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도록 벌레가 나의 몸 위를 기어 다니는 것이 느껴진다. 혹 집에 거미나 개미가 있는 걸까? “아마 꿈일 거야” 생각하며 또다시 잠 속으로 스며든다. 얼마나 지났을까. 머리는 깨질 듯이 아프고 목은 타들어 간다. 팔을 위로 휘저으며 마실 물을 애타게 찾다 번쩍 눈을 떠 보니 처음 보는 전등이 천장에 매달려 있다. 처음 보는 광경에 눈을 천천히 돌려 주위를 보니 빨간색의 커튼과 조그마한 탁자, 그리고 새롭게 느껴지는 침대. 내가 모텔방에 누워있다는 것이 감지되었다.
너무 놀라 벌떡 일어나 내 상태를 보니 바지는 반쯤 벗겨진 상황이고 블라우스 단추는 몇 개 떨어져 나가 있으며 겨드랑이 부위는 조금 찢어져 있다. 나는 겁에 질려 휴대폰을 집어 들고 112에 전화를 걸다 문득 어젯밤 일이 떠올라 전화를 내려놓았다.
“오늘 세일 마지막 날입니다. 80% 파격 세일 중입니다. 이번 기회 놓치지 마세요.” 목이 터지라 지나가는 백화점 고객을 향해 호객행위를 하고 있어도 누구 하나 관심을 가지지 않고 각자의 길을 재촉할 뿐이다. 지나는 사람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애써 나를 외면하고 있을 때 옆 구두매장 판촉사원인 순영언니가 내게 다가와 저녁에 식품매장 영순이랑 셋이서 소주 한잔하자며 계산은 본인의 실적 달성 성과급 받은 거로 쏜다며 나를 유혹한다. 좋다며 흔쾌히 수락하고 저녁 약속을 잡았다.
나와 영순이는 동갑이고 순영언니는 우리보다 10살이나 많아도 세명은 백화점에서 가장 친한 사이다.
얼마 전에 순영언니가 백화점에 새로 입사했지만 탁월한 넉살과 유머로 우리들은 금세 친해졌고 점심과 커피타임 등을 항상 같이 보내게 되었다.
퇴근 시간 조금이라도 먼저 나가려는 직원들이 썰물처럼 정문으로 모여들었고 그 무리 속에 우리도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가듯 백화점 밖을 나와 인근 곱창집으로 향했다. 오늘 일하며 받은 스트레스를 곱창을 곱씹으며 이가 빠지도록 다 풀어보자며 떠드는 사이 가게에 도착했다. 소주와 맥주, 안주를 주문하고 현재를, 행복을, 건강을 위하여!! 을 연발 터트리며 술의 향연 속으로 빠져들 때이다. 순영언니가 갑자기 눈을 옆으로 흘깃거리며 옆에 테이블 남자 3명이 자꾸 우리를 쳐다본다며 일러준다. 나와 영순이는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만 순영언니는 자꾸 신경이 쓰이는지 그쪽 테이블로 걸어갔다. 얼마가 지났을까 순영언니가 남자 한 명을 데리고 우리 테이블로 오는 것이 아닌가.
“남자분들이 어디서 낯이 익다고 했는데 우리 동네 사는 사람들이네. 같이 한잔해도 되냐고 해서 그냥 합석하자고 했는데 괜찮지? 다들 성격도 좋고 매너도 좋은 것 같아.”
나와 영순이는 놀라며 “언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무하고 합석하면 어떡해요. 우리한테도 물어봤어야지 혼자 결정하면 어떡해요. 그냥 우리끼리 놀다 들어가요.”
같이 온 남자가 우리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저희 나쁜 사람 아니에요. 연배도 비슷한 거 같은데 합석해서 재밌게 노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술은 우리가 다 살게요.”
순영언니는 다짜고짜 동생들이 부끄러움도 많고 숫기도 없어 그렇다는 말과 함께 남자를 우리 테이블에 얼른 앉힌다. 하는 수 없이 합석은 했지만 서먹한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을 때이다. 남자의 다른 친구들이 우리 테이블로 와서 자연스럽게 앉는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즐겁고 재밌게 놀자며 순영언니가 건배 제의를 하고 그 이후로도 건배는 계속되었다.
