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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름 Jun 02. 2024

김쿼카의 하루

[재택근무 초창기 시절]

“따라라라 따라라라란”


12월 어느 날. 해가 뜨지도 않은 6시 30분 김쿼카의 방에서는 알람이 울린다. 안 떠지는 눈을 애써 뜨며 화장실로 향하는 동물. 뜨거운 물을 한 잔 마시고 노래와 함께 운동을 시작한다. 핸드폰에서는 수달하의 오르트 구름이 흘러나왔다. 동물은 노래 가사를 곱씹으며 가볍게 제자리 뛰기로 아침을 보낸다.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진 후 쿼카는 방에 들어가 업무 모드로 돌입했다. 안경과 물 한 잔은 업무 모드의 시작이다. 방에서는 타닥타닥 소리가 나고 동물은 플랫폼에 올리는 어른 동화 원고가 문제는 없는지 확인 후 오픈 예약을 걸고 있다.


“12월 21일, 12월 21, 12월 이 하나, 00시”


속도는 더디다. 최근 확인 불안이 커진 쿼카는 여러 번 문제는 없는지 확인하고 있다. 작품을 보는데 어린 동물들의 입맞춤 장면이 너무 진해서 고민이다. 시대 배경이 다르면 허용해도 되는 건가, 사례를 찾아봐도 애매해 결국 관련 부서에 연락해서 허용 기준도 다시 확인받는다. 그러던 중 메신저로 다른 동료에게 연락이 왔다.


 “쿼카님, 이거 내용 어때 보여요? 동물들이 단체로 마따따비 풀을 피우고 있어서요. "


김쿼카는 말했다.


“그 내용은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근데 중요 거래처 작품이면 혹시 모르니 윗선에 물어봐도 괜찮을 것 같아요."


동료는 동화사에 관련 내용을 먼저 안내하기로 했지만, 프로모션 작이니 예외로 서비스한다는 윗선의 안내를 공유받았다. 쿼카는 이럴 때마다 어디까지 예외인지 참 혼란스럽다.


“이벤트 도서라 예외면.. 기준은 왜 있는 거지.. 이놈의 예외는”


업무를 다시 서두르지만 들어오는 일은 많고 속도는 더디니 결국 김쿼카는 오늘도 야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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