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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종 Oct 18. 2023

납치

갑자기 온몸이 저리고 차가운 느낌이 온몸을 감싸 돈다. 다리와 몸이 꼼짝 할 수가 없다.

눈을 떠보니 사방은 불빛하나 들어오지 않고 어두운 적막뿐이다.

여기는 어디지? 지금은 몇 시일까?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혹 내가 죽은 건가? 온몸이 쑤시는 걸 느낀다면 분명 나는 살아있는 것이다. 근데 왜 아무 기억이 없는 거지? 언제부터 기억이 끊어진 것일까?

  차근차근 어제부터의 일을 생각해 본다.

  어제 목우촌 바이어와의 미팅이 있었고 계약 체결이 확정되어 우리 팀 회식을 했었지. 다들 기분이 좋아 웃고 떠들며 마음껏 즐겼었는데...

  아, 맞다. 김익제 과장이 그 업무를 자기가 못 맡겠다며 난리를 쳤었지. 원래 새로운 업무가 자기한테 배정이 되면 항상 거부를 하고 짜증을 내며 내 욕을 하던 직원인데... 어젯밤에도 회식 분위기를 망치고 있기에 내가 야단도 치고 사람들 앞에서 면박을 줬었는데, 혹, 그것 때문에 나에게 앙심을 품고 나를 납치라도 한 것인가?

  설마, 아무리 그래도 그럴 배짱은 없는 친구인데, 그럼 혹 JJ룸 오사장?? 3차로 남자직원 몇 명이서 술 마시고 계산할 때 업무용 카드로 계산 못하니 내일 계좌이체를 해준다고 했었는데 안된다며 끝까지 계산하고 가라고 하고 우리들은 그래도 단골인데 이 정도 외상도 못하냐며 욕을 해대며 다투다 결국은 경찰이 왔었고 우리들 은 신원파악이 끝난 후 다음 날 입금하기로 약속을 하고 가게를 나왔었는데.. 오사장이 나한테 불만이 많았나? 직원들에게 새로 생긴 근처의 룸살롱 소개 해준걸 눈치챘단 말인가? 그렇다고 그런 일로 나를 이렇게 만들지는 않을 건데..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다. 점점 나의 다리가 저려오기 시작한다. 도대체 내 몸을 어떻게 한 것일까? 바지도 젖어있는 것이 꼭 영화에서 보던 지하실 같은 곳에 감금되어 있는 느낌이다.

  내가 살면서 남에게 몹쓸 짓이나 원한 살 일은 한 것 같지는 않은데 지금 이 상황이 먹먹하고 기가 찰뿐이다. 어떡하든 여기를 빠져나가는 것이 급선무이다.

  서서히 다리를 뻗으려 시도를 해보지만 무언가에 막혀있어 다리를 움직일 수가 없다. 내 무릎이 가슴에 밀착되어 있는 것을 보면 아마 상자 같은 곳 일수도 있을 것이다. 다행히 팔은 묶어있지 않은 것 같다. 빛 한점 들어오지 않은 어둠 속에서 팔을 뻗어 위로 휘저어 보지만 허공일 뿐이다. 팔을 꺾어 밑으로 내려보니 무엇인가 차가운 느낌의 물체가 온몸을 싸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심호흡을 하고 두 팔에 힘을 가득 주어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하는 순간, 나의 몸은 그 상자와 함께 옆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그 찰나, 어디선가 발자국 소리가 아주 작게 느껴진다. 드디어 나를 납치한 사람이 오는 것인가? 침착, 침착, 또 침착하자며 나의 마음을 다스리고 있을 때이다.  

  갑자기 번쩍하고 전광석 같은 불빛이 나의 동공을 파고들고 그로 인해 나는 한동안 눈을 뜨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이다. 어디선가 낯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아빠. 반신욕통에서 뭐 해? 그러고 있으니까 아빠가 꼭 미꾸라지 같아. 하하하하, 오늘은 여기서 잘 거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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