남자 셋 중에 민규 씨가 눈에 제일 띄었다. 나이는 나보다 3살 위인데 동안인 데다 다른 사람처럼 나대지도 않고 아주 점잖은 것이 내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나는 이혼녀기에 혹 유부남이 아닌가 의심했지만 민규 씨는 작년에 부인과 사별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처음부터 민규 씨 눈빛이 초점을 잃은 듯 삶에 의지가 없어 보였었는데 이유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며 호감이 더 생기게 되었고 자연스레 옆자리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술잔을 들이켰다.
그러고 나서는 2차로 노래방에 간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다음부터는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나는 왜 여기에 있는 것일까? 그리고 옷은 벗다 말고 왜 이렇게 입고 있는 것일까? 혹 누군가가 나에게 이상한 짓을 한건 아닐까? 이런 생각에 나도 모르게 소름이 확 끼치며 몸 상태를 확인해 보니 다행히도 그런 흔적은 없는 것 같았다. 그럼 순영언니와 영순이도 나처럼 필름이 끊긴 채 낯선 곳으로 가 있는 건가? 아님 나 혼자 내버려 두고 각자 집으로 간 것일까? 설마, 설마 하며 오만가지 생각에 머리가 터질 것만 같다.
대충 내 물건을 추스르고 출근하니 옆 매장에서 일하는 순영언니는 손님을 상대하면서도 나를 보고 빙긋이 웃기만 한다.
영순이한테로 곧장 달려간 나는 어떻게 된 거냐며 따져 물었고 놀란 영순이는 도리어 나에게 화를 냈다. 아무리 찾아도 안 보여서 전화를 하려고 하니 순영언니가 전화 안 해도 된다며 좋은 일이 있어 먼저 갔다고 한사코 전화하는 걸 말려서 못하고, 집으로 오는 길에 그래도 술이 좀 된 것 같아 잘 들어갔는지 확인 차 전화를 하니 전화기는 꺼져 있었다며 무슨 일인지 계속 추궁을 한다.
나는 어이가 없어 어제 술을 많이 마신 탓인지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며, 그리고 눈을 떠보니 모텔방이더라는 이야기에 영순이는 놀라며 소리쳤다.
“너 진짜 괜찮아? 혹 무슨 일 당한 거 아니지? 술을 마셔도 과음은 안 하면서 어제는 왜 그랬어? 정말 무슨 일 없는 거지?”
“다행히 몸은 괜찮은 것 같아. 일단 나중에 순영언니랑 다 같이 만나서 이야기 좀 하자.”
순영언니가 설마 영순이한테 거짓말을 할 리 없는데 왜 그랬는지 너무 궁금했다. 언니라도 나를 챙기지 않은 것도 너무 서운했다. 궁금증을 꾹 누르다 점심시간에 영순이와 함께 순영언니한테로 갔다.
어제 어떻게 된 거냐며 따지듯 물으니 언니는 웃으며 “어제 좋았어? 좋은 시간 보냈어? 어제 민규 씨 참 괜찮아서 내가 데려가려고 했는데 영희 때문에 양보한 거야. 고맙지?”
실실 웃으며 이상한 소리만 계속하는 것이 꼭 악마의 속삭임 같이 느껴졌다. 나는 머리채라도 잡고 싶었지만, 주위에 사람이 많아 저녁에 다시 이야기하자며 돌아섰다.
속으로 수백 가지 수만 가지 생각을 해봐도 왜 이런 상황이 됐는지 도통 이해가 되질 않았다. 술자리는 자주 하지만, 필름이 끊길 정도로 마시지도 않고 나름 술과 남자, 일탈행위는 거의 하지 않는 나이기에 술이 조금 과했다 해도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저녁 퇴근 시간이 되어 다시 영순이와 함께 근처 커피숍에서 순영언니를 만났다. 민규 씨랑 내가 잘 어울릴 것 같아 서로 잘 되게 해 주려고 일부러 술도 더 먹이고 내가 조금 취했을 때 민규 씨에게도 모텔로 데려가면 된다고 이야기를 해서 모텔에 들어가게 된 거라고 낮에 지었던 미소를 지으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야기를 한다.
그 말을 듣고 화가 치밀어 올라 들고 있던 물 잔을 언니 얼굴에 힘껏 끼얹고 소리 질렀다.
“언니 누가 그런 거 원했어? 정말 미친 사람이네.”
“왜 그래? 어제 안 좋았어? 너도 원하던 거 아니었어?”
