듬뿍 받으며 자란 금명이, 뭐든지 다 잘하는 금명이.

근데 그에 비해 늘 떠들썩했던 은명이. 엄마 아빠 사랑이 늘 고팠던 둘째.

인생 한방을 꿈꾸다 감옥에 간 은명이가 가림막 저쪽에서 울부짖는다.

“차라리 안 사랑하는 게 낫지 들 사랑하는 건 진짜 치사해 애를 평생 못 크게 하더라고. 내가 왜 애 이름을 제일이로 지었는 줄 알아? 나는 평생 1번을 못 해 봤거든”

아이고 짠해라.

은명이처럼 시끌벅적 살 용기 없어 그렇게 살지도, 그렇게 울부짖지도 못했지만 구구절절 내 맘에 와닿는 걸 어째.

내가 아직도 뭘 몰라 이런 맘인지 모르지만 그래도 내 대사 같은 걸 어째.



<폭싹 속았수다>

오랜만에 손꼽으며 다음 편을 기다린 드라마다.

아직 다 보지 못했지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기다린 게 아니라 그 절절하고 따뜻한 정서가 기다려졌다.

결혼 전 비염 때문에 연신 코를 풀어대면 우리 엄마는 시끄럽다 했었는데, 그 눈총을 기억하는 나는 오늘 저녁 내내 코를 풀어대는 우리 아들의 코 푸는 소리에 아무 소리하지 않는다. 마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그래야 우리 아들 마음이 아무렇지 않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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