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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나무 출근 길

초록을 그리워하며

by 버디나라 나홍석

서울에 사는 직장인에게 출근 시간은 고단함 그 자체다. 출근 자체가 주는 무게감도 있겠지만 그 보다 교통체증 때문일게다. 그래서 나는 꽉 막힌 회색빛 아스팔트와 차량들만 보이는 자동차 전용도로 대신, 되도록이면 푸른 나무와 숲들이 많은 길을 택한다.

내 사무실은 여의도 전경련회관 빌딩에 있다. 올림픽대로나 노들길을 타고 서울교를 건너 바로 빌딩으로 들어가는 대신, 나는 일부러 노들길에서 63빌딩 쪽으로 진입해 약 1.5km에 이르는 운중서로의 벚나무 길로 돌아간다. 4월이면 분홍빛 벚꽃이 세상을 뒤덮는 길이고, 5월의 이 길은 온통 짙푸른 초록으로 물들어 있다. 왕벚나무의 잎들은 가지가 보이지 않을 만큼 풍성해서 마치 초록 잎으로 만든 터널 속을 지나는 듯하다. 대부분의 가로수 왕벚나무는 일본에서 건너왔다고 하지만, 2017년도부터는 제주도의 자생 왕벚나무로 가로수들을 차츰 바꿔왔다고 한다. 벚나무가 모두 일본것은 아니라고 한다. 우리나라 산과 들 곳곳에 자생하는 산벚나무는 우리 땅에서 뿌리내린 것이라니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사무실 13층 내 자리의 창문은 북쪽을 향하고 있어 북한산 백운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날이 좋지 않은 요즘은 희미하게 보일 뿐이지만, 아주 가끔 맑은 날에는 백운대 옆에 수줍게 비껴 선 인수봉까지 선명하게 보이는 날도 있다. 어제도 보이지 않던 북한산은 최근 일기예보의 단골손님인 미세먼지 탓일 것이다.

이제 나는 매일 출근하자마자 창밖 저기 저편의 북한산을 먼저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오늘은 잘 보일지, 아니면 어제처럼 흐릿할지. 마치 학창 시절 좋아하던 여학생을 오늘은 볼 수 있을까 기대하며 매점 앞을 서성였던 그 마음과 비슷할까. 내일은 볼 수 있겠지, 내일은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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