더 이상 분을 참지 못한 나는 언니의 머리채를 잡아당기며 욕설을 퍼부었다. 영순이는 옆에서 말리고 이윽고 경찰이 도착해서야 싸움은 끝이 났다.
영순이는 내가 많이 놀랐을 텐데 오늘은 나랑 있어준다며 같이 우리 집으로 향했다.
집에서 맥주 한 캔을 단숨에 들이켰지만 나의 흥분과 갈증은 더욱더 심해지기만 했다.
“전에 순영언니 우리 백화점에 처음 왔을 때 5층 숙녀복매장 언니가 했던 말이 생각나네. 예전에 같은 매장에 있었는데 하는 짓이 사이코 같아 사람들하고 전혀 어울리지도 못하고 혼자 왕따 당하다 그만뒀는데 이리로 옮겼나 보네 하면서 나한테도 저 사람 조심해라”라고 한 말이 떠오른다 했다.
나는 얼른 그 사람에게 전화해서 자세히 좀 물어봐 달라며 사정했고 영순이는 전화를 걸었다.
아내와 사별한 지 벌써 일 년이 넘었다. 사무치는 그리움과 혼자만의 고독만이 유일한 나의 친구로 자리 잡았다. 떠들썩하던 집안은 공기와 먼지만이 집주인 양 행세하고 있으며 나에게 집이라는 존재는 단지 잠을 청하는 곳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오늘도 무료한 저녁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 퇴근길에 라면 한 봉지와 소주 2병을 사가지고 집으로 들어왔다. 누군가의 반가운 배웅은 잊은 지 오래인데 아파트 대문을 열 때마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드는 건 왜일까? 오늘도 라면에 소주로 끼니를 해결하여 불을 댕기는 찰나 친구인 철수로부터 전화가 울린다.
“오늘도 라면으로 때울 거야? 오늘 용욱이랑 셋이서 소주나 한잔하자.”
“귀찮아. 몸도 피곤하고. 나는 그냥 다음에 먹고 오늘은 너희들끼리 먹어.”
철수는 안 나오면 집으로 찾아온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이럴 때일수록 집안에만 있지 말고 밖에서 사람 구경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야 된다며 한사코 만나자 한다.
만나도 항상 회사 생활의 불만, 가족들과의 소통 불화 등 자기들만의 넋두리와 남자들 간의 뻔한 야설 같은 도움 안 되는 똑같은 이야기만 할게 뻔하지만 그래도 혼자 있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 약속장소로 나가기로 하고 집 밖을 나섰다.
약속장소인 곱창집에 도착하니 철수와 용욱이가 먼저 도착해 반가이 맞이하며 맥주에 소주를 타서 술부터 먹으라 한다. 시원하게 한잔 들이켜다 보니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은 맛이 있을까, 이 술로 인해 이 순간만이라도 다른 잡념은 전혀 생각하지 않으려고 연거푸 잔을 들이켠다.
어릴 적 술 마시며 철없이 놀던 이야기, 첫사랑, 연애 이야기 등 예전의 추억을 상기시키며 그때가 좋았다며 다들 웃고 떠들다 철수가 옆 테이블을 가리킨다.
“옆 테이블에 여자 손님들이 우리랑 짝이 맞네. 한 명 빼고는 우리랑 연배도 비슷한 거 같고 어떡할래? 내가 대시함 해볼까?” 살며시 웃으며 내 눈치를 살핀다. 용욱이는 배포도 없어서 어차피 말도 못 걸 거라며 허세만 있다며 놀려대고 나는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그냥 술이나 마시라며 타박을 했다.
그러던 중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옆 테이블 여자 손님 중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여자가 와서 술을 한잔 달라기에 철수가 벌떡 일어나 술잔을 내밀고 소주를 따르자 그 여자는 철수를 향해 윙크를 한 번 하더니 대뜸 한마디 한다.
“우리 동생들이 착하고 순해서 남자들이랑 잘 못 어울리는데 내가 다리 놔줄 테니 오늘 하루 동생들 즐겁고 화끈하게 해 줄 수 있어요?”
뭐지? 이 아줌마가 갑자기 왜 이러지? 말로만 듣던 꽃뱀?? 뭐 이런 건가? 맞은편에 앉아있는 철수와 용욱이도 아마 나랑 똑같은 생각인지 놀란 표정만 짓고 있다.
