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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디 Jun 19. 2024

5년차 초등교사 살아남기

선생님에게 먹이를 주지 마세요!

 평화로운 2024년의 6월 중순을 보내고 있다. 다정하고 똑똑하고 시끄럽고 에너지 넘치는 우리반 아이들도 저마다 잘 자라나고 덕분에 나도 편안한 날들을 걷고 있다. 너무 별 일이 생기지 않아서, 아이들도 고만고만 싸우지도 않고, 나에게 분노를 토해내는 학부모도 없고, 이렇게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맞나 의심이 가기도 한다.


 다만 이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학교에 다른 교실에서는 큰 일이 터졌다. 학생을 지도하다 정서적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선생님의 탄원서를 작성했다. 오랜만의 본 선생님의 얼굴은 한 달사이 몰라보게 말라있었다. 마음고생이 보통이 아니겠지... 어젯밤에는 덜컥, 그 선생님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 합의금을 전달했다는 소문을 들었다. 합의금이 얼마일지는 모르겠지만, 학교에 누를 끼칠까 혹시 아동학대 범죄자로 낙인찍히진 않을까 얼른 무마하고 싶은 그 마음은 백번 이해가 간다.

 

 교직에 들어선지 몇 년 되지도 않았는데 작성한 탄원서가 수두룩이다. 탄원서를 쓰고 온 날이면 남자친구에게 묻는다. 너 탄원서 써봤냐고, 탄원서를 이렇게 쓰는 직업이 있는지 나는 처음 알았다고 한탄을 한다. 탄원서를 쓰고 있으면 내 가슴 속에서도 불안의 새싹이 싹튼다. 나도 이렇게 신고 당하면 어떡하지, 내 직업은 어떻게 해야하지, 앞으로는 무엇을 하면서 살아가야 하지... 그런 고민에 앞으로 더욱 열심히 탄원서를 쓰기로 했다. 내가 어느날 신고를 당하는 날이 있어도 내 주위 탄원서를 써주는 동료는 있겠지. 나를 지지해줄 노조도 있겠지.(노조비는 열심히 내고 있다. 변호사 지원 서비스를 사용하는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 그때는 이놈의 직장 안다니고 만다고 소리치고 때려칠 재력은... 있을까? 모르겠다. 미국 대선이 끝나는 날까지 미국 주식에 더욱 매진해야겠다 싶을 뿐이다.


  교실 하나하나마다 분위기가 너무나 다르다. 우리 교실은 행복해도 옆반은 또 어떨지 모른다. 학교라는 곳이 이렇게 신기한 곳이다.


 올 해 이런 나의 학교생활에 기꺼이 사랑을 나눠주는 파랑새가 한 마리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반 부반장, 선이다. 선이는 방과후 수업을 가기 전, 6교시 종례가 끝나면 오늘 몇 시까지 교실에 있을 것이냐고 내게 꼭 묻는다. 그것을 왜 묻느냐 물어도 답이 없다. 그저 조용히 빙글빙글 웃을 뿐이다.


 체육 연수나 업무로 교실 자리를 비운 날, 다음 아침 교실문을 열어보면 꼭 이 귀여운 멘토스를 마우스 위에 올려둔다. 내 눈에 혹시라도 띄지 않을까 내가 잡을 수 밖에 없는 컴퓨터 마우스 위에 올리는 것이다. 이렇게 하나씩 쌓인 간식이 어느새 수두룩이다. 다이어트를 하는 내가 간식을 잘 먹지 않는다는 것을 선이는 알면서도 꼭 이렇게 마음을 전한다. 이 마음이 그저 감사하다. 그냥 멘토스 하나가 아니라 나는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 사랑이 감사하고 고마워서, 올해 유독 예쁜 아이들이 많아서, 나는 올 해 한 해가 즐겁다. 오늘도 운이 좋았음에 감사한다. 아무리 금쪽이가 득세해 교실을 위협한다해도, 한 마리의 파랑새는 꼭 있을 것이다. 모든 교실의 선생님들께서 힘듬과 괴로움에 매몰되지 않고 파랑새가 주는 조그마한 사랑에도 행복감을 느끼실 수 있길 바란다. 파랑새가 정말 없는 학급에는 내가 우리반 파랑새를 빌려드리는 것도 고려는 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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