“뭐, 싫으면 그만둬도 돼요. 기껏 생각해서 이야기했더니만. 남자들이 영 박력이 없네.” 중얼거리며 일어서려고 하는 여자를 철수가 서둘러 팔을 낚아채며 “앉아 보이소. 이 누님이 왜 이리 성격이 급하실까. 우리야 좋죠. 내가 이래 봬도 노는 거 하나로 이 세상을 살았거든요.”
“그럼 대표로 한 분가서 동생들에게 인사하고 10분 정도 있다 다른 친구분들도 자연스럽게 저희 테이블로 와서 합석하시죠. 저만 믿으시면 돼요.”
철수와 여자는 여자 테이블로 향하고 나는 용욱이에게 꼭 이렇게 해서 술을 먹어야겠냐며 나는 싫으니 그냥 가겠다고 일어서려는데 용욱이가 내 팔을 잡고 이런 기회가 흔치 않으니 조금만 앉아있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때 가도 되지 않겠냐고, 친구들 기분 한 번만 맞춰 달라며 신신당부를 하는 통에 하는 수 없이 승낙을 했다.
여자 테이블에 합석을 하고 연신 건배를 하다 옆에 앉은 영희라는 여자와 자연스레 이야기를 하게 됐다.
몇 년 전에 이혼하고 지금은 혼자 살고 있는 여자인데 상스러워 보이지도 않고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에 눈을 맞춰 잘 들어주며 호응도 잘해주는 게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보였다. 어느 정도 술을 마신 탓에 살짝 취기가 올라 집으로 들어가려 가게를 나와 담배 한 개비를 물었을 때이다. 순영 씨가 언제 나왔는지 내 옆에 서 있다.
“오늘 덕분에 좋은 시간 잘 보냈습니다. 저는 술도 조금 취하고 피곤해서 그만 들어가 봐야겠네요. 먼저 일어나서 죄송합니다. 친구들과 재밌는 시간 보내세요.”
“민규 씨라 했죠? 왜 그러세요. 작업 다 끝났는데. 옆에 앉은 동생 영희도 그쪽이 마음에 든다고 해서 제가 오늘 밤같이 있으라고 이야기하니 영희도 좋다고 했어요. 그냥 오늘 화끈하게 즐겨봐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처음 만났고 그다지 서로에 대해 아는 것도 별로 없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밤을 같이 보낸다니, 그런 사람이면 애초부터 이상한 빌미를 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그냥 들어간다며 돌아서는데 친구들과 여자들이 곱창집 계산을 하고 나왔다. “밖에서 둘이 무슨 짓 했냐? 우리가 분위기 깬 거 아냐?” 농담을 하며 낄낄거리는 친구들에게 순영 씨는 노래방 가서 2차를 즐기자며 부추긴다. 친구들은 당연히 가야 된다며 나를 억지로 끌고 가고 순영 씨는 동생들 팔짱을 서둘러 끼며 노래방으로 향했다.
노래방에서 노래와 춤, 술에 이끌려 모두들 흥겹게 놀고 있을 때 조금 전까지 멀쩡하던 영희 씨가 자리에 앉아 졸고 있다. 왜 저러지? 술을 많이 마셨나? 조금 걱정되는 마음에 순영 씨에게 저분 괜찮겠냐고, 그만 놀고 집에 데려다 드려야 하지 않겠냐고 이야기하였지만 순영 씨는 나에게 밖에서 이야기 좀 하자더니 슬며시 내 팔을 잡고 밖으로 나간다.
“영희가 요즘 통 잠을 못 잔다기에 조금 전에 제가 수면제를 술에 살짝 타서 먹였어요. 너무 빨리 먹였나?? 좀 더 놀다 마시게 할걸. 민규 씨가 영희 데리고 먼저 좀 들어가세요. 영희는 제가 데리고 나올게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술 마시다 수면제를 먹이는 사람이 세상에 어딨 어요? 그러다 몸에 이상이라도 생기면 어떡하려고요. 빨리 집으로 모시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
“에이, 선수끼리 왜 이러실까. 영희는 집에 가도 아무도 없어요. 오히려 민규 씨가 같이 있는 게 나을 거예요. 근처 모텔 잡아 놨어요. 빨리 영희 좀 눕혀주세요. 영희 금방 데리고 나올게요.” 받지 않으려는 내 손을 낚아채며 모텔 키를 쥐여준다.
얼마 후 영희 씨가 부축을 받으며 나왔다. “우리 영희 잘 부탁해요. 그리고 오늘 즐겁게 보내요” 이 말만 남기며 나에게 윙크를 하고 노래방으로 들어가는 순영 씨 뒷모습을 어이없이 멍하니 바라보다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졸고 있는 영희 씨를 어떡하든 눕혀야 되겠다는 마음에 근처 모텔로 향했다.
겨우 모텔 침대에 영희 씨를 눕히고 새록새록 자고 있는 모습을 보니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될지 도무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밖으로 나와 편의점에서 캔맥주 하나를 사서 벌컥벌컥 들이키며 혼자 놔둬도 괜찮겠지? 별일이야 없겠지? 고민을 하다가 혹시 객실 문이 제대로 잠겼나? 잠금장치라도 제대로 확인해 보자는 핑계로 다시 모텔로 들어갔다.
영희 씨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문 상태를 확인하고 나오려는 순간, 내 눈은 자고 있는 영희 씨한테로 자꾸 향했다. 가슴은 두근거리고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히며 이미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안고 싶다는 욕구가 올라오고 있었다. 여자의 향기를 맡아 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도록 오래되었는데 이런 기회가 또 오겠나 싶기도 하고, 그렇다고 자는 사람 덮쳤다가 나중에라도 안 좋은 상황으로 빠져들 수도 있을 것 같아 내 머릿속은 선과 악이 서로 싸우고 있었다. 그러다 결국은 악이 승리를 한 모양이다. 나도 모르게 나의 손은 영희 씨의 바지를 향하고 있었다. 바지 지퍼를 열고 옷을 벗기려는데 영희 씨는 자는 와중에도 불안함을 느꼈는지 몸부림을 치며 나의 손을 거부했다. 하는 수 없이 블라우스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떨리는 손으로 단추를 풀다 긴장한 탓인지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가 단추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놀라 마저 남은 단추를 풀지도 않고 억지로 블라우스를 벗기다 옷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누군가 망치로 내 머리를 치는 듯 멍해지며 지금 내 꼴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다. 지금 내가 뭐 하고 있는 짓인가? 지금 모르는 한 여자를, 그것도 잠에 취해 쓰러진 여자를 강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고작 이것밖에 안 되는 놈이었던가. 작년에 떠나간 아내를 핑계로 매일 술에 빠져 괴로워하던 건 다른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인 것인가?
나는 하던 짓을 멈추고 문을 닫고 모텔방을 빠져나왔다. 집으로 걸어가며 나의 이중성과 욕구에 대한 실망으로, 한편으로는 이렇게까지 된 쓰레기 같은 나의 삶에 대한 원망으로 눈물을 흘렸다.
영순이는 한참을 5층 숙녀복매장 언니와 통화를 나눴다. 그리고는 전화를 끊고 한숨을 내쉰다.
“앞 전 백화점에서 일할 때도 순영언니의 이런 이상한 행동이 여러 번 있었대. 그래서 쫓겨난 거래.”
“도대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알고 있대? 정신병자가 아니고서는 어떻게 그런 짓을 아무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냐고?”
순영언니에 대한 이야기는 대략 이러했다.
“20대 초반 비교적 어린 나이에 부유한 집의 남편을 만나 결혼해 살았는데 그 집이 요즘 보기 드문 남자 중심적 가정이었나 봐. 아이를 둘이나 낳고 그럭저럭 잘 지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남편이 술과 도박, 바람까지 피우게 되면서 폭력도 심해졌대. 그래도 아이가 있으니 어떡하든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버텼는데 어느 날부터 부인이 바람피운다며 의처증 증세까지 나타나게 되고 언니는 꼼짝없이 집안에 갇혀 애들만 보게 되었고, 남편이 시장도 못 가게 문을 잠그고 다녔었대. 매일 집에 갇혀 지내다 밤이 되면 남편한테 두들겨 맞고 하루하루가 죽는 것보다 더 비참한 생활이 이어지다 보니 언니도 제정신이 아니었나 봐. 이런 집에 있으면 자기 삶뿐만 아니라 아이들 삶까지 불행해진다는 생각에 남편이 술 먹고 자는 사이 집에 불을 질러 버렸다네. 다행히도 남편이 잠에서 깨어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와 별 탈은 없었으나 언니는 죽을 결심으로 밖으로 안 나오려고 구하러 들어온 사람들을 피해 도망을 다녔대. 그러다 겨우 구조는 되었지만 몸에 화상을 많이 입어 병원에서 오랫동안 재활을 받았고 남편과 아이들과도 헤어지게 되었나 봐. 언니 얼굴은 별 상처가 없지만, 몸은 화상으로 인해 많이 상한 상태라 하더라고. 그래서 한여름에도 긴 블라우스만 입고 있었던 거 같아. 재활 후 남편과 아이들을 찾아갔지만, 무참히 버림받고 혼자 일을 하며 지금껏 살고 있는가 봐”
순영언니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화가 더욱더 치밀어 올랐다. 아무리 본인이 그렇게 비참하고 처절한 삶을 살았어도 그렇지. 하물며 자기가 그런 삶을 살았으면 더욱더 주위 사람을 배려하고 도우며 살아야 되는 게 정상적인 사람의 생각이지. 진짜 정신병자가 맞는다며 앞으로 그 언니와는 아예 상종을 하지 말자고 영순이와 약속했다.
그 이후로 순영언니가 이야기 좀 하자는 둥, 저녁을 먹자는 둥 계속 나와 영순이에게 다가왔지만 우리는 철저히 순영언니를 외면했고 같은 동료들에게도 미친 여자, 정신병자라며 험담을 늘어놓게 되다 보니 다른 사람과의 접촉과 대화도 자연스럽게 끊기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일을 하고 있을 때이다. 낯익은 남자가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혹시 저 기억하실지 모르겠네요. 얼마 전에 같이 술 마신 이민규라고 합니다.”
그 순간 나는 숨이 멎은 듯 머릿속이 멍해지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다리에 힘이 빠져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마침 지나가던 영순이가 그 모습을 보고 뛰어와 나를 부축하며 일으켜 세우고 여기 사람이 많으니 나가서 이야기하자며 남자를 데리고 나갔다. 나간 후 한참이 지나서야 영순이가 돌아왔다.
“밖에 나가서 그 사람 뺨을 한 대 때렸어. 여기가 어디라고 겁도 없이 찾아왔느냐, 그리고 경찰에 강간범으로 신고한다고 악을 써대니 그 남자가 너에게 죄송하다는 사과라도 하고 싶어서 용기 내어 찾아온 거래. 너를 보고 진심으로 용서받고 싶다길래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며 다시 한번 더 찾아오면 그때는 정말로 경찰에 신고해서 콩밥 먹일 거라고 말하고 돌아서는데, 자기 명함을 주며 혹시라도 마음이 바뀌면 꼭 연락을 달라네. 안 그럼 죄책감에 자기 자신이 너무 힘들다며.”
명함을 받아 들고 한참을 서 있었다. 만약 만나게 되면 그때 어떻게 모텔까지 가게 된 건지, 정확하게 나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내가 왜 기억을 잊게 되었는지 묻고 싶었다.
내 얼굴을 살피던 영순이는 혹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며 명함을 빼앗으려 들었지만 일단 명함은 내가 가지고 있겠다며 영순이를 돌려보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죄책감과 나에 대한 실망으로 하루하루가 힘들었다. 그러면서도 누구나 그 상황이면 나같이 행동했을 거라며, 아니면 나보다 더 못된 짓을 했을 거라며 애써 변명을 해보았지만 쉽사리 그날의 기억은 잊히지 않았다. 친구들과의 연락도 끊었다. 회사에도 일주일 휴직계를 내고 아내의 납골당을 찾았다. 조그만 아내의 유골함을 바라보며 쏟아 오르는 죄책감에 무릎을 꿇고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보고 싶다. 한 번만이라도 너를 볼 수만 있다면.” 소리치며 울고 또 울었지만 내 마음은 더 공허해지고 비참해지는 것만 확인할 뿐이다.
고향집에 내려가 며칠을 등산과 낚시로 시간을 때웠지만 머릿속은 영희 씨 얼굴만 떠오를 뿐 마음은 안정이 되질 않는다. 차라리 이럴 거면 찾아가서 제대로 된 사과라도 하면 좀 홀가분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짐을 싸고 집으로 향했다.
그날 술자리에서 모두들 백화점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은 기억이 나서 무작정 백화점으로 향했다. 그러다 거기서 순영 씨를 만났다. 순영 씨도 나를 보며 놀라는 눈치였다. 간단히 인사를 하고 잠시 이야기 좀 하고 싶다며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잘 지내셨죠? 그날 이후로 마음이 무거워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해요. 영희 씨에게 정식으로 사과라도 할 수 있게 연락처나 일하는 곳 좀 알려주실 수 없나요?”
“서로 좋은 기억은 아닌듯한데 굳이 만날 필요가 있겠어요? 제가 그냥 이야기 잘할게요.”
“아뇨. 그래도 꼭 직접 찾아뵙고 사과드리고 싶어서 일부러 온 거예요.”
한사코 만남을 반대하던 순영 씨도 결국은 일하는 매장을 알려주었다. 나는 정말 궁금한 게 있다며 한 가지만 물어보고 싶다며 질문을 했다.
“그때 왜 수면제를 먹였어요? 친한 동료이자 동생으로 알고 있는데 저는 그 저의가 너무 궁금해서요.”
나의 물음에 순영 씨는 크게 한숨을 쉬더니 담배 하나만 달라고 한다. 담배를 깊게 들이쉬고 후하고 모든 기를 뱉어내듯 담배 연기를 뿜어냈다.
“나는 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제대로 된 사랑 한 번을 못해봤어요. 집에 불을 질러 아이들을 다 죽일뻔하고 나 또한 죽다 살아나서 온몸에 입은 화상 자국으로 남들이 말하는 자유 연예, 사랑 이런 건 꿈도 못 꿔요. 내가 불구 아닌 불구같이 살다 보니 착하고 성실한 동생들만이라도 지금 현재를 즐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그렇게 한 거예요. 영희도 너무 순진해서 자기 스스로 향연으로 빠져들지는 못할 거예요. 예전 전남편하고의 상처도 남아있어 더더욱 조신하게 지낼 거예요. 그런데 지금 이 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잖아요. 그냥 지금 이 상황을 즐겼으면 하는 마음으로 수면제를 탔는데 기분이 많이 상한 모양이네요. 덕분에 백화점 내에서도 나는 왕따가 되었고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연신 담배만 빨고 있다.
나는 어이가 없었다. 도대체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논리로 한 사람을 터무니없는 구렁텅이에 빠지게 할 수 있단 말인가. 더군다나 본인의 의사도 모르면서, 이건 범죄와도 같은 행위라 생각했다. 어찌 보면 순영 씨로 인해 영희 씨도 피해를 봤지만 나 역시도 피해를 본 사람이라 느껴졌다.
“처음 우리 테이블로 왔을 때부터 좀 이상하다 생각했었는데 역시 정상은 아니신 것 같네요. 앞으로는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았으면 해요. 어설프게 다른 사람 생각하는 척, 위하는 척의 위선은 피해를 본 당사자에게는 순영 씨보다 더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백화점을 다녀온 후 이틀이 지나도록 영희 씨로부터 연락은 없었다. 나는 회사에 출근하고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가 본래의 나의 생활로 돌아왔다. 그러다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울린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으니 상대방은 말을 하지 않는다. 영희 씨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여보세요? 혹시 영희 씨예요?”
“네. 만나고 싶다고 하시길래 고민을 많이 했어요. 궁금한 것도 있고요. 그리고 어떤 식으로 사과를 하실지도 궁금하고요.”
나는 죄송하다는 말과 일단 만나서 이야기를 하자며 약속을 잡았다.
조용한 커피숍으로 들어가니 영희 씨가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먼저 무릎을 꿇었다. 놀란 영희 씨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나를 일으켜 세운다.
“이렇게 사람들 있는대서 이러시면 어떡해요. 쇼맨십이 아주 강한 분이시네요.”
“그건 아닙니다. 그냥 먼저 사과하는 게 도리일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불쾌하셨다면 용서해 주세요.”
영희 씨는 인상을 찡그리더니 그날 어떻게 해서 모텔까지 갔는지, 그 후로 자기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궁금하다며 거짓말하지 말고 전부 솔직히 이야기해달라 했다.
나는 순영 씨와 담배 피우며 한 이야기며 노래방에서 수면제를 술에 넣은 이야기. 내가 부축해서 모텔까지 들어간 이야기를 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영희 씨는 얼굴이 붉어지며 세상에 어쩜 사람으로서 그런 짓을 할 수 있냐며 순영언니가 아무리 그렇게 꼬셔도 정상적인 사람이면 경찰에 데려다주던지 병원으로 데려다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쏘아붙인다. 그리고는 모텔 안에 들어와서 무슨 짓을 했냐고 따지듯 물었다.
나는 고개를 푹 숙이며 나도 남자인지라 한순간 못된 짓을 하려고 시도를 했었으나 영희 씨가 잠결에도 몸을 지키려 저항하는 게 느껴져서, 그때 내가 짐승 같은 짓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도망치듯 나왔다며 죽을죄를 지었다고 사과하고 또 사과를 했다.
내가 이야기를 하는 동안 영희 씨는 차분하게 듣고만 있고 더 이상 화를 내지는 않았다.
“민규 씨도 어찌 보면 언니의 꾐에 당한 것 같기도 하네요. 그런데 언니는 왜 그런 짓을 했을까요. 나는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아요.”
나는 영희 씨 일하는 곳을 알기 위해 순영 씨를 만났다는 이야기를 했고 그 이유에 대해서도 들은 대로 그대로 이야기를 했다. 그 말을 들은 영희 씨는 너무 허탈한 표정으로 도대체 그게 말이 되는 변명이냐며 세상에 그런 악녀는 없을 거라며 분개해했다.
다시 한번 사과를 하고 커피숍을 나서며 각자의 집으로 돌아섰다.
그 후로 한 달쯤 지났을까? 영희 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왜 전화가 왔지? 아직 화가 덜 풀렸나? 혹 나에게 보상이라도 바라는 걸까? 이런저런 생각에 전화를 받았다.
영희 씨는 한 번 더 만나자고 했다. 혹 무슨 일이라도 있냐며 저야 보는 건 괜찮지만 영희 씨는 그날의 일로 별로 편하지 않을 텐데 괜찮겠냐고 다시 한번 확인하니 보여줄 게 있다 한다.
전에 만났던 커피숍에서 다시 만나 마주 앉았다. 혹 모르는 사람이 보면 연인이나 부부 사이로 오해할 수도 있으리라는 상상을 했다.
“보여줄 게 있다더니 뭐예요?”
“순영언니가 얼마 전에 자살을 했어요. 그 후에 저한테 편지가 한 통 왔어요. 이 편지 보여드리면 민규 씨 마음도 한결 편해지실 것 같아서 만나자고 했어요.”
To. 영희, 영순이
소금물같이 짠 내 나는 내 인생이었지만 항상 말이라도 꿀처럼 달콤하게 해주는 영희와 영순이 너희들의 관심이 너무 고마웠어. 너희들은 나에게 항상 괜찮아요? 힘들었죠? 오늘은 좀 어때? 건강 잘 챙겨요. 이런 말로 나를 웃게 만들고 내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었어. 나에게 이런 관심을 보여주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거든.
나는 살면서 좋아해, 사랑해, 나 지금 너무 행복해, 보고 싶어, 안고 싶어, 만나고 싶어 이런 말을 해보는 게 소원이었어. 돌이켜 보면 진짜 내 마음을 전달할 사람이 없다고 푸념만 했었는데 사실은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달하는 방법을 몰랐었던 것 같아.
영희한테는 미안하다는 말은 안 할 거야. 아직도 나는 그때 내가 잘못했다는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아.
그냥 너도 네가 원하는 거 마음껏 하면서 살았으면 한다. 제발 오늘, 지금 현재를 즐기길 바라.
참 민규 씨 괜찮아 보이더라. 너의 제2의 인생을 맡겨도 될 것 같아.
언제까지나 행복해. 고마웠어.
PS. 만약 내가 너희들이었다면 지금쯤 세상의 모든 쾌락, 즐거움, 행복감을 만끽하고 있었을 거야.
너희들이 지금도 너무 부러워.
- 먼저 떠나는 언니가 -
“끝까지 사과는 안 했네요. 근데 굳이 이 편지를 보낸 이유가 뭘까요?”
“글쎄요. 자기 생각이 맞는다는 걸 증명하고 싶은 거 아닐까요? 아님 자기를 이해해 달라는 거? 자기는 자기를 희생해서라도 동생의 행복을 원했다. 뭐 이런 거?”
“영희 씨는 이 편지를 왜 저에게 보여주는 거죠?”
“그냥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다시 생각해 보니 혼자 있는 외로운 남자가 그것도 술에 취해 판단력이 흐려지는 상황에서도 유혹을 뿌리치고 저를 지켜주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리고 감사하다는 말도 꼭 하고 싶었어요.”
나는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나쁜 기분은 아닌 것 같다. 내 몸 어딘가에서 꿈틀거리는 야성의 본능이 다시금 피어오르는 것을 느낀다.
이것이 선이든 악이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